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신사 간 경전철, 강남 주민들 반발 움직임

“백지화 된 ‘강남 모노레일’과 다를 것 없어”…“재정부담 ‧ 안전 측면에서 더 큰 우려”

2013-08-28     신승헌 기자

서울시가 지난달 발표한 ‘지하경전철 위례신사선 건설 계획’을 두고 강남구 일부 주민들이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달 24일, 서울시가 ‘도시철도 기본계획’의 일환으로 영동대로와 영동대교 남단을 거쳐 도산대로를 통과하는 ‘위례-신사 간 지하경전철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강남구는 서울시의 발표가 강남권 내부순환 도시철도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것이라며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와 강남구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해관계의 직접 당사자인 강남구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번 ‘지하경전철’ 사업이 과거 ‘강남 모노레일’ 사업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이유에서다.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고 사라진 ‘강남 모노레일’

권문용 전 강남구청장 재임 시절인 지난 2000년, 서울시와 강남구는 강남신교통사업의 일환으로 영동대로와 도산대로를 잇는 약 6.7㎞의 복선모노레일 건설사업인 ‘강남 모노레일’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2004년에 말레이시아 엠트랜스, 경남기업과 합작으로 28억 7,500만 원의 자본금까지 끌어들여 ㈜강남모노레일을 설립 하는 등 적극 추진됐지만 결국 인근 3개 아파트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백지화 됐다.

맹정주 전 강남구청장은 2006년 10월 사업의 백지화를 선언하며 “모노레일 건설 사업은 경제성도 없고 노선도 적절치 않아 없던 일로 하기로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하경전철, 강남 모노레일의 부활”

강남 모노레일 사업을 강력하게 반대했던 주민들은 이번 지하경전철에 대해 “강남구만 놓고 보면 백지화된 모노레일 사업과 다른 게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남구를 지나는 지하경전철의 노선이 과거 모노레일 노선과 일치하는 상황에서는 모노레일을 반대했던 이유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주민들은 “최소 3~4년은 걸릴 공사기간 동안 교통 혼잡을 비롯해, 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분진과 소음 등을 감내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며 “주민들의 고충과 막대한 예산 투입을 감수하고서라도 지하경전철을 건설해야 할 만큼 강남구 대중교통 인프라가 열악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모노레일보다 지하경전철이 더 문제”

한편 강남구에서 40년 넘게 살고 있다는 박모씨는 모노레일보다 지하경전철 건설이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지하경전철이 모노레일에 비해 도시 미관은 덜 해칠 수는 있겠지만 땅을 파야 하는 만큼 재정과 안전 측면에서 위험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다.

박모씨는 “모르긴 몰라도 모노레일보다 구가 부담해야 할 예산이 더 늘어날 텐데 강남구는 주민복지 등의 사업을 충분히 추진하면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느냐”면서 “또 지하경전철이 과거 쓰레기하치장 부지를 지나가는 등 계획된 노선들의 지반이 예전부터 취약하기로 유명했었는데 주민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겠느냐”고 구청에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