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래 부산교대 교수, 교육학 / 자유기업원
선거 때마다 그리고 사안이 쟁점으로 뜰 때마다 자유주의 노선이 언론이나 대중의 지지 측면에서 밀리는 현상에 대하여 나름대로 고민해온 터에 얼마 전 미국의 진보주의자인 존 듀이(John Dewey)의 1935년 저서 '자유주의와 사회적 행동(Liberalism and Social Action)’을 다시 펴보게 되었다.

자유주의의 태동과 본질이 진보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 가지만 먼저 언급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잘못 범주화한 현상을 이번에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자유주의=우파’의 등식을 넘어서 '자유주의=보수’의 도식으로는 전혀 대중적 호소력을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안 문제와 관련하여 대중적 호소력이라는 실제적 이유는 차치하고 원래 자유주의의 태동과 본질이 진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자유주의를 온전하게 이해하고 일반인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유리하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상을 전제하고 필자가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듀이가 이 책에서 강조한 '급진적 자유주의’, '투쟁하는 자유주의자가 되자’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자유주의의 위기를 올바르게 분석한 듀이의 처방에 근거한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자유주의자들의 자화상을 돌이켜보아야 일견 타당성을 도출해 낼 수 있다. 듀이의 충고는 물론이거니와 필자가 말하는 '급진적 자유주의’나 '투쟁하는 자유주의자’는 좌파들의 선동논리나 폭력투쟁, 공산주의 혁명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보는 처방은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자유주의에 맞춘 정부 역할 재정립 필요

첫째, 자유주의 위기를 초래한 점을 면밀하게 분석하라. 자유주의가 역사적으로 진보사상이었는데, 왜 오늘날 '진보'에게 밀리게 되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유주의자들의 가치중립 때문이다. 자유주의가 가치중립을 주장하는 연장에서 최소정부를 주장하게 되고, 이는 다시 자유주의 노선이 정부에 대한 무관심과 정부 역할에 대한 적극적인 입장 유보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국가재정을 통한 포퓰리즘 정책을 비판할 줄만 알았지, 정부 역할을 자유주의 노선에 비추어 재정립하려는 작업을 게을리 했기 때문에 좌파 진보에 밀리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 전략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노선을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자유주의는 여전히 전체주의를 반대하는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자기 노선 포기한 정당 지지할 사람 없다

둘째, 절대로 쫓아가지 마라. 쫓아가면 같이 망한다. 게다가 요즈음처럼 각 정당들이 같은 노선의 정강·정책을 내놓으면 유권자는 우파 내지는 자유주의를 외면한다. 같은 내용의 정책을 놓고 볼 때, 자기 노선을 포기한 정당을 지지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셋째, 자유주의 정체성 전략을 마련하라. 듀이도 자유주의가 역사적 맥락과 사회적 상황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위기를 맞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의 현실에 맞는 자유주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자유주의의 반대는 집합주의이다. 전체주의에 대항하여 나온 역사적 산물이 자유주의이다. 이 맥락에서 가장 혼란을 겪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의 반대개념은 권위주의이다. 과거 민주화 세력들이 한국의 분단역사와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민주화를 빌미로 아직도 '민주’를 지상최대의 가치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우리 현실은 과잉민주화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권위가 실추되었다. 권위를 회복하여야 법치와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자유주의를 견실하게 유지할 수 있다.

투쟁하는 자유주의자가 되라

넷째, 투쟁하는 자유주의자가 되어라. 알링턴 국립묘지에 자유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비명(碑銘)이 있다. 말로만 되뇌지 말고 실천을 해야 한다. 앞서 역사성과 사회적 상황 변화에 뒤진 자유주의 위기 요인을 지적한 바 있듯이, 자유주의 태동과 성립의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초기 자유주의가 절대왕권과 귀족에 대항하여 그들의 부당한 간섭을 철폐하고 인민의 생명, 자유, 그리고 재산을 지키려는 투쟁의 산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과정에서 법치와 시장질서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역사성을 토대로 하여 우리 사회가 머리에 이고 있는 최악의 깡패 전제정부 북한의 세습정권을 상대해야 하는 사회적 상황을 자유주의 정신에 대입해야 한다. 그리하여 종북 좌파의 실상, 즉 그들의 전체주의 사고와 폐쇄성을 직시하고 알려야 한다. 북한의 노선은 인민민주주의나 사회민주주의가 결코 아니다. 세습 봉건 왕조일 뿐이다. 그것도 가장 전제적이고 폭력적이고 인민을 탄압하는 패륜집단이다. 이 점에 비추어 대한민국의 자유주의를 논의해야 한다. 이런 말을 하면 수구(守舊)니 '꼴통(?)’이니 비아냥거리는 이들이 있는데, 친북, 종북 좌파야말로 극단적 수구라는 점에서 '파쇼’ 세력이다.

듀이는 이 책의 마지막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하고 있다. “자유주의의 임무는 모든 힘을 기울이고 없는 용기를 내어 이 고귀한 자산이 잠시라도 사라지지 않도록 지금 여기에서 뿌리내리고 퍼지도록 하는 것이다.” 듀이의 노선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우리 자유주의자들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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