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위대한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짜릿하게 변주한 연극 ‘R&J’가 지난 10일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뉴욕 역사상 최장기 공연된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알려진 연극 ‘R&J’는 1997년 뉴욕에서 초연된 이후 시카고, 워싱턴 D.C 등 미국 전역에서 400회 이상 공연됐다. 2003년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 오른 연극 ‘R&J’는 “수년 동안 고전을 가장 독창적으로 재창조한 ‘보석’이다.” “셰익스피어의 가장 짜릿한 각색 중 하나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의 감동과 같다.” 등의 호평을 끌어내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네덜란드, 호주, 브라질,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수차례 공연되며 작품의 인기를 입증했다.

엄격한 규율이 가득한 가톨릭 남학교를 배경으로, 오직 네 명의 학생만이 등장하는 연극 ‘R&J’는 격렬하고 대담한 연출, 젊고 역동적인 에너지로 고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는다. 각각 ‘학생 1, 2, 3, 4’ 역을 맡은 배우들은 ‘로미오’, ‘줄리엣’, ‘머큐쇼’, ‘티볼트’ 등 약 열 개의 남∙여 캐릭터를 쉴 새 없이 오가며 열정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배우들의 성별을 뛰어넘는 신선한 연기는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네 명의 학생들은 늦은 밤 기숙사를 몰래 빠져나와 붉은 천으로 감싸 놓은 금단의 책, ‘로미오와 줄리엣’을 낭독한다.

책 속에서 펼쳐지는 금지된 사랑, 폭력과 욕망, 죽음의 서사는 따분한 설교와 학과 공부만이 가득한 학생들의 삶에 신선한 자극제가 된다. 학교의 규율을 어기고 역할극을 이어가던 학생들은 점차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언어와 이야기에 매료되고, 희곡 속 인물의 삶에 자신들의 삶을 투영한다. 금기와 억압, 냉정한 현실의 시작을 알리는 수업 종이 울리기 전까지, 그들은 마치 한여름 밤의 꿈을 꾸듯 스스로 창조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연극 <알앤제이(R&J)> 무대에서 붉은 천은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매우 중요한 소품이다. 금서로 지정된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감싸 놓은 붉은 천은 학생들의 낭독이 진행됨에 따라 다양하고 유용한 소품으로 사용된다. 역할극 초반, ‘줄리엣’과 ‘유모’의 의상으로 활용되는 붉은 천은 ‘머큐쇼’와 ‘티볼트’의 결투 장면을 생생하게 연출하는 날카로운 칼로 변모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함께 밤을 보내는 침실 역시 붉은 천으로 장식된다. 두 연인의 슬픈 이별을 불러오는 단도와 독약, 죽음을 맞이한 캐릭터들의 붉은 피 역시 붉은 천으로 상징된다. 무대 위 빼곡히 들어찬 책상과 의자는 무대 소품인 동시에, 관객들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무대석으로 활용된다. 총 77개의 좌석으로 구성된 무대석은 메인 액팅 공간 바로 뒤쪽에 자리한다. 배우들은 관객의 눈앞에서 종횡무진 움직이며 열연을 펼치고, 메인 액팅 공간에서 벗어나 무대석에 잠시 앉기도 한다. 무대석에 앉은 관객들은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배우와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며 공연에 집중할 수 있다.

연극 ‘R&J’의 한국 초연 무대는 뮤지컬 ‘구텐버그’, ‘킹키부츠’, ‘어쩌면 해피엔딩’, 연극 ‘프라이드’ 등 다양한 작품에서 탁월한 연출력을 선보인 김동연 연출이 함께한다. 또한, 시인이자 베테랑 뮤지컬 작가로 활동하며, 뮤지컬 ‘국경의 남쪽’, ‘신과 함께’, ‘심야식당’ 등의 작품을 선보인 정영 작가(우리말대본)가 호흡을 맞춘다.

연극 ‘R&J’는 9월 30일까지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장소: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공연기간:2018.07.10 ~ 2018.09.30./공연시간:150분/출연:손승원,문성일,윤소호,강승호,강은일,손유동,이강우,송광일/R석:55,000원,무대석:55,000원,S석:4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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