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풍(安風)은 서울시장 선거에도 다시 불까

2011-11-07     서울자치신문

나경원 후보, 정책선거 강행... 박근혜전대표 지원할듯
박원순, 무소속후보로 승리하면 정치 '지각변동'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한나라당 나경원후보와 시민사회출신 무소속 박원순 후보간 양자대결로 좁혀졌다. 이번 선거는 기존 여야 정당간 대결을 넘어서 무소속 후보와 여당 후보간 대결이라는 점에서 사상 초유의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후보는 박원순 후보가 시민사회출신의 ‘아마추어 정치인’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자신의 정책공약과 정책행보를 통한 정책선거를 끌면서 준비된 서울시장임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후보는 야 3당과 시민사회가 합의해 만드는 공동 정책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와 변화를 이끄는 서울시장임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인다는 전략이다.

◇정책대결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과 시민사회는 3일 공동정책합의문과 공동선대위 구축에 합의했다.
 야4당과 시민사회는 이날 정책합의문에서 "단지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민생파탄을 심판하는 것을 넘어서 시민사회의 폭넓은 참여와 협력을 통해 사람 중심의 함께 잘사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심각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고 노동 존중의 사회를 선도할 것"이라며 "전시성 예산 낭비로 얼룩진 토건 서울을 사람 중심, 민생 중심, 자연친화적이고 문화예술이 꽃피는 서울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특히 초ㆍ중생에 대한 친환경 전면 무상급식 및 초ㆍ중ㆍ고교 공교육 강화, 전시성 토건예산 삭감 및 보편적 복지 예산 대폭 확대, 서민 고용안정 및 청년실업 문제 해결 등을 담은 10대 핵심 정책과제도 제시했다.
정책과제에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강화, 뉴타운 사업 재검토, 아동수당 확대 및 사회적 약자 보호, 서울시립대 등록금 반감, 서울시 및 산하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한강 르네상스 사업 재검토 등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 야3당과 시민사회는 서울시를 시민참여형 민주정부로 함께 운영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서울시장 당선자가 '서울시정 운영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나경원 후보는 시민사회출신인 박원순후보와 차별화된 정책제시에 집중하고 있다. 
나후보는 출마선언에서 “행복한 생활특별시를 만들겠다”고 밝힌바 있다. 나 후보는 생활중심 공약위주로 지속적인 정책행보에 나서고 있다. 나후보는 정책발표회를 통해 다세대·다가구주택 밀집지역 집중투자와 비강남권 집중지원에 의한 생활인프라 격차 해소, 비강남권 재건축 연한 완화 등을 약속했다.
강남과 비강남간 생활인프라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나 후보는 “개발 중심의 도시계획을 생활 중심의 도시계획으로 전환하려 한다”면서 “전수조사를 통해 생활인프라 지도를 제작하고 이를 통해 생활인프라 사각지대 및 소외지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나경원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할까?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의 나경원 후보 지원 문제를 ‘프리핸드(자율재량권)’에 맡기기로 했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이와관련, "박 전 대표가 편안하고 자유롭게 나 후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프리핸드를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에게 선대위 고문 직 등을 맡아달라고 당 지도부가 압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 총장은 이어 "선대위 조직은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를 아우르는 것은 물론 외부의 범보수 원로들도 참여하는 '화합형'으로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의원이 선대위에 참여하지않음에 따라 선대위 주요 직책은 당 서울지역 국회의원들 중심으로 짜여지게 됐다. 선대위원장 후보론 서울지역 3선 의원인 원희룡 최고위원과 박진·권영세 의원 등이 거론된다.
선대본부장은 친박계와 친이계 재선 의원을 각각 대표해 이성헌·진영 의원 공동본부장 체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선대본부엔 서울시 국회의원 전원(37명)이 합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전략·기획 등의 분야에는 인천·경기도 지역 의원들도 참여키로 했다.
 서울지역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 여부는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결정될 것”이라며 “박 변호사가 야권 단일후보가 됐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정치분석가들은 국민들이 ‘여자 서울시장과 여자 대통령체제’에 대해 부담을 가질수 있어 박근혜 전대표측의 전폭적 지원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함께 박 전대표가 최근 선거에서 적극 나서지 않는데 대한 비판여론이 고개드는 상황에서 보궐선거까지 나몰라라할수 없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순 후보가 무소속 완주해 승리한다면 어떤일이 생길까?
박원순 후보가 민주당 박영순 후보를 누르고 범야권 후보로 선출됐다는 것은 ‘안철수현상’으로 대표되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요구가 분출한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제1야당의 조직력까지 넘어선 시민사회의 정치 참여 열기는 서울시장 보선은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기성 정당들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권 권력지형에서 민주당의 패권을 뒤흔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일부 정치전문가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이 발달함에 따라 기존 정당의 동원 방식을 택하지 않고도 유권자들을 투표 현장으로 부를 수 있게 됐다"고 SNS의 촉매 작용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조직 동원이 가능한 참여 경선에서 박 변호사가 선전을 펼친 것도 주목해야 할 현상이다. 우선 박 변호사도 나름의 조직력을 갖췄다고 봐야 한다.
안철수 원장의 출마포기와 단일화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은 5%에 20%까지 뛰어올랐고, 그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도 40%의 지지율을 기록, 나 후보에 7∼18% 포인트 앞서며 줄곧 우위를 유지해 왔다.
 정치권에선 안풍이 과연 본선 무대에서도 계속 유지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로선 전망이 엇갈리긴 하지만 계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안풍이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염증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한 만큼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 야권 통합후보 경선 과정에서 대기업 후원금 등을 둘러싸고 야권내 경쟁자인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여권이 집요하게 검증공세를 폈으나 대세를 흔들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박 후보가 본선 승부에서도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경선에서 박원순 후보의 승리의 기점은 안풍이라는 분석도 많다. 그러나 안풍이 나-박대결의 본선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것인가와 내년  총선, 대선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려 있다.
안풍을 업은 박 후보가 본선에서 승리할 경우 지난달 초 ‘안철수 돌풍’을 일으키며 일약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지면서 그의 대권가도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안 원장이 여전히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때가 되면 대선에 나올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후보의 본선 승리는 안 원장을 중심으로 한 제3세력, 즉 제3정당이 출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총선을 전후로 ‘정당’이라는 정치적 지향점과 실체가 뚜렷한 조직으로 발전할지 예단하긴 이르지만, 진보ㆍ보수 이분법으로 나뉜 정치 구도를 깨려는 제3 정치세력화 시도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전망은 물론 박 후보의 민주당 입당이 아닌 ‘무소속 완주’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박원순 후보는 결국 민주당에 입당할까?
각종 선거에서 조직은 상당한 요소다. 민주당 후보가 아닌 무소속 후보에게 민주당이 총력 지원을 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 그간 박원순 후보는 야권 단일 후보로 민주당에 입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상당했다. 박원순 후보도 그간 민주당 입당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박 후보는 야권 통합 후보로 확정된 3일에도 "구체적으로 민주당에 입당해달라는 요구가 상당히 있지만 지금 야권 단일 후보로 야권 전체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또 "민주당과 지속적으로 함께 할 것이고 야권 단일 후보라는 것 자체가 민주당, 민주노동당, 시민사회와 함께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박원순 후보가 선거 전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박원순 후보는 당초 불리한 것으로 예측됐던 야권단일후보 경선 현장투표에서 당초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에 힘입어 승리했다.
높은 투표율은 시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기존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이같은 시민들의 열망을 받아 안으려는 박원순 후보가 기존 정당 체제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 후보 역시 "민주당 입당 요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제도권 정치를 넘어서는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시대적 목소리도 현실"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저와 협력할 야당과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후보등록 기간(6,7일)안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층 일부가 민주당 후보가 아닌 박 변호사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박 변호사의 승리는 불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 중 상당수가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변호사로 대표되는 제3의 시민사회세력에 흡수되면서 야권 권력 지형에서 민주당의 입지는 줄어들고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 변호사가 '기호 2번'을 달고 나오기 위해선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7일까지 입당 여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박 변호사는 민주당의 꾸준한 입당 권유에도 "통합 후보로 선출된 이후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성 정치권과의 거리 두기를 통해 지지를 확보한 박 변호사가 지지층의 비판을 부르는 선택을 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박 변호사가 본선에서 야권 대표로 강한 조직력을 갖춘 한나라당의 공세에 맞서야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민주당 입당이란 선택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본선에서 박 변호사 지원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TV토론에서 약속한 대로 박영선 후보가 박 변호사의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당 차원에서도 총력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만약 박 변호사가 본선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에 패할 경우 손학규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문책론 등 더 큰 후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한나라당과 무소속 후보간 난타전?
한나라당은 박원순 후보에 대해 투트랙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나경원 후보는 정책행보를 강화하면서 박 후보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당 차원에서는 박 후보의 각종 의혹을 청문회수준으로 강도높게 제기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관련, 한나라당 핵심관계자는 3일 "정책과 도덕 양면에서 검증대에 오르지 않은 박 후보에 대한 검증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후보측은 우선 박 후보가 ‘아마추어 정치인’임을 부각시킴으로써 나 후보의 정책적 무게감과 안정감을 극대화한다는 계산이다.
이 과정에서 나 후보는 `생활공감 정책'을 릴레이식으로 발표하며 정책주도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명박ㆍ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한 냉정한 진단ㆍ평가를 통해 계승할 부분은 이어나가되, 바꿀 부분은 과감하게 바꾸는 개선ㆍ혁신을 통해 집권여당 후보로서의 면모를 보이겠다는 것이다.
 나 후보가 ‘네거티브 선거 지양, 정책 선거’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박 후보에 대한 정밀 검증은 당이 총대를 멜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박원순 야권 후보'에 대비, 다량의 검증 자료를 확보해왔다는 후문이다.
강남 대형 아파트 거주 및 자녀 유학 문제를 비롯해 자신이 상임이사로 있던 아름다운재단이 대기업 후원금을 받은 문제, 부인의 인테리어 업체가 아름다운가게 매장을 시공한 문제 등이 주요 검증 대상이다.
 한 관계자는 "철저한 검증을 통해 박 후보가 가난한 시민운동가가 아니었다는 점을 폭로함으로써 그의 '위선'을 드러내겠다"며 "박원순 청문회를 방불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박 후보의 민주당 입당 여부에 따라 대응전략을 달리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가 무소속 후보를 고수할 경우 박 후보 개인 검증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민주당과의 균열음 찾기에 나서고, 민주당 입당 시 `당 대 당 구도'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대야(對野) 공세의 포문을 연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