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고속철도(SR) 임직원과 노동조합 간부가 청탁을 받고 24명의 신입·경력 직원을 부정 채용해온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약 1년간 SR의 9차례 신입·경력직 공개채용에서 24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업무방해)로 SR 전 영업본부장 김모씨와 전 인사부서장 박모(47)씨를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이들의 뒤를 봐준 대가로 금품을 챙긴 노조위원장 이모(52)씨, 김복환 전 대표이사와 청탁 지시를 따른 직원 등 11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부정 채용한 24명 중 23명은 코레일과 SR의 전·현직 임직원이었으며 나머지 1명은 SR 전 기술본부장의 단골식당 업주로 대부분 지인이나 가족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영업본부장 겸 상임이사였던 김씨는 지인의 인사청탁을 받고 자신이 지위를 남용, 2016년 신입·경력직 공채 과정에서 당시 인사팀장 박씨에게 합격인원과 평가 순위를 조작하도록 지시했다.

박씨는 김 전 대표이사, 김 전 영업본부장 등 임원진들로부터 "지인, 친인척을 합격시켜라"는 지침을 받고 평가 점수나 면접점수 조작 등의 방법으로 부정 채용에 관여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특히 박씨는 채용 과정 중 서류평가 등을 위탁받은 외부업체 2곳으로부터 영어성적증명서, 자기소개서 평가 점수 등을 넘겨받아 수정하기도 했다. 노조위원장도 억대 뒷돈을 받고 채용비리에 가담했다. 경찰에 따르면 노조위원장 이씨는 지인 등 11명으로부터 "자녀들을 합격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부정 채용을 돕는 대가로 1억230만원을 받아 챙겼다. 경찰은 이씨의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점을 발견하고 근로감독관에게 통보했다.

SR의 채용비리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면접 점수를 조작하거나 서류 점수가 합격선에 도달하지 못하면 상위 득점자들을 고의로 탈락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청탁받은 지원자들을 부정 합격시켰다. 이런 방법으로 상위 득점자를 탈락시켜 105명의 지원자가 부당하게 불합격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 청탁 지원자가 면접에 불참했는데도 허위로 면접점수를 높게 줘 합격시키기까지 했다. 일부 임원들은 면접장에 찾아가 특정 지원자를 지목하며 "이 사람 합격시켜라"고 면접위원들에게 강요했다.

그 중 김 전 영업본부장은 청탁을 받은 지원자들을 사전 내정한 후 명단에 '영'(영업본부장이 청탁받은 지원자), '위'(노조위원장이 청탁받은 지원자) 등으로 표기해 인사팀에 전달하기도 했다. 경찰은 임원진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면접위원들이 부당한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불구속 입건된 노조위원장 이씨 등 13명이 김 전 영업본부장 등과 공모 관계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보강 조사를 진행한 후 검찰에 추가 송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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