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 현실과 극이 만나는 지점, 연극 '테베랜드'가 그리는 인간의 본질

오이디푸스 신화를 새롭게 풀어낸 2인극, 경계를 허물고 사색을 남기다

2024-12-20     김정민 기자

 연극 '테베랜드'는 우루과이 출신 극작가 세르히오 블랑코의 작품으로, 아버지를 살해한 죄로 수감 중인 '마르틴'과 그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려는 극작가 'S'의 복잡한 관계를 다룬 2인극이다. 이 작품은 2023년 6월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한국 초연으로 선보였으며, 2024년 11월 재연을 통해 다시 한번 관객들과 만났다.

'테베랜드'는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존속살인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관계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극 중 'S'는 마르틴을 직접 무대에 세우고 싶어 하지만 외부의 반대로 인해 그를 대신할 배우 '페데리코'를 섭외한다. 이 과정에서 한 배우가 마르틴과 페데리코를 1인 2역으로 연기하며, 두 인물 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모습을 통해 관객은 극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무대는 감옥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철창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철창 밖에 설치된 스크린은 감시 카메라의 역할을 하며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극은 총 4개의 쿼터로 나뉘어 진행되며, 마지막에는 연장전 형식의 독특한 구성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구조는 관객들에게 색다른 몰입감을 선사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작품의 큰 감동을 더하는 요소다. 마르틴 역을 맡은 강승호 배우는 감정의 미묘한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들을 극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석준 배우가 열연한 극작가 S는 관객들을 3시간 가까운 공연에 한치의 틈도 없이 충분히 몰입하게 만들어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초연과는 다르게 마르틴과 S간에 끈끈하게 형성되어가는 라포(rapport)의 진행과정을 느낄 수 있어 새로웠다.

연극 '테베랜드'는 인간의 본성과 가족 관계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며, 공연을 관람한 뒤에도 관객들에게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12월 8일 관람한 캐스팅보드를 참고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