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수의「詩作 Note가 있는 詩」제2회 □

정성수

2025-03-26     김정민 기자

살구꽃

 

 

우리 집 뒤뜰 살구나무에

살구꽃 피거든

올해도 너를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아라

사립문 닫혔다고

오던 길 돌아가지 마라

꽃을 밀어낸 힘으로 살구는 열릴 것이니

입안에 침이 고이거든

살구나무 아래로 오거라

울타리 밖에 어둠이 내리면

그때 살구 하나 베어 물어도 말하지 않으리라

가슴에 별이 진다고 절망하는 사람에게

귀띔해 주어라

살구꽃 지기 전에 용서할 일 남았다고

살구꽃을 본 사람이 가장

투명한 사람이다

만나자는 약속해오는 사람 있거든

살구나무에게 길을 물어라

가지마다 살구꽃 환하게 피워 낼 것이니

■ 詩作 Note ■

저서 : 시집 공든 탑, 동시집 첫꽃, 동화 폐암 걸린 호랑이 등 다수수상 : 세종문화상, 소월시문학대상, 윤동주문학상, 황금펜문학상,전라북도문화예술창작지원금, 아르코문학창작기금.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출판콘텐츠 창작지원금 수혜 등 다수전주대학교 사범대학 겸임교수, 전주비전대학교운영교수 역임현) 향촌문학회장, 사/미래다문화발전협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이사, 전라매일논설위원, 명예문학박사

살구꽃이 피어나는 시기를 맞아, 벅찬 기대감과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 시를 쓰게 된 동기는 이 순간을 향한 절절한 그리움과 기다림에서 비롯되었다. 살구꽃이 피면,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마음을 담았다. 닫힌 사립문 앞에서 돌아가지 말고, 그대로 찾아와 주길 바라는 심정을 표현했다.

여기서 살구나무는 희망의 상징으로 꽃이 피고 나면 살구가 열리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는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려움과 고통을 밀어낸 힘으로 결국에는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믿음을 전하고 싶었다. 입안에 침이 고일 만큼 기다려왔던 사람에게, 살구나무 아래에서 만나자는 소망은 살구꽃처럼 부풀고 있음이다.

‘울타리 밖에 어둠이 내리면 / 그때 살구 하나 베어 물어도 말하지 않으리라’는 이는 비밀인 동시에 함께 나누는 기쁨과 행복을 의미한다. 절망하는 사람들에게도 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가슴에 별이 진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살구꽃이 지기 전에 용서하고 화해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살구꽃을 본 사람이 가장 / 투명한 사람이다’는 순수하고 진실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이는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오는 사람에게는 살구나무가 그 길을 안내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기도 하다. 또한 마지막 행‘가지마다 살구꽃 환하게 피워 낼 것이니’는 약속과 기다림을 상징한다.

살구나무는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때문에 그 안에 담긴 기다림과 희망,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시에 담았다. 누구든지 ‘만나자는 약속해오는 사람 있거든 / 살구나무에게 길을 물어라’ 그러면 가슴 가슴마다 살구꽃 환하게 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