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 뮤지컬 '오셀로의 재심' , 현대적 해석으로 풀어낸 셰익스피어의 고전
대학로 SA HALL에서 오는 26일까지 공연
셰익스피어의 원작 <오셀로>는 의심과 질투로 빚어진 비극의 정수다. 하지만 <오셀로의 재심>은 이 고전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재심'이라는 설정이다.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뒤집는 시도라기보다는, 오셀로라는 인물이 왜 그런 선택을 했고, 그 과정에서 그를 둘러싼 사회적 편견과 관계의 구조가 어떻게 작용했는지 탐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오셀로는 단순히 질투심에 사로잡힌 비극적 인물이 아닌, 그를 몰락하게 만든 환경과 시스템의 희생자로도 비춰질 수 있다. 이 점이 이 작품을 단순히 원작의 변형이 아니라, 현대적 메시지를 담은 독창적인 작품으로 느껴지게 만든 이유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음악과 무대 연출이다. 감정을 배가시키는 음악은 비극적이면서도 희망적인 분위기를 교차하며 관객을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무대는 간결하지만 인물의 심리적 변화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며, 특히 오셀로가 재심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장면에서는 빛과 그림자의 연출이 그의 내면을 완벽히 그려냈다.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오셀로 역의 고영빈 배우는 그의 분노, 슬픔, 후회라는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해 관객들의 심장을 울렸다. 이아고와 데스데모나 역시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려졌는데, 특히 이아고의 계략에 숨겨진 인간적 욕망과 데스데모나의 고뇌가 돋보였다. 원작과는 또 다른 깊이를 경험하게 해준 순간들이다.
뮤지컬 <오셀로의 재심>은 단순히 비극적 이야기를 재현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관객들에게 사회적 편견과 관계의 본질, 그리고 우리가 놓칠 수 있는 진실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셰익스피어 원작의 팬뿐만 아니라, 현대적 해석과 새로운 메시지를 찾는 이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이 뮤지컬은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감동과 메시지의 힘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뮤지컬 ‘오셀로의 재심’은 대학로 SA HALL에서 오는 26일까지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