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맥파문학상 시 부문 우수상

김진경의 '장마의 계절'

2023-10-24     김정민 기자

눅눅하게 눌러앉은 시간을 열고 들어온

축축한 계절을 만났다

삶의 밀도를 빚어내는 천둥과 번개는

누구의 가슴에 들어앉은 비명이었을까

뭉개져 버린 수평선을 다시 그어 보는 사이

만남의 인연도 헤어지는 인연도

한바탕 소나기로 왔다 간다

낯빛 짙은 구름이 울컥 울음 쏟아낸 자리를

미처 펼쳐 볼 여유도 없이

울음 그친 뒷모습이 하수구로 흘러든다

쌓여가는 불협화음 속

만남과 헤어짐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햇빛의 손을 놓아주는 일,

그렇게 방심하는 사이 우산을 잃어버리고

후줄근 옷자락이 젖는다

죽은 봄밤과 초여름 밤의 경계에서

탯줄 같은 빗줄기가 뿌리로 돌아오는 계절은

언제나 새롭다

한국예총 예술세계 시 부문 신인상(2009년도)예술시대작가회, 문학동인 글마루, 아토포스 문학동인 회원시집:『붉은 열차』외 공저 다수고전무용가. 시낭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