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섬, 호수 산 展>은 한명일의 독특한 색채 언어로 그린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는 전시다. 그가 만난 거제의 풍경, 통영의 섬과 내륙의 대청호와 충주호, 제주까지 전시 제목 그대로 우리나라의 바다와 섬, 호수와 산을 40년간 다져온 감각으로 표현해 냈다. 그의 작품은 디지털 프린팅 판화이다. 컴퓨터는 그가 선택한 작업 방식이다. 화가는 캔버스에 붓으로, 그는 컴퓨터에 마우스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기계의 힘을 빌릴 뿐,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얻기 위해 색을 조정하며 반복되는 프린팅 작업을 거치며 작품을 완성해 낸다.

한명일은 5년 전부터 일상의 사소한 모습으로 묻혀있던 풍경 일부를 가져와 창작 작업을 시작했다. 색채에 대한 그의 감각은 본능적이다. 그는 자연의 운동감을, 시간의 흐름을 선이 아니라 색채로 담아낸다. 그리고 그 색채는 일종의 패턴이 되어 캔버스에 뿌려지고 반복되며 확장된다. 풍경이 색채의 운동으로 단순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디자이너의 감성과 관찰로 사소하게 묻혀 있던 자연 풍경을 우아한 색채의 반복적 운동으로 표현해 내는 건 그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한명일은 디자이너다. 그의 작품들이 매우 단순한 구도지만 안정적인 느낌과 독특한 색감과 스타일을 보이는 것은 그가 40년 내공을 지닌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제일모직에서 디자인 업무를 시작, 제일기획과 신라호텔, 바른손 수석디자이너를 거쳐 현재 디자인 스튜디오 <베이컴> 대표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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