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는 유쾌하게 풀어 낸 연쇄 살인 얘기다. 이 작품은 엽기적인 플롯으로 스릴러 영화 같은 구성을 보여준다.

주인공 '몬티 나바로'는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가난한 남자다. 여자친구 시벨라 홀워드와 사귀고 있지만 그녀는 몬티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만다. 그러던 어느날 몬티에게 새로운 운명이 닥친다. 평생 가난하게 살다가 세상을 떠난 모친이 사실은 귀족 다이스퀴스 가문의 딸이었던 것이다. 가문이 원하는 남자와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축출된 어머니는 아들 몬티를 평생 가난하게 키운다. 몬티는 어머니의 유언장에서 자신이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이 부분부터 '젠틀맨스 가이드'의 엽기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몬티는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후계자를 하나씩 차례로 죽이기 시작한다. 죽이는 방법 또한 다양한다. 교회 꼭대기에서 바람에 흔들리다 떨어져 죽게 한다든지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의 주변 얼음을 톱으로 썰어 익사하게 한다. 어느 한 순간에도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모든 수사망을 빠져 나가는 구성은 스릴러 영화를 방불케 한다. 결국 몬티는 마지막에 백작 자리를 이어받고 성공으로 끝을 맺는데, 빠른 이야기 진행은 관객에게 흥미를 더한다.

몬티가 죽이는 백작 후계자는 모두 악인에 가까운 인물들이다. 이들을 죽이는 과정은 매우 심각할 수 있지만 유쾌한 연출의 끈을 놓지 않는다. '젠틀맨스 가이드'의 장점은 플롯이 아닌 연출에 있다. 어떤 살인 과정도 심각하지 않고 유쾌하게 구성한다. 마치 실수인 것처럼 블랙코미디를 선보이며 대중 뮤지컬의 정석을 선보인다. 순간순간 조력자가 나타나 긴장과 반전을 선사하며 익살을 부각한다. 몬티를 연기한 유연석, 김동완, 서경수 배우는 노래 분량이 적고 연기력이 필요한 배역에 꽤나 적합한 캐스팅이다.

특히 묘미는 하나하나 죽어가는 다이스퀴스를 모두 한 사람이 연기한 것이다. 오만석, 한지상, 이규형 배우는 비열하고 악독한 후계자 1인 9역 연기를 의상을 빠르게 바꿔가며 해낸다. 마치 중국 경극에서 얼굴을 바꿔가며 변검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몬티와 삼각관계를 이루는 임소하, 김아선 배우의 연기 또한 볼 만하다. 여러모로 올해 연말 대목에서 주목받는 작품이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극장을 대관하지는 못한 작품이지만 개막하기 이전부터 주목을 끌었다. 원작이 워낙 탄탄해 누가 만들어도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됐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2014년 토니 어워드,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외부비평가협회상, 드라마 리그 어워드 등 브로드웨이의 4대 뮤지컬 어워즈에서 '최우수 뮤지컬'로 선정됐다. 스포츠로 치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것이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는 공연은 내년 1월 2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 기간 : 2018.11.09 ~ 2019.01.27. / 관람시간 : 150분 / 출연 : 김동완,유연석,서경수,오만석,한지상,이규형,임소하,김아선,김현진 / 티켓가격 : R석 110,000원, S석 88,000원, A석 66,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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