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임영숙
비 내리는 날
외근을 핑계로 도심으로 나왔지
교차로 옆 작은 갤러리에 들어
이해할 수 없는 그림들을 살피다
어느 제목 밑에 하염없이 앉아 있었어
어둠으로 칠한 산은 길게 누웠고
시린 하늘엔 찢어진 구름
능선 밑으로 벌거벗은 미루나무 두 그루
그 나무를 의지해 지어진 까치집
왜 낮잠이라 했을까
알 것도 같았어
작가는
동면 같은 낮잠을 자고 싶었던 거야
내 마음처럼.
[작가소개]
해드림출판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