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Do it 65 [인터뷰] 박부원 도예가: 흙과의 대화, 60년 예술 여정의 깊이

2023-12-05     김정민 기자
박부원 도예가

 박부원 도예가의 도예작품 초대전 '도자에 마음을 담다'가 지난 1일부터 오는 31일까지 강남구 일원동 밀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본지는 지난 2일 밀알미술관에서 박부원 도예가를 만나 60년 도자인생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박부원 도예가는 경기도 광주시에서 첫 번째로 도자 명장이라는 칭호를 수여받은 인물로, 한국 도자 예술계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의 도예 여정은 1962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의 한 순간적인 영감에서 시작되어, 이후 60년 이상의 기간 동안 도자기 제작에 헌신하며 다양한 작품 활동을 통해 여러 상을 수상했다.

박 도예가는 도자기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탁월한 식견을 바탕으로 세계도자기엑스포를 비롯한 여러 도자 관련 행사에서 심사위원과 추진위원으로 활동하며, 광주왕실도자기의 우수성과 도자예술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그의 예술 여정에는 1976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한국 도예 5인 초대전’부터 1997년 러시아의 ‘한국전승도자전’, 그리고 2016년 미국 맨해튼의 ‘바디 앤 스피리트(Body&Spirit) 코리아소사이어티 초대전’까지 다양한 국제적 작품전이 있다. 현재 그의 주요 작품들은 영국의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 미국의 스미소니언 박물관,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시 민속박물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러한 박부원 도예가의 헌신과 업적은 한국 차문화와 도자기 예술의 진수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그의 작품들은 이제 세계적인 수준의 예술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 현대도자기의 아버지라 불리는 지순탁 명장의 제자인 박부원 도예가의 이야기는 한국 도자 문화의 깊은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며, 그의 작품은 예술과 인간의 깊은 연결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그의 예술 여정은 우리에게 도예의 가치와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도자에 마음을 담다' 포스터

▶ 도예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도자기를 시작한 것은 우연이었습니다. 우연히 종로구 인사동 진열장에서 엎어놓은 차완의 굽을 보는 순간 강렬한 끌림으로 직접 도예가를 수소문해 찾아가 만나게 되었죠. 그게 1962년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감동이 6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제 예술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 도예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도자기는 우리의 삶과 같은 공간에 있는 흙으로 만들어집니다. 흙 작업은 인간의 심성을 순화시켜줍니다. 너무나 문명화된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죠. 흙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게 생명을 공급해주는 젖줄인데 그 흙으로 만든 작품이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면 그것은 정신적 젖줄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도자기를 만듭니다.

▶ 가장 잘 만들어진 도자기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달항아리 형태는 우리나라에서만 만들어졌어요.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도자기 역사를 보면, 우리는 10세기부터 청자를 만들었죠. 이는 유럽 문화보다 700년이나 앞서 있는 것입니다. 하얀 백자 달항아리는 깨끗하면서도 무심한 우리 민족의 심성이며 서민들의 눈물이 고여 있습니다. 그 시대의 가장 밑바닥 생활을 한 사람들이지만 흙으로 이런 둥근 항아리를 만들었어요. 장작 불가마에서 태어난 달항아리를 보면 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는데, 그것은 자연물이 하나도 같은 것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암각화 달항아리

▶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많은 작품 중에서도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이 기억에 남습니다. 최근에 만든 암각화 항아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어요. 이 작품은 우리 민족의 흑연 문화를 반영하며, 황토색과 붉은색의 조화가 정겹게 다가옵니다. 황톳빛 암각화 달항아리는 수만년 동안 계속된 자연의 진화 속에 나타난 풍화, 침식 작용의 질감과 색감을 달항아리로 표현했어요. 우리나라의 역사와 깊은 관계가 있는 몽골의 암각화, 우리나라 울주군 암각화를 황토색 달항아리에 새겼습니다.

▶ 도예가로서 활동하시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도예가의 삶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했을 때 오는 희열은 큽니다. 예술품은 고통과 삶을 녹여내야만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요. 특히, 도자기는 각각 다른 지문처럼, 하나하나가 유일무이하게 다릅니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나 하고 싶으신 일이 있다면요?

가족 모두 이 일을 하고 있어서 행복합니다. 저는 지금 한국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활동 도예가입니다. 큰 작품을 만드는 데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지만, 자녀들이 저를 더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 것으로 기대합니다. 앞으로는 자연에서 얻어지는 색감을 도자기에 입히고 싶어요. 조형과 색깔의 조화가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고 믿습니다. 일생은 설렘입니다. 늘 더 좋은 작품을 기대하면서 작품을 만듭니다. 우리는 오래 살면 인생을 하직하지만, 도자기는 깨지지만 않으면 수천 년을 가죠.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을 남기고픈 깊은 열정과 욕심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