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절 구름으로 날던 꿈

내 맘대로 구른 골짜기

소리쳐 절벽을 뛰고, 때로는

시름 깊은 우물 속에 침묵하다

 

출출한 항아리에 술도 되고

살뜰한 논밭 한두 마지기

가난한 농사를 짓던 어느 날

강에 나가니 반짝이는 조약돌과

입술 파란 물고기들, 놀다보니

어느새 중년이 되네

 

나 이제 넉넉한 물 되어 돌아가리니

그곳 또한 내가 알 수 없는 곳

아침 파도가 뱃노래와 시작된다는 곳

끼룩대는 하얀 새들

세상 모든 삶의 발원이며

서로 의지며, 그렇게 살아간다는 곳

 

그곳에 어느 하루해가 끝날 무렵

나는 슬며시 바람으로 날아오를 것이며

황금빛 구름이며

오래 전에 찬란하던 은빛

그 달과 별들을 다시 맞이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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