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 ‘라움' 구청장선거 희생양?

라움, “구청의 불법행정으로 재산권침해” 강남구, “합법적이고 정당한 행정행위”

2013-08-22     신승헌 기자

                                                                    ▲ (사진1)

                    ▲ (사진2) 라움 앞 보도(좌)와 맞은편 보도에 설치된 구조물

 

강남구(구청장 신연희)가 행한 일련의 행정조치들에 대해 지역 내 기업이 ‘심각한 사익침해’를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구는 해당 조치들이 ‘공익추구를 위한 합법적이고도 정당한 행정행위’라는 입장이다.

지난 2011년 개관한 아트센터 ‘라움’이 자신들과 관련된 강남구 도로관리행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구청의 불법적 행정행위 때문에 기업의 재산권행사가 침해받는 것은 물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는 것이 라움의 주장이다.

아트센터 ‘라움’은 서울 강남구 언주로 경복아파트 사거리에 위치한 국내 최고급 문화예술 공간으로, 공연과 전시, 연회와 웨딩 등을 진행함은 물론 최근 강남구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곳이기도 하다.

시작부터 삐걱거린 강남구와 라움
“기준을 알 수 없는 준공검사” VS “준공검사과정, 문제없다” 

지난 2011년 5월 (주)트라움 하우스가 4년여 간 2,0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지상 4층 규모의 ‘라움’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라움은 개관에 앞선 준공검사 단계가 석연치 않았다고 최근 밝혔다.

라움은 “2011년 당시, 준공검사를 신청했지만 강남구에서는 건축허가 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사를 약 3개월 동안 미뤄왔다”면서 “하지만 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이와 관련한 민원을 중앙행정기관에 신청하자 8천여만 원의 공탁금을 납부하는 조건으로 곧바로 준공검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준공검사의 기준이 의심스럽다는 주장이다.

강남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구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준공검사가 미뤄진 것은 건축허가 시 라움이 약속했던 ‘언주로 108길 일부 구간에 대한 보행자 통로 조성’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후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준공검사가 이뤄진 것에 대해서는 ‘라움이 조건을 이행하겠다는 표시로 공탁금을 맡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11월 설치된 ‘2개의 고무 볼라드’
"개인대지에 일방적으로 설치한 불법시설물” VS “시설물 설치지역은 개인대지 아닌 공유지”

지난해 11월 12일, ‘라움’ 건물 동남쪽 외벽 근처에 고무 볼라드(자동차의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되는 장애물) 2개가 설치됐다.

이에 대해 라움 측은 “해당 구역이 개인대지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시설물 설치에 관한 아무런 협의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음날 구청에 시설물 설치근거를 전화상으로 요청했지만 답변이 없었다”면서 “구청이 고무 볼라드를 올해 6월 자진 철거한 점만 봐도 불법시설물이었음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남구는 ‘해당 시설물이 설치된 지역은 개인대지가 아닌 공유지’라는 입장이다. 구는 라움이 2011년 도로공사 시 개인대지와 도로의 경계를 구분하기 위해 만든 도로경계석 외부에 고무 볼라드가 설치되었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지난 6월 시설물을 자진 철거 한 것에 대해서는 “같은 달 7일 철재 방호울타리 9개소가 별도로 설치완료 됨으로써 기존 고무 볼라드 없이도 행정목적 달성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5월과 6월 설치된 ‘철재 방호울타리 9개’
“도로법상 금지된 위치에 설치” VS “라움이 원인 제공, 법적으로 문제없어”

강남구가 올해 6월 7일 설치 완료한 철재 방호울타리에 대해서도 라움은 ‘불법’을 주장하고 있다. 현행 도로법이 ‘도로와 개인대지 분리를 위한 방호울타리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현재 방호울타리는 보도 바로 앞에 설치돼 있으며, 보도는 지적도상 라움 개인대지다. (사진1) 
 

라움은 “불법 방호울타리 때문에 차량이 개인대지에 진입조차 하지 못해 건물 1층을 임대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금전적 손실이 막대하다”고 말했다. 또 “구청은 설치근거법조차 일관성 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방호울타리 설치행위의 적법성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구는 방호울타리가 개인대지 바로 앞에 설치된 것을 인정하면서도 라움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현재 보도로 사용되고 있는 개인대지는 건축허가 당시 ‘사적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합의된 곳이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움은 차량을 보도위로 올리기 위한 불법시설물을 도로경계석에 설치해 해당 지역에 주·정차를 하는 등 사적용도로 사용함으로써 통행불편을 초래해 지역주민들의 민원을 꾸준히 유발시켰다”고 말했다. 또 “건축허가 당시 라움이 현재의 보도 앞쪽에 새로운 보도를 만들기로 했지만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다”며 “도로 가운데에 방호울타리를 설치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방호울타리가 현재의 위치에 설치된 것은 주민의 통행권 확보와 도로 여건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라움 주변에 몰린 돌화분
“강남구의 ‘몽니행정’ 의심 된다” VS “터무니없는 소리”

급기야 라움은 자신의 건물 주변 공유지 상에 설치된 시설물을 두고도 ‘구청이 의도적으로 어깃장을 놓는 것 같다’며 의혹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라움 관계자는 “언주로 108길 초입에 있는 횡단보도를 두고 양쪽 보도에 구청이 설치한 차량진입방지용 장애물을 보면, 유독 우리 쪽 보도에 돌화분이 몰려있고 고무 볼라드가 일렬로 설치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준공검사 단계에서부터 이어진 구와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 행정이 자행된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사진2)

이에 대해 구는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는 분위기다. 강남구 관계자는 “돌화분의 경우, 라움이 들어서기 전인 2009년에 ‘걷고 싶은 거리’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이미 그 자리에 3개소가 설치된 것”이라며 “이후 추가로 1개소를 설치한 것은 라움 쪽 보도로 차량 진입이 빈번히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양쪽에 각각 4개씩 설치된 고무 볼라드의 배열이 다른 것은, 시설물을 설치할 공유지의 폭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아트센터 라움과 강남구청간의 이 같은 갈등 사례는 인근 주민들은 물론 구청 공무원들 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 구청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내년 구청장 선거를 앞두고 일부 구청장 측근 공무원들이 인근 주민들의 표를 의식해 라움측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구청측의 태도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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