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식사 9개월째 ‘감동’, 경위·경정 승진 시험 전국수석 '전설', 경찰관들의 '신화'

 정광록 수서경찰서장은 매일 바쁘다. 수서경찰서의 관할인 테헤란로에 각종 회사 본사가 몰려있어서 시위와 집회가 많고 각종 신고건수도 많기 때문이다. 서장실을 찾아오는 손님도 많고 결재와 회의 때문에 들르는 직원들도 줄을 서 있다. 이 때문에 정서장과 만나기 위해 인터뷰 시간을 정하는데 걸린 시간은 여러 날이 됐다.
 정서장을 서장실을 찾아가 만난 시간은 30일 오후 4시였다. 정서장은 이날도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법원에서 소송을 마치고 오겠다고 해서 시간잡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한다. 올 때 오겠지 싶어 인터뷰를 강행했다.

정광록서장은 순경출신으로 총경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최근 강진서장 완도서장 안양 동안서장 등 3곳의 경찰서장을 역임했다. 정서장은 경위와 경정 시험에서 전국 수석을 따낸 인재다. 대부분 경찰대 출신이나 고시출신이 승진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했지만 순경출신이 수석으로 시험을 통과한 것은 드문 일이었다. 더군다나 바쁜 업무 때문에 공부할 시간을 내기 어려운 감찰 파트여서 시험결과가 수석으로 나와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도 의아해했고 대단하다는 칭찬이 자자했다.

▲ 수서경찰서가 주민감동을 위해 실시하는 감동 서비스들

불친절민원심의위원회, 세바퀴순찰, 안심귀가 서비스

주민과 함께하는 협동순찰, 따르릉순찰대, 투콜서비스


정서장은 올 1월10일 수서경찰서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직원들과 화목 식사모임을 시작했다.  화요일과 목요일 아침을 직원들과 식사하는 모임을 가져 직원들과 대화하고 소통하고 싶었다.
“전직원 545명인데 이제 30여명과 화목식사 회동을 마치면 전직원 식사회동은 끝납니다. 부임때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9개월째되네요. 화요일과 목요일 한다고 해서 누가 화목식사모임이라고 부르더군요.”
 “화목식사 모임때문인지 모르지만 처음에는 데면데면하던 직원들이 정문앞이나 복도에서 만나면 먼저 웃으면서 인사를 하는 직원들이 많아졌습니다”
정서장은 직원들과 식사하면서 직원들 이름을 불러주기도 하고 애로사항을 들어주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나눈다. 식사때라 시간이 짧지만 이 시간을 최대한 이용해 많이 듣고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젊은 직원들과 친밀감뿐 아니라 더 많은 소통의 공간을 늘리고 싶다. 
 정서장은 화목식사모임으로 얻어지는 내부 소통과 화합보다 더 큰 소득을 얻고 싶은게 있다. “경찰서장은 직원들을 감동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경찰 직원들이 주민들을 감동시킬수 있게 됩니다. 저는 직원들에게 신신당부합니다. 서장과 중간간부들이 직원들을 감동시켰으니 주민들을 대하는 직원들은 주민들에게 두배이상의 감동을 주어야 합니다”
정서장은 기회있을 때마다 ‘존경받는 공직자의 자세’를 강조한다. 정서장은 “공직자는 겸손해야 한다”며 ‘존경받는’을 ‘인정받는’으로 고쳐야 한다고 수정 제시한다. 
 이런 정서장의 뜻이 어떻게 알려졌는지 중앙경찰학교에서 강연요청이 왔다. 정서장은 지난 5월24일 경찰공무원 1278명을 대상으로 ‘존경받는 공직자의 자세’를 주제로 강연했다.
 “경찰공무원들은 국민(주민들), 상사, 동료, 후배들에게 존경을 받아야 한다”는게 정서장의 주장이다. 정서장은 경찰공무원이 주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면 주민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하고 주민들을 배려하고 스스로 겸손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서장은 이제 경찰공무원들도 서비스정신에 투철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지난 7월 25일부터 이틀간 고객만족 경영을 위한 대민 서비스 친절교육을 펼친 것도 정사장의 직원사랑때문이었다.
 '자기계발을 통한 브랜드 전략'이라는 주제의 이날 강연도 기존 교육과는 달리 공직자로서의 자기계발을 위한 행복한 삶을 위한 자기관리 방안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날 강연을 맡은 김한준 비전홀딩스 원장은 “동료간, 가족간 미소로 대화할 수 있는 소통,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은 참석자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이뤄졌고 박수와 웃음이 넘쳤다.
정서장은 경찰공무원이 주민을 감동시키기 위해서는 경찰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없애는게 우선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세상이 바뀐 만큼 경찰도 바뀌었는데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의 이미지와 경찰에 대한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 위압적이고 불친절하다는게 대부분의 인식이다. 그래서 만든게 수서경찰서 ‘불친절민원심의위원회’다. 공무원들의 친절도를 높이기 위한 자생방안이다. 불친절하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이를 모아 심의위원회를 열고 해당 경찰을 불러 토론하게 해 잘못을 스스로 알고 고칠수 있게 하자는게 민원심의위원회 취지다. 분기별로 열고 있고 매번 5~6개의 불친절 사례를 놓고 토론한다. 과장급 경찰 8명과 서장(위원장)이 심의위를 이끌고 있다.
정광록 서장이 아이디어를 내놔 만든 ‘세바퀴 순찰’은 민원의 수요를 조사해 새로 만든 제도다. 경찰이 먼저 순찰을 돌고 이후에 대학생들이 순찰을 하고 나면 대학생 학부모가 순찰을 하는 세 번의 순찰제도다. 비닐하우스와 폐가가 많은 세곡동 우범지구에 도입해 주민들의 참여가 좋다. 이와함께 수서경찰서는 농지와 밤길 조명이 취약한 세곡동 대왕파출소에 ‘안심귀가 서비스’를 도입해 주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정서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주민과함께하는 협동순찰’도 인기몰이 중이다. 지역유지들과 동장, 서장이 함께 순찰하기 때문에 주민들로서는 너도나도 참여하고 싶어한다. 
자전거 도난을 방지하기위해 만든 ‘따르릉 순찰대’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등 학생들의 참여가 많다. 자전거 세곳에 스티커를 붙여 도난을 당해도 쉽게 찾을수 있도록했다. 112에 신고했어도 신고한 내용이 어떻게 해결됐는지 모른다는 시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마련한 ‘투콜서비스’는 치안시책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투콜서비스’는 112신고이후에 신고한 내용에대한 결과를 신고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알려주는 서비스로 수서경찰서가 전국 최초로 도입운영하고 있는 제도다.
78년 8월 서울 서부경찰서에서 순경으로 출발한 정서장은 34년의 경찰생활중 16년동안 감찰직에서 근무했다. 경찰 생활 반이상을 감찰직에서 근무하는 동안 꼼꼼하고 야무진 일처리로 많은 인정을 받았다. 정서장은 이때 경찰들의 잘못과 실수는 개인의 몫도 있지만 주변의 잘못된 유혹도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찰들의 근무환경과 내부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도 이때 생겼다. 잘못한 것을 벌보다는 스스로 반성할수 있도록 하는 ‘인식의 전환’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함께 느꼈다. 주민들을 위해 감동치안 감성치안을 하려면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직원감동이 필요하다는 이론도 이때 만들어졌다.
공직자의 패러다임 변화(감동을 주는 서비스 정신)를 이끌고 있는 정서장의 ‘존경받는(인정받는) 공직자의 자세’라는 ‘이론’도 이때 완성됐다. 정서장은 최근 강의요청이 있을 때를 준비하기 위해 만든 30여장의 파워포인트 강의자료를 자주 들여다본다.
정서장은 지난 추석때 탈북자들을 수서경찰서로 초대, 송편과 과일 등 명절음식과 선물을 나눠주며 위로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와함께 다문화가정을 돕기 위해 강남구와 강남서와 함께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정서장은 “소외받는 이웃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줘야 이들이 생활하는데 사기를 북돋아 줄 수있을 것 같아 이런 일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서장은 내년 8월말 정년 퇴임한다. 퇴임이후 계획을 묻자 고향 완도에서 군수를 하고 싶다고 한다. 주민을 감동시키기 위한 공무원 조직운영 노하우가 고향완도에 접목될지는 미지수지만 찬찬하고 꼼꼼한 열정이 고향을 감동시킬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정서장을 붙잡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자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