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미술관 2025 금호영아티스트 (2부) 강나영 유상우 주형준 작가 개인전

2025-06-02     최상미 객원기자

 

금호미술관은 매년 신진작가 공모 프로그램 금호영아티스트를 통해 유망한 신진작가들에게 개인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제22회 금호영아티스트 공모 프로그램에서 강나영, 강철규, 송승준, 유상우, 이해반, 주형준 6명의 젊은 작가가 선정되었다.

신진작가로 선정된 6명의 작가들은 1부와 2부로 나누어 개인전을 개최하는데 1부(3.21-4.27)에서는 작가 강철규, 송승준, 이해반 개인전을 2부(5. 9-6.15)에서는 작가 강나영, 유상우, 주형준 개인전을 선보인다.

'돌봄 노동'을 둘러싼 관계와 사회 구조, 그 안에서의 물리적 정서적 긴장을 섬세하게 포착한 강나영 작가의 영상 설치 작업, 현대 사회에서 상실된 감각에 관심을 두고 자연적 대상의 본질적 가치를 조명하며 감각의 회복 가능성을 모색하는 유상우 작가의 설치 작업, '소원'이라는 인간 보편의 욕망을 동시대적인 시선으로 탐구하며 평범한 이들의 소원 서사를 극적으로 그려내는 주형준 작가의 회화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명 : 주형준 / 전시명 : 어둔 곳에 있을 땐 내 그림자도 날 떠나 있는다
작가명 : 주형준

3층 전시장은 전통 동양화를 전공한 주형준 작가의 전시 <어둔 곳에 있을 땐 내 그림자도 날 떠나 있는다>가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압도적인 크기의 작품이 폭발하는 듯한 소용돌이 속에 빨려 들어갈 듯 강렬하게 다가온다.

​작가는 신화나 영웅 서사에 등장하는 거창한 소원이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개인들의 소박하면서도 절실한 소망에 주목하여 이를 화면에 담아낸다.

전통 동양화의 여백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가는 의도적인 생략과 과장이 담긴 표현 기법을 통해 화면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이야기의 신성함을 부각시킨다.

​이번 전시는 온 세상이 칠흑 같은 먹색으로만 보이는 참담한 상황 속에서 빛줄기를 찾아 고군분투하는 인물 Q의 서사를 바탕으로 한 회화와 설치 작업으로 구성되었다.

가질 수 없는 대상을 소망하는 Q의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선묘를 통해 극적으로 그려지며 삶의 미세한 균열과 그 틈에서 피어나는 감정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주형준 작가는 관람자가 정적인 감상에서 벗어나 작품을 따라 걸음을 옮기며 입체적으로 서사를 읽어나가도록 유도한다. 감상하는 사람이 자신의 기억과 바람을 작품에 투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일까? 작품을 감상하는데 다양한 생각과 이야기들이 스쳐 지나간다.

작가명 : 유상우 / 전시명 : 기억이 대지가 되는 곳에서

전시관 2층에는 현대 사회에서 상실된 감각에 관심을 두고 시간성이 내재된 대상을 탐구하는 유상우 작가의 작품 <기억이 대지가 되는 곳에서>가 전시되고 있다. 작가는 현대 사회의 과잉된 정보와 자극 속에서 무뎌진 감각의 상태에 주목한다.

정서적 감각의 상실 원인을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도시화 같은 사회 구조에서 찾은 그는 일상 속 자연물이 문화적 상징으로 소비된 뒤 무의미한 잔해로 저락하는 과정을 포착한다.

​이번 전시 <기억이 대지가 되는 곳에서>는 2023년부터 진행해 온 프로젝트 <Portrait of Loss>의 연장선에 있는 작업들로 구성, <가장 낮은 곳에 쌓인 것들>은 작가가 거주하는 시카고 도심에서 크리스마스가 지난 후 버려지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재료로 삼았다.

전시장 바닥을 덮은 녹색 가루와 인센트 스틱 홀더. 작가는 해체된 나무의 솔향을 통해 감각의 회복 가능성을 모색한다. 시각적 후각적으로 감각이 살포시 깨어나는 것이 느껴진다.

작가명 : 유상우

찰랑이는 물 영상 아래 작은 종이배가 무수히 깔려 있다. <빛이 닿지 않는 방>이라는 이 작품은 공공정원에서 버려진 식물을 종이로 가공하고 색소를 이용해 사진 이미지를 현상한 작품이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는 이 작품은 인간이 남긴 흔적들이 생명의 흐름 속에 반복을 거듭하며 회복을 의미한다. 작품은 외부 환경에 의해 빈 종이로 남게 되고 전시 종료 후 본래의 자연으로 되돌아가 새로운 생명을 위한 촉매로 작용한다.

유상우 작가는 인간에 의해 의미가 부여되고 소멸된 자연물을 매개로 감각과 기억, 상실에 대한 사유를 이끌고 지속 가능한 재료에 대한 탐구를 통해 생태적 순환 속에서 예술적 실천을 이어나간다.

작가명 : 강나영 / 전시명 : 외출하는 날​

강나영 작가의 작품은 돌봄이 이루어지는 삶의 구조와 그 안에서의 물리적, 정서적 긴장을 섬세하게 포착,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는 강한 육체적 힘과 정신적 집중을 요하는 노동이 된다는 점을 환기시키며 돌봄이라는 책임이 가족의 몫으로만 남아 있는 것인지 사회적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 <외출하는 날>은 장애가 있는 가족 구성원과 함께 외출하는 과정을 따라가며 여정 속에 내재된 시간과 속도, 거리, 접근성, 감정 등을 내러티브하게 영상과 설치 작품으로 풀어낸다.

작가명 : 강나영

"우리에게 일요일은 자갈밭 위의 고깃집이다."

작가의 가족들은 남동생과 일주일에 한 번 고기를 먹으러 가기 위해 외출을 한다. 좁은 엘리베이터 안, 울퉁불퉁 요철들로 가득한 길, 자깔 깔린 주차장 등 식당 가는 길이 이렇게 특별한 일이었나 싶기도 하고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작가가 겪고 있는 가정사를 담아낸 작품이기도 하지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에 작품이 깊게 더 와닿았다.

​내면의 소망과 감정을 회화와 설치로 풀어낸 주형준 작가, 무뎌진 감각과 자연적 대상들을 생태적 순환으로 되살려낸 유상우 작가, 돌봄 이 이루어지는 삶의 구조를 사회적 문제의식으로 드러낸 강나영 작가.

2025 금호영아티스트 2부 강나영, 유상우, 주형준 작가의 개인전은 작가 개개인의 감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하고 풀어낸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 2025 금호영아티스트 2부

전시작가 : 강나영, 유상우, 주형준

전시기간 : 2025. 5. 9 ~ 6. 15

관람시간 :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전시관람료 : 성인 5천 원 / 학생 4천 원

전시장소 : 금호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