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쇄신, 결국 공천권 다툼될 듯
'이대로는 안된다' 위기의식 만성화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통과 이후 그동안 미뤄져왔던 한나라당 쇄신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이대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에서 이같은 움직임은 홍준표 대표, 쇄신파,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각각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홍 대표는 지난 21일 한나라당 창당 14주년을 맞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14년 동안 변화와 쇄신, 혁신을 해 왔지만 또다시 국민들이 요구하는 변화와 쇄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당의 쇄신 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의 쇄신도 동시에 할 수 있는 '시너지 쇄신'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구체적으로 당 쇄신과 관련해서는 주요 당직자 교체, 중앙당사 폐지, 공천 및 새인물 영입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홍 대표가 불출마 카드까지 염두에 두고 공천권을 행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천을 통한 당의 일신의 주도권을 홍 대표가 쥐려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홍 대표가 4선 의원으로서 국회의원을 한 번 안 하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질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전당대회 나올 때부터 공천권 행사까지 보고 나왔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이번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당내 단도리를 잘했다는 점에서 굉장한 선방을 하고 넘어갔다는 평가다.
홍 대표가 뒷일을 도모하기 위해 자기 사람을 많이 심어둬야 하고 이번에 쇄신국면에서 한 축을 담당해 반드시 공천권을 행사한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나라당 쇄신과 관련해 홍 대표는 22일 부자 증세로 비유되는 이른바 '버핏세' 도입 논란과 관련, "(가진 자들이) 같은 세금을 내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지도층과 가진 자들이 자기 것을 빼앗긴다고 생각하지 말고 사회를 위해 양보한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 등 한나라당 쇄신파들은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야당에 앞서 버핏세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치고 나왔다.
반면에 친이계 나성린 의원은 "경제는 심리인데 국부 창출 집단들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고, 친박계 이한구 의원은 "종합적 검토 없이 단순히 부자들이 잘 지내니깐 더 세금을 부담하라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친박 진영과 친이 진영의 이같은 움직임은 서로간의 관계 설정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박 전대표가 한나라당의 보수 지지자들을 껴안는 행보이기도 하지만 MB와의 결별 보다는 당분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는 게 득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본격적인 대권가도를 달리는 상황이 왔을 때 끝까지 MB와 손을 잡을 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MB정권과 차별화를 위해 내년 총선 공천과정에서 이상득 의원을 압박하면서 MB정권과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결국 한나라당 쇄신대상의 정점에는 이 대통령이 있고 홍 대표, 쇄신파, 박 전 대표 등이 MB를 희생양으로 공천권 헤게모니 다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나라당의 쇄신이 국민의 마음을 잡기 위한 진정성의 발로인지 아니면 생존을 위한 정치공학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따라 탈출구 혹은 지뢰로 작용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