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작가 '미나토 가나에' 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 ‘왕복서간往復書簡: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은 중학교 시절 동창이자 오래된 연인 사이인 '준이치'와 '마리코'가두 남녀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마주하게 된 15년 전 발생한 사건의 진실을 다뤘다.

'편지'와 그에 대한 '답장'이라는 형식을 빌려 서술하는 독특한 형태의 서스펜스로 원작의 특징을 손편지라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빚어내는 작품이다. 편지를 읽으며 진행되는 차분한 인트로가 진행된다. 초반 대사가 없는 의도된 침묵이 잠시 지나가면 편지를 읽어내려 가는 여성의 음성이 들린다.

 

각자 다른 공간에 있는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그리워하고 여자는 편지를 남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 내린다. 사이좋은 연인들이 하는 그런 모습과 같다. 무대 위에는 남자의 공간과 여자의 공간이 구분되어 있다. 각각의 장소에는 다른 형태의 책상과 시계가 있고 그 공간 안에서 편지를 쓰고 읽으며 작품을 진행한다. 이 작품은 포스터만 보면 로맨스물 같지만 보도자료에도 나왔듯이 서스펜스 연극을 지향한다. 서스펜스물에는 반전이 있을테고 그 최종반전을 위해 스토리는 연결되어진다. 무대, 배경음악, 조명은 그 반전을 극대화하기 위해 포인트가 맞춰진다. 그런 면에서 무대디자인이 '단조롭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스토리상의 반전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연출적 배려 일 수 있다. 또한, 피아니스트 이범재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진행한 배경음악 역시 단조로운 피아노 선율로 작품의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무대 아래에서 위로 세팅한 조명은 배우들의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무대벽면에 배우들의 영상을 투영하면서 '긴장감'을 극대화 하는 연출을 취했다.

이 연인들 사이에 있는 15년 전 그 사건은 무엇일까? 중반에 들어서면서 그 사건에 대한 과거 스토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다음 순간의 상황을 더 빨리 알고 싶은 관객들은 배우들의 대사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듣고 싶어하는 듯하다. "어디로 가는거야? 준이치." 연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 아무 상의없이 2년 간 해외로 자원봉사를 하러 가겠다는 남자의 말에 여자는 이제서야 목적지를 묻는다.

초반에 느껴지는 약간의 지루함을 참고 관람하면 충분히 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재미있게 본 관객이라면 이 작품 역시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연극 ‘왕복서간往復書簡: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은 9월 27일부터 30일까지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장소: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 기간: 2019.09.27 ~ 2019.09.30./ 출연: 김다현,에녹,김규종,이정화,강지혜,송영미,진태화,황성훈,조원석,조훈,이진우 /관람시간: 총 100분/ 티켓가격: R석 55,000원, S석 44,000원(할인 적용 시 최저가 22,000원 ~ 최고가 3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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