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 기자의 플레이브 콘서트 체험기] 버추얼 아이돌이 아이돌이냐고요? 하지만 당신의 아이돌입니다.(But your Idol)

2024-10-09     이해인 객원기자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게 돼 넌 결국엔 입덕’ 플레이브의 ‘버추얼 아이돌(But your idol)’ 가사 중 일부입니다. 공식적인 가사에도 나와 있어서인지 그들의 유튜브 영상에는 입덕 부정기를 거쳐 플리(플레이브의 팬덤명)가 되었다는 댓글도 적잖이 보입니다. 예, 기자도 바로 그런 플리입니다. 그래서 플리이자 기자의 시각으로 이번 콘서트를 살펴보았습니다.

▲ 잠실실내체육관 앞 플레이브 현수막(단체컷, 예준 개인컷) ㅣ 서울자치신문 DB

이번 콘서트는 잠실실내체육관에서 10월 5일과 6일, 이틀간 진행되었습니다. ‘미니앨범 2집 ASTERUM 134-1 초동 판매량 56만 장’, ‘멜론 빌리언스 클럽 최단기간 입성’, ‘올해 남자 아이돌 최초 멜론 탑 100 1위’ 등, 이 같은 수식어들은 ‘10분 만에 전석 매진’이라는 또 다른 수식어로 돌아왔습니다. 좌석 수가 지난 콘서트 3천 석에서 5천석 규모로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티켓을 구하지 못한 플리들의 아우성이 SNS를 가득 채울 정도였지요. 이후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좌석 수가 늘었으니 다들 콘서트에 오실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하는 밤비와 하민을 보며 내뱉은 플리들의 한탄 소리는 아스테룸(플레이브가 머무는 가상의 공간)까지 닿았을 겁니다. 다행히도 온라인 생중계와 영화관에서 진행하는 라이브 뷰잉을 통해 전 세계의 팬들이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 240905 플레이브 라이브 방송(밤비,하민) 캡쳐. 팬들이 입장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에 어리둥절한 모습. ㅣ 출처 : 플레이브 유튜브

위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언급했는데요, 플레이브는 외계에 있다는 페널티를 극복하기 위해서인지 팬들과의 소통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그룹입니다. 이번 콘서트 준비 과정에서도 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콘서트 전의 마지막 라이브 방송을 통해 플레이브 멤버들이 직접 드레스코드를 지정해 준 점입니다.

직접 가 본 콘서트 현장, 대기줄 곳곳에 드레스코드

▲ 대기줄 사진.ㅣ제공 : 블래스트
▲ 기자가 나눔 받은 주황색 물품ㅣ 서울자치신문 DB

위 사진은 첫째 날의 풍경입니다. 이날의 드레스코드는 흰색이었습니다. 대기 줄에서 흰색의 비중이 높고, 사진상에는 보이지 않지만 드레스코드라는 명칭에 어울리게 흰 면사포를 쓴 팬도 있었습니다. 둘째 날은 주황색의 향연으로, 해당 색의 물품을 갖추지 못한 팬들을 위해 콘서트 입장 전, 주변에서 나눔을 하는 팬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풍경이 운동선수들의 유니폼을 연상시켰습니다. 작은 소품이더라도 색을 맞췄다는 동일함에서 오는 소속감과, 시각적으로 현장감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나눔의 뿌듯함과 감사는 소속된 단체에 대해 더욱더 애정을 느끼게 해주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요.

드레스코드를 맞추기 위해서 벌어진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플리들이 소방관들의 방화복을 재활용한 브랜드 119REO의 주황색 당근 팔찌를 품절시킨 것입니다. 드레스코드와 후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쳐버린 플리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고, 이에 119REO는 발 빠르게 주황색 옵션이 있는 카라비너 팔찌의 1+1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플리들은 당근 팔찌 대신에 이를 구매하거나 위안부, 유기 동물 후원 팔찌 등 다양한 주황색의 후원 상품을 구매하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 무대 사진. ㅣ 제공 : 블라스트

여느 아이돌과 다를바 없는, 팬심을 녹이는 무대

데뷔곡인 ‘기다릴게’로 포문을 연 콘서트는 ‘평플(평생 플레이브)’을 다짐하게 하기 충분했습니다. ‘I Just Love Ya’, ‘왜요 왜요 왜?’, ‘버추얼 아이돌’에 이어, ‘Pump Up The Volume!’까지 팬들의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지난 8월에 발표한 ‘Pump Up The Volume!’은 멜론 탑 100 1위에 이어 음악중심 1위까지 했지만, 플레이브의 스케줄 관계상 음악 방송에 출연하지 못해 팬들의 아쉬움이 컸습니다. 플레이브가 이번 콘서트를 통해 전체 안무와 무대를 보여주어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될 수 있었습니다.

이어 진행된 토크 코너인 ‘인사이드 플리’는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차용한 코너로, 애교로 중무장한 멤버들이 기쁨, 버럭, 슬픔, 까칠, 불안의 각 감정을 담당하여 소개하며 팬들의 마음을 녹여냈습니다.

PLAVE의 POUCH에서는 각종 커버와 챌린지로 팬들의 환호를 얻어냈고, 특히 최근 유행 중인 삐끼삐끼 댄스, 옴브리뉴 댄스에서 환호성이 남달랐습니다. 이 코너의 절정은 5인 챌린지로 가장한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나의 해리에게’ OST ‘달랐을까’의 선공개였습니다. 플레이브의 첫 OST 참여인만큼 보도 자료가 나오자마자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는데요, 이번 콘서트에서 공개를 통해 노래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대한 팬들의 기대도 높아졌습니다.

이어진 솔로 무대에서는 지난 콘서트에서도 선보였던 커버곡들을 더욱더 완벽한 모습으로 준비해 멤버들 각자의 매력을 뽐냈습니다. 밤비는 ‘내 손을 잡아’(원곡 아이유) 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꽃잎으로 화해 사라지면서 버추얼로 감성을 자극했습니다. 은호는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해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버추얼의 강점을 제대로 선보였습니다. 물론 그 뒤에 선보인 자작 랩인 ‘LIT’, 밤비가 함께한 ‘NEXT LEVEL’(원곡 aespa)의 강렬한 퍼포먼스는 버추얼 이전의 가수인 그들의 실력을 검증해 주었습니다. 이전 무대의 강렬함의 이어받은 하민의 ‘The Search’(원곡 NF)는 파워풀한 랩과 그의 특기인 태권도를 활용한 버추얼 퍼포먼스로 ‘칼리고’라고 불리는 플레이브의 대척점에 있는 존재와 맞서 싸우며 ‘오빠미’를 뽐내기도 했습니다.

다음에 이어진 맏형들의 무대는 형들의 권위를 공고히 하는 무대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노아의 ‘Drowning’(원곡 WOODZ)은 시원시원한 록 보컬, 천과 리프트를 사용한 퍼포먼스, 팬서비스와 호응 유도까지 완벽을 무대화했다고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콘서트에서 목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예준은 ‘On The Ground’(원곡 로제) 무대에 여러 번 아쉬움을 나타냈었는데요, 완벽한 컨디션으로 보여준 이번 콘서트의 무대는 왜 그가 왜 그렇게 진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 하민의 솔로 무대. ㅣ 제공 : 블래스트

인정받았지만 아쉬운 기술력

플레이브는 이처럼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는 아이돌이지만, 이들을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게 되는 건 기술적인 부분일 겁니다. 버추얼 아이돌의 콘서트를 간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콘서트를 어떻게 해?’였습니다. 사람들의 우려가 무색하게 버추얼의 특징을 십분 활용한 무대 연출은 플레이브의 특장점 중 하나입니다. 현실 아이돌과는 다르게 공간의 한계가 없는 이들은 정글에서 해변으로, 우주 공간에서 콘서트장으로 공간을 넘나들고, 멤버들의 간단한 몸짓 하나로 의상을 갈아입기도 합니다. 이번 콘서트에서 블래스트는 스크린 안의 공간 연출뿐만 아니라 돌출 무대까지 준비해 두었습니다. 솔로 무대가 끝난 후, 플레이브는 플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며 플로어 중간 돌출무대의 스크린에서 등장했습니다. 원형으로 배치 된 다섯 면의 스크린에 자리 잡은 멤버들은 한 스크린에만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화면 전환을 통해 자리를 계속 바꾸며 무대를 이끌어나갔습니다.

블래스트는 지난 5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대중음악 지원사업’ 중 온·오프라인 병행 공연’, ‘ICT-음악 콘텐츠 제작 지원’ 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 부문별로 각 최대 3억, 4억을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으로, 선정 내용을 살펴보면 ‘플레이브의 버추얼 인터랙티브 콘서트’, ‘플레이브 신규 앨범 뮤직비디오 제작’이 있습니다. 그만큼 기술력과 사업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그래서 블래스트와 플레이브의 역량을 쏟아부은 콘서트장에서의 오류는 더욱 아쉬움이 큽니다. 상체의 깜빡거리는 듯한 움직임과 손가락 떨림, 가창 중의 입 멈춤 현상이 눈에 띄었고, 특히 둘째 날에는 밤비의 발이 돌아가는 오류가 한참 해결되지 않아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예준과 하민이 가려주려고 애를 썼습니다.  입덕 콘텐츠로도 유명한 플레이브의 오류지만, 큰 무대에서 보여지는만큼 평소처럼 유머로 넘기긴 쉽지 않아보였습니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

하지만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플리를 향한 플레이브의 사랑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앵콜 무대에서 미니 앨범 3집의 수록곡인 ‘12시 32분(A to T)’를 선공개하며, 이를 통해 이전 발매 곡인 ‘기다릴게’, ‘WAY 4 LUV’ 등에 이어 ‘A to T(Asterum to Terra)’, 아스테룸에서 테라(지구)에 있는 플리를 향한 여정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모든 무대가 끝난 후 마지막으로 상영된 VCR에서는 멤버들이 손편지와 음성으로 돌아가는 플리들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과 사랑을 전했습니다.

버추얼 아이돌의 인기에 대해 여러 매체에서 외모가 변하지 않는 점, 사생활 논란, 사건, 사고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을 비결로 꼽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술로 생성된 외모는 변하지 않아도, 각 멤버들은 고유의 성격과 성향, 개성을 가지고 있는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재합니다. 하나의 인격체를 대신할 수 있는 존재는 없기에, 따라서 버추얼이기 때문에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말은 다소 어폐가 있습니다. 제가 본 이들의 인기 비결은 ‘실력’과 ‘팬들에 대한 사랑’이라는 진부하고도 뻔한 대답입니다. 이들은 자체 제작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다섯 멤버들이 작곡, 작사, 프로듀싱, 안무 제작까지 하고 있으며, 성적으로 그 실력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팬들을 뮤즈라 부르고, 존재 이유를 플리라고 하면서 항상 사랑을 전합니다. 이런 기본적인 토양이 갖춰지지 않았더라면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도 이들의 인기는 뿌리내리기 어려웠을 겁니다.

▲ 팬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 ㅣ 사진제공 : 블래스트
▲ 팬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 ㅣ 사진제공 : 블래스트

첫 문단에서 말했던 것처럼 기자는 저들이 누구냐며 묻다가 입덕을 하게 된 플리입니다. 처음에는 편견과 선입견이 있었다는 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네요. 하지만 어느덧 리더인 예준의 말처럼 다음 챕터를 향해 달려가는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를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A to T’ 여정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