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프레스콜] 소극장으로 돌아온 주크박스 뮤지컬 '미인', 3명의 창작진이 말하는 '미인' 이야기

2021-09-24     김희선 객원기자
왼쪽부터 서병구 안무가, 김성수 안무감독, 이희준 작가ㅣ사진 ⓒ 김수현 기자

"배우들이 힘들어야 관객들은 즐거워한다는 취지로, 경제적이되 좀 더 디테일하게 구성했다." | 서병구 안무가

"주크박스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편곡의 역할은 서사를 완성시키는데 있다. 거기에 더해 신중현 선생님에 대한 저의 리스펙트를 담았다" | 김성수 음악감독

"신중현 선생님의 노래에 담겨 있는 강력한 저항정신을 하나의 방향으로 옮기기에 가장 적합한 배경이 일제강점기라 생각했다" | 이희준 작가

프레스콜에 참석한 배우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ㅣ사진 ⓒ 김수현 기자 

한국 록 음악의 대부 신중현의 주옥 같은 노래들이 다시 한 번 뮤지컬로 되살아났다. 2018년 초연 당시 큰 사랑을 받았던 주크박스 뮤지컬 '미인: 아름다운 이곳에'(이하 미인)이 지난 15일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개막했다.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미인'은 많은 부분에서 달라진 모습이다. 2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프레스콜 행사에서, 2018년 초연 때부터 '미인'과 함께한 3인의 창작진 이희준 작가, 김성수 음악감독, 서병구 안무에게 재연으로 돌아온 '미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박영수, 최민우,  최호승, 김윤하 배우가 '떠도는 사나이'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 '미인' 초연이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올라왔던 점을 생각하면, 이번 재연은 소극장인 만큼 무대 활용과 안무적인 부분에서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부터 신중현을 비롯한 신중현 사단의 춤을 추며 자란 서병구 안무가는 추억과 재미를 안무에 녹였다.

서병구 안무가 | "신중현 선생님의 노래들은 내가 학교 다닐 때부터 유행했고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곡들이다. TV 속에서 신중현 사단이 노래하고 춤출 때 나는 공부 안 하고 이 춤들을 배우면서 자랐다(웃음). 대극장 버전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번 소극장 버전에서도 내가 춤추며 따라했던 것들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 때의 추억을 상기시키며 재미있게 안무했던 기억이 난다. 작중배경인 일제강점기 시절엔 스윙재즈가 유행했지만 우리나라에선 춤 스타일이 풍요롭지 않은 때였다. 70년대 고고 댄스, 80년대 디스코 등을 적절하게 섞어서 '미인'의 안무로 녹여냈다.

또한 대극장에서는 주로 앙상블들이 노래하고 춤추며 모든 안무를 구현했던 반면, 소극장에서는 앙상블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주조연급 배우들이 모든 안무를 소화해내야 했다. 안무를 소화하면서 노래도 하고 연기까지 해야 되니까 배우들이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작을 쉽게 바꾸거나 하진 않았다. 배우들이 힘들어야 관객들은 즐거워한다는 취지 아래, 좀 더 난이도 있는 동작들을 더 구성했다. 소극장으로 와서 바뀐 부분이 있다면 (초연 때)대극장에서 했던 큰 동작이나 장식적인 안무들을 조금 배제하고, 소극장 버전에 맞게 동작들을 조금 더 경제적으로 이용한 점이다. 또한 관객들이 가까이서 보는 만큼 현장감을 느낄 수 있어서, 배우들의 얼굴에서 나오는 표정이나 몸에서 나오는 표현력 등을 관객들이 바로바로 느낄 수 있게끔 동작들을 좀 더 디테일하게 구성했다."

여은 배우와 박영수 배우가 '알 수 없네'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 '미인'은 1950년대 음악의 불모지였던 한국음악 시장의 대중화를 이끈 음악인이자, 한국 록 음악의 대부라 불리는 신중현의 명곡들을 엮어낸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원곡이 가진 힘이 강력한 만큼, 김성수 음악감독 역시 소극장으로 돌아온 '미인'의 편곡에 다시 한 번 '리스펙트'를 담았다.

김성수 음악감독 | "초연 역시 MR이었기 때문에 구조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초연 때는 하륜관이라는 무대에 30, 40년대 빅밴드 스윙 위주로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신중현 선생님 시대의 음악들을 사용했다. 이번에 하륜관에서 나오는 노래들은 주로 50~70년대 음악들로, 신중현 선생님과 같은 시대를 보낸 뮤지션들의 곡을 매시업해서 사용했다. 아마 록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듣자마자 '어?'하셨을 텐데(웃음). 예를 들면 '꽃잎'은 애니멀스(The Animals)의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이라는 유명한 곡을 사용했고 '꽁초'는 도어스(The Doors)의 'Riders On The Storm'을 썼다. 비슷한 시대, 영향을 줬을 수도 있는 뮤지션들의 곡을 사용해 내 나름대로 신중현 선생님에 대한 '리스펙트'를 표현했다. 특히 '꽃잎'은, 외람되는 말이지만 선생님께서 마음에 들어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김윤하 배우가 '바람'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그 밖에도 '알 수 없네', '떠나야 할 그 사람' 등 병연의 넘버들을 어쿠스틱 기타로 소극장화 시켜 편곡한 것들이 지난 공연과 차이점이 될 것이다. 사실 주크박스 뮤지컬에서 편곡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서사를 완성시키는 데 있다.

사실 '아름다운 강산' 같은 경우, 이 편곡을 가져오면서 작가님, 연출님, 또 모든 분들께 논쟁있을 만한 편곡이라고 말씀드렸다. '아름다운 강산'의 변화는 이런 것 같다. 지난 시즌의 경우 이야기를 멈추고, 그 드라마에 발을 반만 담근 상태에서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음악이 '아름다운 강산'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아름다운 강산'이라는 음악 안에서 이야기를 종결시켜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 강호라는 인물의 성장을 담고, 지난 번과 다르게 해야 하는. 초연 때 좋아하셨던 분들은 이번 편곡을 섭섭해하실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제게 주어진 책무는 무대 공연에서 서사에 목적을 두는 것이라 생각하고 시도했다."

현석준 배우가 '아름다운 강산'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 '한국 대중음악의 아버지' 신중현의 음악으로 재구성되는 주크박스 뮤지컬 '미인'의 배경은 1930년대 일제 강점기 경성의 극장 하륜관이다. 이희준 작가는 신중현의 음악 전체를 관통하는 저항 정신에 집중해 바로 이 시대, 이 곳을 극의 무대로 선택했고 마지막에 '아름다운 강산'을 배치했다.

이희준 작가 | "신중현 선생님의 노래들에는 저항 정신이 굉장히 강하게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등장인물들을 하나의 방향으로 몰아가기에 가장 적합한 배경이 일제강점기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이 극의 주제가 되는 넘버가 있다면, 그건 '아름다운 강산' 장면일 것이다. 결국 거기로 모든 것들이 다 모여서 가는데, 그 순간에는 강호가 무대에 혼자 서 있긴 하지만, 혼자 서 있을 수 있는 용기를 낼 때까지의 함께 한 많은 이야기와 많은 사람들이 있지 않나. 그 연결감을 만들 수 있는 장면들이 앞에 있고, 그것들이 마지막에 불붙은 장면이 바로 '아름다운 강산'이라고 생각한다."

1960년대 억압 속에서 저항을 노래했던 신중현의 음악을 1930년대 일제 강점기로 옮겨 명곡들로 풀어낸 주크박스 뮤지컬 '미인'은 오는 12월 5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