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39 나이는 숫자일 뿐!
청담쥬넥스의원 성기수 원장
연말이 다가오고 동지 팥죽을 먹고 나면, 이제 또 한살이 늘어나는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을 것이다. 생일에 나이가 한살 늘어나는 다른 문화와 달리, 한국은 해가 가면서 나이를 한살 더 채운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빨리 나이가 들어 어른들처럼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아야지, 하던 때도 있었지만, 살아보니 그게 아니라 오히려 어깨에 짐이 더 많다는 걸 알면서 부터는 나이라는 숫자가 더 무겁게 느껴지는 건 대부분의 중년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모두들 공정하게 연말에 같이 나이를 먹으니, 그저 서로 웃으며 격려하고, 연말에 모여 얼굴들 한번 보면서 위로와 희망을 나누게 된다. 가족이 인원이 점점 작아지고, 성인이 되면서 각자의 생활에 바쁘다 보면, 서로 얼굴보기도 어려워지게 되니, 이젠 부부간 혹은 가까운 동기간 모임이 더 많아지게 되는 가 보다. 그런데, 나이 80을 넘어선 어느 어른의 얘기를 빌어보자면, 한창 어울리던 친구들이 이젠 반 이상 저 세상으로 가고 없으니, 요즘은 60대 젊은이들과 어울리는 삶을 새로 엮어 가고 있다고 하신다. 나이가 비슷한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이젠 점점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은 친구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어르신께서는 80중반의 나이시지만, 아직도 정정하신 체격에 활동이 많으시고, 모임에도 적극 어울리고 참여하신다고 한다. 물론 건강 상 다른 불편함이 많지 않으신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본인이 적극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나이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려는 생각이, 또 한층 신체 나이가 더 젊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는 많은 부분을 느끼게 하는데, 숫자에 얽매여 이제 내 나이가 80인데, 은퇴하고 조용하게 지내야겠다 라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라는 것이다. 흔히 하는 얘기로 잘 걸어 다니던 사람이 조금 편하게 지낼려고 휠체어에 앉아 의지하기 시작하면, 결국 휠체어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90 가까운 나이에도 골프를 즐기고, 좀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의학적 도움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나이 숫자와 관계없이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사회 활동을 잘 유지하는 사람은, 나이가 결국 숫자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건강이 잘 유지되기를 바란다면, 그건 참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소망이라 하겠다. 20대 젊은이라고 하더라도 활동을 하지 않고 건강 돌보기를 게을리한다면, 결국 각종 성인병이 일찍 올 수밖에 없는데, 하물며 세포의 활동성이나 재활 혹은 복원 능력이 다소 떨어져 가는 중장년 이후의 삶이라면, 더더욱 건강 유지에 관심을 가지고, 100세 시대에 맞춰서 삶의 여정을 설계해 둘 필요가 있다. 65세에 은퇴하고 85세에 활동을 접게 될 거라고 생각하던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85세에 은퇴하고 100세쯤 활동을 줄이게 될 거라고 인생 설계를 변경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이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나이가 50대라면, 좀 더 멀리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만큼 살 수 있을까 하고 의문을 재기하는 분도 있겠지만, ‘10년 전 혹은 20년 전과 비교해 본다면, 지금 고령 인구가 얼마나 많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 분들이 여전히 활동하고 계신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닐 것이다. 실제로 100세 시대는 이미 가까이 있고, 나이가 아니라 얼마나 사회활동을 잘 유지하고 관계를 유지하고, 건강을 위해 투자하고 노력하고 있는가 하는 부분이, 삶의 나이를 결정해 준다고 봐야 할 것이다. 50대의 건장한 신체를 100세까지 유지하기가 어려운 일은 아닌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숫자를 새겨들을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얼마나 건강하게 잘 유지하는 노력을 하고 있나’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