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엘리자벳' 프레스 리뷰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공연…‘엘리자벳과 죽음의 신 ‘토드’의 매혹적 판타지’
지난 8월 30일 역사적인 다섯 번째 시즌의 막이 오른 뮤지컬 '엘리자벳'은 오스트리아 역사상 가장 사랑받고 동시에 가장 미움받았던 황후 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의 이야기다.
'엘리자벳'의 모든 시즌에 참여한 옥주현, 다채로운 작품에서 대중성을 인정받은 신성록, 참여하는 공연마다 매진을 기록하는 김준수,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한 박은태 그리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는 이지훈, 민영기 등 기존 캐스트들이 다시 한번 무대를 찾았다. 10년간 흥행을 이끌어 낸 기존 캐스트는 물론 공연 전 불거졌던 캐스팅 논란을 종식시킬 만한 이지혜, 길병민 캐스트도 눈여겨 볼 만하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인물, 황후 '엘리자벳'의 드라마틱한 인생에 '죽음(Der Tod)'이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역사적 사실에 판타지적 요소를 결합시킨 매혹적인 스토리로 전 세계를 열광시킨 스테디셀러 대작이다. 2012년 초연 당시 단숨에 15만 관객을 동원하고 각종 뮤지컬 어워즈의 상을 석권한 작품은 이후 매 시즌 관객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매진을 기록, 흥행 전설을 이어왔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죽음(토드)’를 의인화해 엘리자벳을 향한 현실의 황제와 환타지의 ‘죽음’과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여기에 현실과 환타지를 이어주는 루케니가 등장한다. 루케니는 역사속에서 엘리자벳을 암살한 이탈리아의 아나키스트지만 무대에서는 극 전체의 해설자로 무대를 넘어 객석까지 활보하며 시대의 그림자 같은 존재로 활약한다.
작품의 매력은 엘리자벳에 대한 연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와 황실을 향한 민중의 분노가 함께 그려진다는 점에 있다. 오스트리아 빈의 시장에서 ‘우유를 달라’고 분노하는 민중을 뒤로하고 욕조에 우유를 붓고 코냑 한 잔에 날계란 세 알씩을 넣은 샴푸를 쓰는 엘리자벳의 모습은 그가 사랑받은 만큼 또 어떻게 동시에 미움을 얻게 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유를 달라’는 민중과 함께 박은태가 부르는 ‘밀크’는 공연을 보는 이들에게 꼭 보고싶은 공연 버킷리스트 3위안에 들 정도로 유명한 곡이다.
엘리자벳과 황제의 결혼식에서 ‘죽음’은 광기에 찬 웃음을 터뜨린다. 이런 판타지의 개입은 종말적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는 한편 엘리자벳을 향한 황제와 ‘죽음’의 사랑이라는 삼각관계를 통해 극을 절정으로 치닫게 한다. 계속되는 ‘죽음’의 유혹에도 엘리자벳은 ‘내 힘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한국 초연 10주년,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이한 ‘엘리자벳’은 기존 프로덕션으로 볼 수 있는 마지막 공연이다. 이중 회전 무대와 세 개의 리프트, 그리고 ‘죽음’이 등장하는 11m에 달하는 브리지 등의 무대 세트, 연출, 의상 등은 10주년 기념 공연을 끝으로 다시는 만날 수 없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오는 11월 13일까지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