자치구의회폐지- 물 건너간 돼지 되었나?

 김 기 옥  국가원로회의 위원

 돼지가족이 여행을 가다 물을 건너게 되었다. 물을 건넌 후 숫자점검을 해보니 한 마리가 모자랐다. 숫자를 점검한 어미돼지가 자기를 빼고 세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가 이 모양이다. 우리의 정치는 비합리적인 것의 대명사이다. 거기다 비생산적이기 까지 하다. 아무리 변명을 해도 하는 짓이 그렇다. 언제나 용두사미이고 자기 밥그릇 챙기는 데는 초속(秒速)이다. 이러한 특징을 여지없이 발휘한 것이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이다.
 정치권이 ‘국가백년대계’라며 떠들썩하게 추진했던 지방행정체제 개편논의가 지난 4월 특위를 통과했던 안에서 알맹이는 다 빼고 껍데기만 처리 하겠다고 개정안을 내 놓았다.
 객석에서 볼 때 당초의 특위안은 제법 그럴 싸 했다. 자치구의회를 폐지하고 구정위원회를 설치하며, 읍. 면. 동 주민자치회를 법인화 한다는 안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2년 후 총선이라는 제 밥그릇에 걸려 좌초하게 됐다. 총선 때 써먹을 손발을 살리기 위해 구의회를 존치하고, 주민자치회의 법인화조항은 삭제한다는 것이다. 마치 장가가면서 x는 빼놓고 간다는 식이다.
 개정안을 마련한 특위는 구의회존치에 대해서 궁색하게 변명한다.
“구의회 폐지를 제19대 국회구성 이후인 2012, 6월 말까지 유예한다는 것이지 폐지안을 백지화하는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하여  학계, 사회단체 등 의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여야 지역구의원들이 기득권을 지키려 개혁을 후퇴시켰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여야지역구국회의원들이 측근들을 특별, 광역시 구의원(1010명)으로 앉힌 상황에서 이들의 이해부터 고려했다.”
 주민의 풀뿌리 직접자치를 위한 주민자치회를 좌초시킨 것에 대해서도 “지방행정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구. 시의원. 그리고 구청 및 읍, 면, 동사무소 공무원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다.”고 비난한다.
 정치권이 뉴욕. 파리 등 세계 어느 대도시에도 없는 구의회는 그냥 두고, 21세기 지방자치의 핵심인 주민자치는 토대부터 훼손한 것은 국민들의 자치역량은 무시하고 정치권 자기들만의 지방자치를 하겠다는 의도를 표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여기서는 자치구의회를 폐지하는 것이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정치에 기여한다는 논리만을 간추려보자.
 첫째, 특별시, 광역시는 인구중심의 행정구역이므로 ‘하나의 생활권’이라는 것이다. 시의 평균면적이 758㎢, 자치구는  11㎢정도이고 시장, 학교 등이 도보생활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하나의 개발권’이라는 것이다. 도로, 상하수도 등 도시기반시설에 관한 사업은 시 본청에서 주관하고, 자치구 단위에서는 뒷골목포장, 보도블록 교체 정도의 소규모사업만을 시행하고 있다. 이것마저도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낭비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셋째, 구의회유지를 위한 예산은 소모성 낭비라는 것이다. 제4차 지방선거에서부터 구의원유급제가 도입되어 인건비만 추산해도 연간 약 300억 원(2009, 지출기준)이 소요되고, 회의비, 여비 등 간접경비와 기타 경상비를 포괄하면 500억 원이 그야말로 비생산적으로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예산은 서울시와 광역시의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지원 예산과 맞먹는 규모이다. 이 예산을 노숙자와, 쪽방에서 한계선상의 생활을 하고 있는 1만 여명의 주거에 전용한다면 그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다.
 넷째, 지방자치행정 효율성에 반한다는 것이다. 자치구의회가 주민복지 향상과 지역개발에 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실증적 연구는 큰 호응을 얻고 있고, 집행부공무원들의 여론도 자치구의회의 기능을 회의적으로 보는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지방의원들의 자질론과 관련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실증적 논리에 근거하여 자치구의회를 폐지할 경우, 의회가 갖는 고유의 기능은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조례 제개폐권, 구예산 심의? 확정권, 집행부 감시? 감사권을 어디에 귀속시킬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특별시, 광역시의 조례는 시 또는 행정안전부의 조례준칙에 따르기 때문에 그 내용이 자치구마다 일부 용어의 차이만 있을 뿐 대동소이하므로 시 조례를 그대로 적용하면 되고, 예산심의? 확정은 구 출신 시의원과 관내의 세무사, 회계사, 대학교수, 고위공무원 출신 등으로 예산위원회(가칭)를 구성하여 심의하고, 시의회의 승인을 받아 확정하는 것이 현재의 제도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일 것이다.
 집행부 감시, 감사기능은 지역주민들의 상시 감시기능에 맡기는 것이 공개행정과 책임행정의 취지에 부합할 것으로 생각된다.
 더 이상 지방자치행정을 정치의 잣대로 예단하는 우(愚)를 범하는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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