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ON] 배나라, "내가 생각하는 윤명렬, 우월과 열등이 공존하는 인간“ ②
Q. 전 작품인 <개와 고양이의 시간>에서는 인간이 아닌 역할을 맡았잖아요. 이 극을 이해하고 연기하는데 도움이 된 부분이 있을까요?
이전 작품에서는 아주 착한 강아지여서, 착함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명렬’이는 그런 이미지는 아니니까 전작 이미지가 남을까 걱정이 좀 있었죠. 그래서 분장이나 전체적인 분위기에 신경을 세세하게 썼어요. 결과적으로는 충분히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Q. 배나라가 만들어 내는 ‘명렬’은 어떤 캐릭터일까요?
‘명렬’이는 겉으로 봤을 때 뭐든 많이 가진 채로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우월하고 잘난 척이 많은 캐릭터에요. 그런데 표면적인 우월감 뒤에 말과 행동이 열등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양면성을 강조해서 보여드리려고 노력을 했어요. 제가 보기엔 명렬이는 그 시대에 소작농이나 하면서 욕심 안 부리고 살면 좋았을 텐데 아버지에 대한 기대감과 압박감 때문에 ‘의신’에게 기대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Q. ‘명렬’을 만드는 데 참고한 것이 있나요?
공연이 없는 시간에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이에요. <아수라>라는 영화를 봤는데 거기 나오는 캐릭터들에게서 ‘의신’과 ‘명렬’을 감정선을 보게 됐어요. 엔딩이 괴로운데 그 괴로움을 명렬이의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공연 들어가기 전에 두세 번 정도 다시 본 것 같아요. 이전 시즌 ‘명렬’을 연기했던 기세중 배우와 닮았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는데, 세중이랑 워낙 친한 친구라 <배니싱> 전에도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그래서 비슷한 느낌이 드는 건가 싶기도 해요. 그 친구가 워낙 상남자 스타일이라 “네가 하고 싶은 ‘명렬’이로 밀어붙이면 좋을 것 같아”라고 해줘서 힘이 많이 됐어요.
Q. ‘명렬’은 제삼자면서도 <배니싱>의 처음과 끝을 만드는 캐릭터입니다. 캐릭터를 만드는데 어렵지는 않았는지?
모든 부분이 어려웠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악역으로 나온다고 해서 욕심이 많고 차갑기만 한 캐릭터라면 쉽게만 느껴질 것 같아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명렬’이가 얼마나 형을 생각하는지, 또 사랑하는지에 대한 관계도를 깊게 만들어서 이후 일어나는 일들에 상처받으면서 흑화하고 고통스러워하다가 마지막에 더 크게 무너질 수 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게 제 ‘명렬’이인데, ‘명렬’이라는 캐릭터의 노선이 한순간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쉬운 목표는 아니지만, 기본적인 틀이 흔들리지 않은 선에서 처음 오는 관객분들은 물론 여러 번 보는 관객분들도 재미있게 느껴지게 하고 싶습니다.
Q. ‘명렬’은 결국 홀로 남아 외롭게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명렬’의 결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 마디로 말하자면 ‘꼴 좋다’(웃음)고 생각해요. 대본을 봤을 때부터 ‘명렬’이는 가지 말아야 할 길을 선택했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명렬’이가 할 수 있는 정직한 길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자업자득이죠. 다만 처음과 끝 모두 ‘명렬’이가 나오기 때문에 끝에서 빛에 노출되는 두려움을 극대화 하는 부분을 조금 더 신경 쓰고 있어요. 그 부분이 강력한 한 방으로 보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