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여명의 눈동자’가 지난달 2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렸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는 방영 당시 일본군 위안부와 제주 4.3사건의 역사적 사실을 정공법으로 풀어내 두 주인공 여옥과 대치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던 하림의 비극적 사랑을 그려내며 최고 시청률 58.4%를 기록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기존드라마의 프레임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인물들을 더하고 굵직한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를 압축해 역동적인 무대에 녹여냈다. 이 작품은 뮤지컬 원작에 충실하게 우리 선조들의 비극적 역사를 가감없이 다룬다. 

노우성 연출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일의 결과를 온 몸으로 감당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선조들의 비극을 고스란히 그리고 싶었다. 역사적 사실을 두려워하지 않고 똑바로 대면하고 얘기하는 것이 우리 예술가들의 역할이라 생각한다.”라고 작품의도를 밝혔다. 

1년전 초연에 비해 음악이 더 깊고 커졌다. 작곡을 맡은 J.ACO는 "1년간 재정비를 거쳤다. 규모가 큰 극장에서 어떻게 극의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에 집중했고, 오케스트라 편곡을 많이 했다”고 바뀐 점을 설명했다. 

여옥 역은 김지현과 최우리, 박정아가 연기하며, 일본군에 징용돼 여옥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지만 이후 버마 전투에 끌려가며 이별을 맞는 최대치 역은 테이, 온주완, 오창석이 맡았다. 군의관으로 근무하다 여옥을 사랑하게 되는 장하림은 마이클리와 이경수가, 대치와 함께 징용된 친구 권동진은 정의제와 빅스 혁이 연기한다. 

뮤지컬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오창석은 “3~4년전 처음 뮤지컬 제의를 받았을 때는 자신이 없어 고사했는데, 이번에는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도전했다. 뮤지컬이 쉽지 않다는 걸 많이 느꼈다. 공연이 끝나는 날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초연 때 하림역할의 테이는 이번 시즌에 최대치로 돌아왔다. 그는 "대치라는 인물이 이해받기 쉽지 않은 인물인데 왠지 정이 많이 갔고, 그러던 차 대치 역으로 출연 제안을 받았다”며 “당시 역사를 이해하는 만큼 대치가 보이는 것 같다. 관객들이 대치의 선택을 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굳건히 대치의 길을 걸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초연에 이어 여옥으로 분한 김지현은 "처음 작품을 받았을 때 너무 좋아서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내 마음에 훅 들어온, 운명처럼 거절할 수 없었던 작품이다”라며 “이번에는 초연과 드라마가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대치와 여옥의 장면이 하나 더 추가됐다. 그 부분에서 여옥의 생각이 좀 더 보여질 것 같다”고 달라진 점을 짚었다. 이어 온주완은 “어렸을 때 봤던 드라마 속 최재성 배우의 대치와는 좀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는 말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자신만의 밝혔고 빅스 혁은 “작품을 통해 많은 분들께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 하는 것이 본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뿌듯한 심경을 표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관객에게 아련한 추억을 소환하는 작품이지만 세종문화회관의 넓은 무대를 극복하기엔 다소 역부족이었다고 생각된다. 앙상블의 역동적인 군무는 돋보이는 반면주인공이 연기할 때 동선이 길고 무대자체가 높아 관객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거기에 1943년 겨울부터 한국 전쟁 직후, 동아시아 격변기 10년을 160분에 녹여내다 보니 이야기 전개에 있어 깊은 맛이 다소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만으로도 고민없이 한번 가보고 싶은충동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이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오는 27일까지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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