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Talk] '데스트랩' 에서 실패한 극작가 시드니 브륄로 변신한 배우 고영빈

"진지한 코미디를 저만의 디테일로 차별화했어요"

2021-04-26     김정민 기자
'시드니 브륄' 역을 밭은 고영빈

예측불가 반전스릴러 ‘데스트랩’에서 시드니 브륄역을 맡은 고영빈을 지난 20일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욕망, 배신, 거짓.’ 이 세 단어로 요약되는 연극 ‘데스트랩’은 오는 6월 6일까지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공연한다.

고영빈은 작년에 ‘시데레우스’를 하면서 제작사 랑 대표와 박민성 배우가 시드니 브륄을 하면 잘 어울릴거 같다는 얘기를 했었고 대본도 맘에 들었다고 했다. 그는 “오랜동안 쉬어서 뮤지컬로 관객들과 만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마침 데스트랩 제작사와 시기가 맞아 떨어져 결과적으로 이 작품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결정해 ‘데스트랩’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영빈은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1년만에 연습을 하게 되서 그런지 연습실에 있는 시간이 너무 재미있었고 오랜만이라 대사 외우는 부분이 좀 힘들지만 연기자체는 너무너무 즐겁게 하고 있고 극 중에서 몸쓰는 것도 너무 좋았다고 미소지었다.

연극 ‘데스트랩’은 코믹하면서도 스릴 넘치는 작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만큼 배우 본인의 완급조절과 관객들과의 밀당이 중요하다. 고영빈은 “연습할때도 예상못했던 부분인데, 내 예상대로 관객들의 반응이 나오면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반응이 미미하면 ‘뭔가 잘못됐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여러 번 본 분들이 많은 작품이라 관객분들의 반응이 다양해서 지금은 너무 거기에 얽매이지 않고 대본대로 충실히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되뇌었다.

고영빈이 맡은 ‘시드니 브륄’은 정극 연기, 공포 연기, B급 감성 연기, 로맨틱한 연기, 야한 연기, 슬픈 연기 등 여러 패턴의 연기를 배우의 에너지로 끌고 가야하는 작품이다. 그는 작품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탄탄함에 주목했다고 한다. “‘대본이 잘 짜여져 기승전결이 명확하므로 기본적으로 대본에 충실하게 인물을 해석했다. 여러 패턴의 연기를 끌고 가기 위한 하기 에너지에 대해 말하자면, 극 초반에는 많이 긴장하고 신경을 많이 써 집중력이 빨리 소진되서 힘들었다. 이제 체력소진이나 부담은 나아졌고 100퍼센트 충분히 작품에 스며들었다. 처음에는 에너지가 좀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몇 주 지난 지금은 관객들과 호흡하는 과정을 통해 에너지가 많이 올라왔다”고 밝혔다.

작품속에서 마이라에게 서서히 충격을 줘서 사라지게 해야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데 살인을 소재로 한 글을 쓰며 쓰여진 글을 통해 다시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살인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괴물같은 기질과 내면이 나오는 본인도 연극인지 실제인지 분간이 안가는 상황이 되는데 여기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에너지가 생긴다.

연극 '데스트랩' 공연장면 1

’데스트랩‘에서 시드니 브륄의 상대역인 클리포드는 기세중, 송유택, 차서원이 참여하고 있다. 고영빈은 세 명의 클리포드와 호흡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라는 사람은 좋게 얘기하면 물같은 스타일이에요, 담아지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바뀌는 타입이라 클리포드들이 그릇이라면 거기에 제가 맞춰서 가고 있습니다(웃음). 각각의 재미가 있고 그날 그날 다르게 느끼고 있죠. 유택배우와는 조금 더 활동적이고 생동감있게 하게되는거 같아요. 유택배우가 스스로 알아서 하는 부분이 많아서 제가 관찰하게 되고 연기적으로 어떻게 접근할지 생각하며 긴장감을 느끼게 됩니다.

서원이 같은 경우는 저와 성향이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멍석이 깔려도 스스로가 동하지 않으면 억지로 뭘 하려고 하지 않아서 그 친구가 집중하고 있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세중이 같은 경우는 유택이 같은 면도 서원이같은 면도 있고 두 친구를 섞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워낙에 스스로 극을 잘 이끌어나가는 힘이 있는 친구죠.”라고 말했다.

’데스트랩‘은 애드리브보다는 대본에 충실한 작품이다. 고영빈은 말도 안되는 애드리브나 행동들이 안 나오도록 특별히 신경쓰는 디테일이 있다고 했다. “대사의 애드리브는 어쩔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대본에 충실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는 ’이 대사가 왜 나왔지?‘ ’왜 이런상황이 됐지?‘를 퍼즐 맞추듯이 계속 생각하면서 뒷상황을 미리 알고 치는 대사를 생각하며 행동으로 찝어주고 가는 디테일이 있습니다. 부분을 생각하면서 대사를 미리 친다고 해야할까? 앞뒤를 맞춘다고 해야할까? 이런 디테일에 신경을 씁니다.”라고 말하며 “이번 인터뷰를 통해 특별히 알려드린다면 공연초반에 5분정도 혼자 나와 서성거리는 장면에서 대본을 읽으며 마이라를 맞이하는 장면이 있어요. 저는 그 부분에서 대분은 읽지않고 그냥 들고 있을 뿐이며 돌아다니는 동선들이 약간의 시뮬레이션이라고 생각하며 제 나름의 디테일을 만들면서 무대를 돌아다닙니다. 이것말고도 극 중에 여러 가지 저만의 디테일이 있는데 관객분들이 디테일을 찾아 주신다면 제가 훨씬 더 재미있고 자신감 있게 공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이들 보러 오셔서 제가 설정한 무대의 디테일을 찾아주세요(웃음)”라고 덧붙였다.

연극 '데스트랩' 장면2

고영빈은 연극 ‘데스트랩’에서 본인이 1막3장( 마이라가 죽기전까지는 시드니 브륄은 부인밖에 모르는 남자로 보여지는 장면)을 연기할 때 “저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이 사람을 버린거야?”라는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나 궁금해서 이 장면을 좋아하고 재미있게 느낀다고 한다. 죽었다가 다시 일어날 때 관객들이 반전에 대응하는 모습이 보고싶어 그런 면에서 본인에게는 재미있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반전 장면에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너무 반응이 없으면 재미없어서일까? 라고 관객들에게 물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매번 관객들을 처음 만나는 첫공은 항상 설렌다고 했다.

고영빈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데스트랩 리딩이 끝나고 유택배우와 첫 walk through를 하는 과정에 생긴 일을 꼽았다. “초연이라 아직 대본을 다 못 외워 손에 쥐고 walk through를 진행하는데 1막에서 마이라가 죽고 정신이 없는 와중에서 대본을 놓치자 유택이가 대본을 가져가 버렸어요. 그래서 죽어있는 상태에서 기어가서 대본을 가져왔고 모두가 한바탕 웃었죠. 그 다음 장면인 클리포드가 시드니의 대본을 뺏는 장면에서 유택이가 너무 몰입해제가 봐야하는 대본을 장면에서 뺏아야 하는 대본으로 생각하고 계속 가져갔죠. 그래서 ‘대사 좀 보자’라며 대본을 가져왔죠. walk through가 끝나고 나서 유택이가 ”너무 재밌었다.“ 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말해주면 상대 배우는 큰 힘이 되죠.”라며 웃음지었다.

연극 '데스트랩' 포스터

고영빈은 방대한 대사량을 계속 읽고 연습하면서 6주정도 되면 자연스럽게 외워지는 타입이라고 했다. 다만 이번엔 작품 자체가 자연스런 상황이 아닌 꾸며진 상황들이 계속되다 보니 이번에는 달달 외우듯이 외웠다고 했다.

고영빈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공연을 올리고 있는데 매번 와주시는 관객들이 너무 대단하고 너무 감사하다며 어찌 보면 배우는 고립된 소수이고 관객은 불특정 다수와 접촉해야 하므로 더 힘든 상황임에도 오히려 관객들이 철저하게 방역규칙을 더 열심히 지켜주시고 있어서 고맙다며 공연이 유지되는 것은 모두 관객분들의 그런 마음덕분이라며 “그 마음 아니면 공연이 힘들지 않았을까요?”라고 되물으며 고마운 마음을 거듭 강조했다.

덧붙여 연극 ‘데스트랩’은 ‘공연이 이렇게 다양함을 가지고 있는구나’라는 관점에서 연극이나 뮤지컬을 많이 못 접해보신 분들이 새롭게 공연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작품이니 많이들 보러 와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