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 물감이 수채화로 번지는
산등성 사이로
사춘기 소녀 젖꼭지 빛으로
진달래 꽃봉오리들이 수줍게 열리던 날
꽃이 된 할머니
할머니가 오신다는 기별을 받았는지
뻐꾸기 청량한 소리로 곡을 하고
산벚꽃이 먼저 누워 할머니를 기다렸다
학의 솜털로 하얀 수의는
감빛으로 물들어 가고
시집올 때나 한 번 입었을
빨간색 비단 명정에서
팔십 평생이 붉은 꽃으로 지고 있었다
씨간장으로 단아하게 써내려간
이름 석 자 위
하얀 밀가루는
백목련 꽃빛으로 눈이 부셨다
화전을 부치던 화사한 봄날
내 기억을 잡고
옥양목 행주치마에
진달래꽃 가득 담아 떠나신 우리할머니
해마다 사월이면
이 시리게 환한 벚꽃의 미소로
애잔한 뻐꾸기 목소리로
한 다발 진달래꽃으로 오시는 할머니
약력
시인 수필가
산림문학상수필 부문 수상
서울강남문학상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