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낙비가 내린 후 양재천 산책길을 따라 걷는다. 물이 불어난 탓인지 졸졸 흐르는 소리가 시원하게 다가와 어느 시골길 을 걷는 느낌이다. 삼십여 년 전 까지만 해도 쓰레기와 악취로 개천 옆 아파트는 주거지역으로는 기피 대상으로 여기던 곳이었다. 이제는 잘 정돈되어 야생화가 곳곳에 피어 오고가는 계절을 알리고 있다.

방금 집에서 보고 나온 봉오동 전투의 장면이 어른거리고 귀에서는 총 쏘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린다. 그 험준한 산자락에서 빗발치는 총탄을 피해 달리고 달리던 독립군이 피투성이가 되어 지키고자 했던 것은 오직 이 땅 이었다. 그 서럽고 귀한 땅위를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며 가슴이 울컥해진다.

요즘 주위에서 방탄 소년단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다, 친척 중에 방이동에서 외국인 전용 숙박업을 하시는 분이 있다. 손님 중에 BTS는 직접 못 보더라도 그가 다니던 식당에서의 자리라도 앉아 보겠다며 말레이지아에서 네 명의 여성이 왔다는 것이다. 모여 앉아 있던 육칠십 세대인 우리는 ‘와!’ 대단하다고 했지만 그들의 행동이 이해 불가였다. 친구의 딸은 영어를 가르치겠다고 아이 셋을 데리고 캐나다에 갔다. 그런데 10대인 두 아이는 걱정을 안했지만 셋째가 걱정이었다. 아직 다섯 살 이라서 너무 어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방탄 소년단이 시원하게 해결 했다는 말해 어리둥절해 했다. 이유는 그 선생님이 방탄의 광 팬 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엄마에게 오히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했고 한국인을 만난 것에 대해 반가워 어쩔 줄 몰라 했다는 것이다. 든든한 선생님의 지원을 한 몸에 받은 아이는 자신감이 생겨 신나게 영어를 배우고 왔다는 것이다. 구십년 대 말쯤 신문에 영국 파견 기자가 기고한 서글픈 글은 우리의 과거를 말해준다. 가족을 데리고 갔는데 자녀들이 초등학교 다닐 정도의 나이였다. 외국인 학교에 보냈다. 수업 중에 각자 자기 나라 자랑을 발표 하는 시간이었다. 우쭐해진 아이가 삼성이 한국 것 이라며 주변의 광고판을 자랑스럽게 말했다는 것이다. 그다음 순간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거짓말 하지 말라며 삼성은 일본 것 이라며 정정해 아이들에게 가르쳤다는 것이다. 이 아이는 울고불고 집에 왔다고 했다. 그 당시 유럽에 가면 차이나? 재팬? 하고 묻다가 NO 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던 때였다.

이제는 전 세계에 신드롬을 만들어 가고 있는 케이 팝에 대해서 세계는 그 심층 분석을 하는 중이다. 모국어 외에는 통하지 않는 십대들이 한국어 까지 배우며 열광하는 광팬들을 보며 마카레나 같은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조각 같은 외모와 완벽한 칼 군무에 반한다. 이들이 부르는 노랫말은 일곱 명의 가수가 한 줄 한 줄 아이디어를 모으고 번뜩이는 곡을 붙여가며 만든다고 한다. 팬들은 수많은 상징과 은유로 가득한 노랫말과 뮤직 비디오를 보며 열광한다. 그들은 시인이자 음악가이며 철학적인 종합예술가로서 소통의 기술을 터득한 듯 보인다. ‘등골 브레이커’ 에서는 부모를 졸라 수십만 원짜리 패딩을 입은 청소년들을 아프게 꾸짖는다. 똑같은 소리도 부모나 선생님이 했으면 ‘설명 충, 선비 충’ 이라며 눈을 흘겼을테지만 방탄의 잔소리엔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어른들이 억울해도 할 수 없다.

내 피 땀 눈물 내 마지막 춤을 다 가져가 가

내 피 땀 눈물 내 차가운 숨을 다 가져가 가

최근 내놓은 ‘피 땀 눈물’의 가사의 일부다. 알면서도 삼켜버린 독이든 성배와 같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에 빠진 소년의 혼란스러운 마음이 드러난다. 인생에서 한번쯤은 마주치게 되는 악의 그림자와 타인과의 갈등에 대한 성장의 과정에 대해 노래한다. 그들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모델로 쓴 가사라고 한다. 이들은 세계평화의 중심인 유엔에서도 연설을 했다. 메시지는 ‘러브 마이 셀프’ 이었다. 진정한 사랑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믿음으로 시작한다는 가슴 뭉클한 내용이었다.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나온 이란 여성은 드라마 주몽을 보고서 우리말을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이란 사람의 99%가 시청했을 정도라며 그 드라마 방송 시간에는 거리에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고 우리말로 설명해 준다. ‘주몽’과 ‘대장금’ 드라마를 본 후 우리말의 매력에 빠져들어 그 나라에 있는 세종어학당을 다니게 되었고 유학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딸이 독일에 유학 갔을 때 비슷한 일이 있었다. 처음 자기 소개하는 시간에 코리아에서 왔다고 했더니 코리아 드라마 보는 모임에 들어오라는 제의를 받았다. 그 모임 에서 dvd에 담긴 영상으로 “두사부일체, 엽기적인 그녀, 신라의 달밤‘ 등의 영화를 보았다고 했다. 보다가 그들이 이해 불가한 장면들을 해설을 곁들여 주면서 함께 하면서 애국심이 절로 생기더라고 했다.

방탄 소년단의 리더는 문화 대상을 받은 수상 소감에서 “백범 김구 선생님이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그리고 어떤 물리적인 힘보다 모든 경계를 무너뜨리는 가장 강력한 무형의 힘이다” 이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약력

학여울 문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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