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레이디 맥도날드' 정동길에서 무대로 올라온 김윤자—존엄을 향한 여정
오는 12월 1~7일 예술공간 혜화에서 공연
한은형 작가의 소설 『레이디 맥도날드』(문학동네, 2022)가 이지혜 연출의 각색을 거쳐 2025년 12월 1일부터 7일까지 예술공간 혜화에서 무대화된다.
이지혜 연출의 네 번째 작품인 이번 공연은, 고전을 현대적 시선으로 변주한 〈안티고네, 나는 영웅이 아니다〉와 〈□ blank 햄릿〉, 자전적 경험을 녹여낸 〈보이스오버〉에 이어 한 인물의 일상을 따라 삶의 가치를 성찰하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번 〈레이디 맥도날드〉는 사회가 외면하는 여성 노숙인의 삶을 담담히 따라가며, 인간이 지켜야 할 ‘존엄’의 의미를 깊게 질문한다.
사회는 정해진 삶의 규칙에서 벗어나는 이들에게 너무 쉽게 낙인을 찍는다. ‘정상’이라는 좁은 선 밖으로 벗어난 순간, 비난과 혐오의 시선이 따라붙는다. 그러나 작품은 묻는다.
그 삶은 정말 ‘틀린’ 것인가?
‘다름’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왜 사라져야만 하는가?
〈레이디 맥도날드〉는 이 질문을 관객 앞에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내어놓는다.
공연은 정동길 일대를 떠돌며 살아가는 여성 노숙인 김윤자, 그리고 그녀의 일상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된 피디 신중호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신중호의 질문은 호기심으로 가득하지만, 김윤자의 대답은 언제나 비껴간다. 영자신문을 탐독하며 “오브콜스”, “노코멘트”를 말하고, 낡은 트렌치코트를 단정히 매만지는 그녀는 지금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곳을 서성이며 스스로의 삶을 ‘실패’라 정의한다. 하지만 그녀의 일관된 행동들은 실패를 외면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자신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존엄을 단단히 지켜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렇게 ‘노숙인’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졌던 한 인간 김윤자가 선명히 드러난다.
이지혜 연출은 이 인물의 일상에 주목하며 소설의 시선을 무대로 옮겼다. 삶의 어떤 부분에도 ‘당연함’이 사라진 지금, 자기중심을 세우고 지켜내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연출은 “삶의 모양은 누구나 다르다. 그 다름을 견디고, 서로에게 다정과 넉넉함을 비춰볼 여유를 제안하고 싶다”고 말한다.
작품은 관객의 이해나 동의를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각자의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이 잠시 머물 수 있는 자리, 그 하나면 충분하다고 전한다.
공연은 12월 1일부터 7일까지 휴관 없이 진행되며 전석 35,000원으로 전석 35,000원이며, 원작 소설 『레이디 맥도날드』를 지참하면 도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수능을 마친 청소년·청년을 위한 특별 할인도 마련되어 있어 폭넓은 관람이 가능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인 만큼 나의 일상을 그리고 한 해를 돌아보며 ‘나만의 모양을 가진 삶’을 그려보는 시간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