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강남본부 홍용광 과장
배럴당 100~110달러 수준이었던 국제유가는 2014년 하반기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금년 들어서도 하락세를 지속하여 1월에 20달러대까지 떨어졌다가 2월 조정기를 거치면서 3월 들어서는 40달러 수준까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 국제유가가 다소 상승하는 것은 산유국들의 생산동결 가능성, 미국 셰일원유 생산량 감소 전망 등에 기인한다. 석유수출기구(OPEC) 3개국과 러시아가 1월 수준의 생산량 동결에 합의하였으며 조만간 유가 안정을 위한 주요 산유국간 회의도 개최될 예정이다. 하지만 산유국들이 생산량 동결 이행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하고 산유국들의 공조가 이루어지더라도 유가의 상승세는 제한적일 것이며 당분간 저유가는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같이 저유가 기조가 예상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셰일원유 개발 및 생산성 향상으로 인해 미국의 원유 공급이 늘어나면서 과거 고유가를 가능케 했던 OPEC의 우월한 시장지배구조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계원유시장의 공급구조 변화로 세계 원유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OPEC의 가격 조정 능력은 장기적으로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국제유가 하락은 원론적으로 실질구매력 증가에 따른 소비 및 투자 확대 등으로 세계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물론 유가하락이 국가별로 경제여건에 따라 상이한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원유수출국의 경우 원유판매수입 감소로 소득이 줄어들고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가 악화되는 반면에 원유수입국은 에너지관련 지출이 감소하면서 실질 소비여력이 증가하고 경상수지가 개선된다. 또한 선진국과 신흥국 간에도 유가 하락이 자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신흥국의 경우 원자재 수출의존도가 높아 원유 및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자국경제가 어렵게 되고 이는 세계경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

일반적으로 저유가가 세계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침에 불구하고 최근 세계경제성장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2014년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가 65%까지 큰 폭으로 하락하였으나 세계경제성장률은 2014년 3.4%에서 2015년 3.1%로 하락하였다. IMF에서는 지난 1월 올해 전망치를 3.6%에서 3.4%로 하향 조정하기도 하였다. 이는 세계의 원유공급구조의 변화와 함께 글로벌 수요 감소가 국제유가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유가하락이 세계경제 성장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일정부분 상쇄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유가가 하락하면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디플레이션에 우려가 커질 수 있다. 경제펀더멘탈이 취약한 일부 원유수출국은 국가 신용위험이 높아지고 국제금융시장도 세계 경제성장 부진으로 불안정성이 확대될 수 있다.

최근의 저유가 추세는 총수입에서 원유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18% 수준으로 원유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나 저유가의 영향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최근 글로벌 경제성장의 부진에다 저유가는 산유국들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국내 조선, 건설, 철강 등 우리의 주력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국제유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우리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되고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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