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남북 불균형정책,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2011-12-13     서울자치신문

▲ 이노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겸임교수 / 전 노원구청장
10.26 보선으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의 주요 인프라 개선 사업을 소위 '토건전시사업'으로 매도하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도대체 서울시 사회간접자본 시설사업들을 어찌 그렇게 비판할 수 있는가.

박원순 시장은 2012년 예산편성을 하면서 충분한 사업내용의 검토나 절차도 이행하지 않은 채 서울시정의 복합성과 연속성을 부정하면서 이미 투자사업으로 확정된 정책사업을 취소하거나 보류하였다.

특히 강남북 불균형을 완화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으로 노원구를 예를 들면 동부간선도로 지하화(1조 3,000억원), 경춘선 폐선부지공원화(1,300억원), 동계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김연아 빙상경기장 건설(265억원) 등이 있다.

또한 박원순 시장은 10.26 재보선 선거운동을 하면서 경전철 사업의 재검토와 노원 등 비강남권의 재건축 연한단축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박원순 시장의 시정구상은 과연 강남북 균형개발차원에서 볼 때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을까.

첫째, 노원 등 강북권 사업의 사실상 취소, 보류는 강남북 불균형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강남북 차별정책이라고 보여진다.

알다시피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권은 수십년전부터 집중적인 공공재정 투자를 통하여 이미 도로, 교통, 주택, 체육, 의료, 문화시설 등 도시인프라가 거의 완료되었다.

하지만 노원, 도봉, 강북 등 강북권은 사회간접자본시설이 강남권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거나 슬럼화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때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히 2008년부터 강북권 발전을 위한 인프라개선 프로잭트들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이러한 강북권의 실정을 모를리 없는 박원순 시장이 강북권 인프라개선 프로젝트를 대폭 취소, 보류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납득할 수 없다. 강북권 시민들이 강북발전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를 을려 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기존부터 추진해오던 강북권 프로젝트나 잘 수행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완전히 싹을 잘라버린 꼴이다. 바로 박원순 시장의 이러한 차별정책은 강북시민들이 타고 오르려던 '사다리를 걷어차기'한 꼴이다.

둘째, 노원 등 강북권 관련 사업을 취소한 대가로 얻은 재원으로 '보편적 복지' 등에 투자한다고 하였다. 양극화된 우리사회의 복지확대정책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는 부자나 가난한 자를 똑같이 획일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서 정의롭지 못한 정책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 보면 재정이 양호한 강남권에는 특혜가 되지만 재정이 매우 열악한 강북권에는 또 다른 불이익으로 작용되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노원구 복지비부담 비율은 이미 예산의 54%를 차지하고 있으나 강남권은 20%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책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정책정의의 기본원리에도 어긋난다.
기회의 공평, 수평적 형평은 같게 하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수직적 형평은 다르게 하여야 한다.

셋째, 이러한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정책선회는 내용상 정당성은 물론이고 절차상 정당성에도 매우 큰 흠결이 있다. 강북권의 이런 인프라개선 사업들은 이미 전문기관에 의한 오랜 연구와 타당성 조사분석, 각계각층의 의견수렴, 관련 법령에 의한 서울시의 투자심사 등을 통해 결정된 정당하고 합법적인 프로젝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시장이 전문가나 주민 등의 합리적, 합법적 의견 청취나 공청회 한번 없이 취소, 보류시켜 버렸다.

바로 박원순 시장의 정책테러(Policy terror)라고 볼 수 없다. 박원순 시장은 시민사회의 NGO 지도자 출신으로 누구보다도 시민들과 소통하며 공공정책을 결정할 줄 알았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의 정책4결정과정을 보면 서울시정을 오랫동안 다뤄본 필자로서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시장이 바뀌면 기존 사업들을 재검토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된다. 그러나 공공정책의 생명은 합리성, 신뢰성, 일관성 그리고 사회적 형평성 등의 가치가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박원순 시장의 정책변경은 내용적 검증과 함께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해야 마땅하다. 지금처럼 정책결정과 병경 그리고 취소를 마녀사냥식으로 졸속처리 한다면 그 부담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시민들에게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으로 예산심의나 정책결정과정에서 강남북 균형개발정책이 반영된다면 강북권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환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