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34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청담쥬넥스의원 성기수 원장
서서 활동하다가 보면 앉아서 일하는 게 편해 보이고, 앉아서 일하다 보면 눕고 싶어지고, 누워 잠시만 지나면 잠 자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데, 이게 인간의 욕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누구나 당연하게 그럴 거라 생각하는 자연의 순리일까? 사람이 편히 살고 싶다는 생각은 신체가 편히 사는 걸 말하는 걸까, 구속이나 의무에서 자유롭고 싶다는 걸까 생각해 보게 된다.
시골에 계신 부친께, 이동하는 데 편리하게 전동차를 구입해 드리면 어떨까 여쭈어 봤더니, 그걸 이용하다 보면 걷는 데 게을러질테고, 점차 전동차에 의지해서 다니다 보면, 다리 힘도 약해질텐데, 그러면 편리할려고 이용하던 전동차 때문에, 더 일찍 신체가 망가지게 되고, 그러면 더 노인네 같이 움직이는 것도 더디어질 테니, 아예 그런 생각이랑 하지말라고 하신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면, 스스로 움직이고 활동하시는 게, 더 건강하고 자신감도 생긴다는 얘기다. 인간이 움직이는 동물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잠시 쉬어가는 꿀맛은 누구나 알고 있기에, 조금이라도 몸이 편한 상황을 만들고자 하지만, 정작 편한 세상은 사실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황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코로나 상황에 세상이 잠시 멈칫했다고는 하나, 이제 서서히 그 구름이 걷혀 가고 있으니, 인간 본연의 활동이 제대로 시작되는 시간이 오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멈춘 듯해도 가만히 보면 활동 반경이 좀 줄어든 것이지, 세상이 완전하게 서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제까지의 활동 모습과는 조금 따른 모습으로, 조금씩 미동을 보이고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코로나가 한풀꺽인 시간이 다가오면서, 이런 미동들이 더욱 크게, 화려하게, 눈에 띄게 다가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조용히 누워만 있었던 게 아니었던 것이다. 더욱 화려하고 웅장하고 주변을 환하게 수놓을 화려한 쇼를 준비하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이제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더욱 우렁찬 세상의 소리와 몸짓을 듣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인생의 쇼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몸이 좀 아파도 그러려니 여기거나, 새로운 활동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내일 죽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분도 있지 않았나! 시니어 모델 활동을 시작하는 분들도 자주 보게 된다. 인생 2막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생각해 오던 꿈을 나이 70이 넘어서 시작하는 것뿐이다. 시작이 뭐가 두려울까, 성공을 못한다고 누가 핀잔을 줄까? 내 인생의 쇼를 스스로 즐기며 즐거운 삶의 활동을 엮어 가는 거라고 보인다. 몸이 말을 안들어서 못 하겠다거나 이 나이에 무슨 주책이냐고 한다면, 스스로 인생의 쇼에서 막을 내린 분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인생의 재미나 활력이 없을 거란 뜻이다. 요양병원에 누워 숫자로만 늘여가는 장수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스스로 움직이면서 내일 할 일을 만들고, 그것이 금전적 여유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 보다는 삶의 쇼를 더욱 윤택하게 만든다는 의미로 활동을 준비해 본다면, 그 인생의 쇼가 더욱 화려해 지고 재미나고 어울리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것으로 믿는다. 오징어게임처럼 심심해서 다른 젊은 인생을 괴롭히는 짓은 하면 안 되겠지만, 스스로 재미나고 유쾌하고 화려한 인생의 쇼는 얼마든지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체가 건강해야 한다. 여러 곳곳을 잘 챙기고 보수공사 잘 해서 기능이 잘 유지되도록 늘 챙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