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밖 삶의 현실, 연극으로 묻다 '생추어리 시티 Sanctuary City' 개막
두산아트센터는 ‘두산인문극장 2025: 지역 LOCAL’의 첫 번째 공연으로 연극 〈생추어리 시티 Sanctuary City〉(이하, 생추어리 시티)를 4월 22일(화)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개막했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마티나 마이옥의 작품으로, 이민자의 경계 안팎을 오가는 두 인물의 이야기는 오늘날 한국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제도 밖 사람들의 처한 현실의 단면을 고스란히 비춰낸다.
〈생추어리 시티〉는 미등록 이민자 신분으로 성장기를 통과하는 두 인물의 생존과 사랑, 연대의 여정을 따라가며 ‘나는 이곳에 속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2000년대 초 뉴저지 뉴왁을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 서사를 넘어, 이민자에 대한 오늘날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상기시킨다.
2025년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약 265만 명이며, 이 중 15%에 달하는 약 40만 명이 미등록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등 사회의 기반을 지탱하는 노동을 수행하면서도, 법적 지위의 한계로 인해 기본적인 권리와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생추어리 시티〉는 ‘법적 자격 유무를 떠나, 모든 사람은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생추어리 시티〉는 ‘지역(LOCAL)’이라는 개념을 통해, 제도적 조건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구획하고 나누는지를 조명한다. 작품 속 인물 G와 B는 ‘결혼’을 통해 체류 자격을 얻으려 하지만, 그 선택은 곧 관계의 균열을 불러온다. 이 장면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들이 마주하는 현실과 맞닿는다. 이오진 연출은 “G와 B 그리고 헨리의 상황은 오늘날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삶과 아주 비슷하다. 관객분들에게 그들의 슬픔이 더이상 남의 슬픔이 아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국 초연은 〈콜타임〉, 〈댄스 네이션〉 등을 통해 밀도 있는 무대를 선보여온 이오진 연출이 맡았다. 그는 2023년 두산연강예술상 공연 예술부문을 수상했으며, 연출작 〈댄스 네이션〉으로 《한국연극》 선정 공연 베스트 7과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이름을 올리며 작품성과 연출력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이주영, 김의태, 아마르볼드 배우가 출연하며,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해온 이주영은 이번 작품에서 G 역으로 첫 연극 무대에 도전한다. 섬세한 내면 연기로 주목받아온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한층 밀도 있는 감정선을 선보일 예정이다.
<생추어리 시티>는 관객들의 관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공연 ▲전체 회차에 한글자막해설(공연 중 대사 및 소리 정보가 포함된 한글 자막)과 문자소통(극장 내에서 관객과 문자 및 필담을 이용하여 소통), 안내보행(지하철역에서 공연장까지 동행)을 휠체어석을 운영하며 ▲일부 회차에 수어통역(수어통역사들이 배우의 대사를 한국수어로 번역하여 무대 위에서 통역), 터치투어(관람 전 접근성 매니저와 함께 무대를 직접 걷고 만지는 감각 경험 프로그램), 개방형 음성해설(공연 중 무대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시각적 정보를 음성해설 배우가 무대 위에서 직접 해설)을 진행한다.
〈생추어리 시티〉는 5월 10일(토)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되며 자세한 공연 정보는 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www.doosanartcenter.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두산인문극장’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과학적, 인문학적, 예술적 상상력이 만나는 자리다. 2013년 ‘빅 히스토리’를 시작으로 ‘불신시대’, ‘예외’, ‘모험’, ‘갈등’, ‘이타주의자’, ‘아파트’, ‘푸드’, ‘공정’, ‘Age, Age, Age 나이, 세대, 시대’,’권리’까지 매년 새로운 주제로 기획되어 왔다. 2025년에는 ‘지역 LOCAL’을 주제로 공연 3편, 전시 1건, 강연 8회를 선보인다.
두산연강재단 두산아트센터는 두산 창립 111주년을 기념하여 2007년 새롭게 문을 열었다. 연강홀, Space111, 두산갤러리에서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선보이며 각각의 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며 지원하고 있다. 문화예술부터 인문학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며, 매년 공연, 전시, 교육 등 약 40여 개의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2023년에는 백상예술대상 ‘백상 연극상’, 2019년 동아연극상 ‘특별상’, 2013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예술문화후원상’, 대한민국 디지털경영혁신대상 콘텐츠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2011년 메세나 대상 ‘창의상’ 등을 수상하며 문화예술계에서 공로를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