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드] 김이후, “완벽하지 않더라도, 도망치지 않는 배우가 될래요”①

2021-03-10     김희선 객원기자
​▲ 배우 김이후가 지난 4일 대학로에서 서울자치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ㅣ 사진 김수현 기자

“나는 잘 찡찡대는 사람이다. 그게 내 단점이라면 장점은 ‘찡찡대면서도’ 계속 열심히 한다는 거다. 스스로 강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고, 재능 있는 사람을 보면 한없이 부럽다. 노력도 많이 해야하고, 내 멘탈도 스스로 다독여줘야 하는 사람인데 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좋아해주시는 분도 있는 거니까. 완벽하게 해내겠다는 장담은 못하지만, 완벽하지 않더라도 도망치지 않고 계속 할 거다. 도망칠 배짱도 없다(웃음).”

‘김이후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그가 내놓은 답변은 솔직하고 매력적이다. 김이후(28)는 2020년을 누구보다 바쁘게 보낸 배우 중 한 명이다. '앤 ANNE'을 마치고 얼마 되지 않아 뮤지컬 ‘알렉산더’, ‘블러디 사일러스:류진 더 뱀파이어 헌터’, ‘아킬레스’까지 숨쉴 틈 없이 달리며 대학로를 종횡무진했다.

데뷔 5년차 배우 김이후에게 무대 위에서 맞이하는 매일은 늘 새로운 도전의 나날들이다. 2021년 역시 마찬가지이며, 오는 3월 14일 마지막 공연을 앞둔 연극 '제인‘도 김이후에게 유독 각별한 도전으로 기억될 작품이다. ’알렉산더‘, ’아킬레스‘에 이어 세 번째로 MJStarfish와 함께 한 작품이자 그의 첫 번째 연극이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난 김이후는 “짧지만 열심히 했고 그만큼 많은 관객들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했던 작품이다. 늘 긴장 상태로 무대에 나서서 시간이 굉장히 빨리 지나갔다는 느낌이 들고, 벌써 막공이라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며 웃었다. 그는 “연극은 처음이었는데 뮤지컬과 다른 매력을 많이 느꼈다. 같이 공연한 제인 역의 언니들에게 많이 기댄 부분이 있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 배우 김이후가 지난 4일 대학로에서 서울자치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ㅣ 사진 김수현 기자

연극 ‘제인’은 샬롯 브론테의 소설 ‘제인 에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2인극이다. 19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서사의 고전, 제인 에어는 이희준 작가의 손을 거쳐 21세기 ‘제인’으로 재탄생했다. ‘제인’을 각색하고 무대에 올린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 극이 대학로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여성 2인극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네 명의 배우가 더블 캐스팅으로 제인(문진아·임찬민)과 로체스터 외(김이후·정우연) 역할을 맡아 19세기의 이야기를 21세기의 방식으로 풀어내며 지금을 살아가는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완전히 도전이었다. 여성 2인극이기도 하고, 나를 굉장히 의욕적으로 만들어준 작품”이라며 “사람들에게 이 연극을 전달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원작이 오래된 이야기이다보니 지금 각색한 내용이 어떻게 비춰질까 고민도 많았는데 다행히 잘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미소를 보였다.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큰 만큼 노력도 많이 했다. 김이후는 “책도 읽고 영화도 보면서 당시 분위기를 느껴보고자 했다. 넷플릭스에서 시대물을 보면서 복식 같은 부분도 많이 참고했다. 그러면서 그 시대 여성이 이렇게 행동했다는 게 무척 당찬 일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돌이켰다.

내용적인 면 외에도, 처음 도전하는 연극은 그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줬다. 김이후는 “그동안 뮤지컬을 하면서 음악이 주는 느낌을 받아 연기했다면, 이번 ‘제인’을 통해 연극을 경험하면서 온전히 상대방과 나의 존재만으로 무대를 채워야 한다는 부분에서 집중력이 더 커졌던 것 같다”며 “넘버와 템포에 맞춰 연기를 해야하는 뮤지컬과 달리 연극은 호흡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조금 더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기회가 생긴다면 나중에 또 연극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