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종전 협상 교착 속 성장률 하락·위기 취약국 오명, 경기 부양보다 충격 완화를

2026-03-31     김정민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기습 침공하며 시작된 중동 전쟁이 한 달을 넘어서며 장기화(長期化)하고 있다. ‘핵 보유 저지’를 명분으로 내걸고 ‘에픽 퓨리(Epic Fury │ 거대한 분노)’란 작전명으로 전격적인 공습과 타격을 가하면서 발발한 중동 전쟁은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의 참전으로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에 이어 홍해(Red Sea) 위협까지 고조되면서 장기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일정이 5월 14∼15일로 또다시 늦춰지고 종전 협상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 양측 주장도 크게 달라 교착 상태(膠着 狀態)로 빠져들어 중동 위기는 갈수록 악화일로(惡化一路)의 나락(奈落)으로 치닫고 있다.

이처럼 중동 전쟁 발(發) 위기는 좀처럼 호전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혼미(昏迷)하다. 미국과 이란은 휴전을 저울질하면서도 지상전까지 대비하고 있는 최악의 전황(戰況)이 지속하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점거에 이어 지난 주말 예멘 후티 반군이 참전을 선언하며 홍해의 물류까지 위기에 빠졌다.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상황에서 홍해까지 막힌다면 이미 휘청이고 있는 세계 경제가 받을 충격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우리의 원유 수급로(受給路)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봉착한 형국이다. 전쟁과 해상통로 봉쇄 장기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생존전략을 짜야 할 시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파티 비롤(Fatih Birol)’ 사무총장이 “지금은 과거 두 차례의 오일 쇼크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를 모두 합친 수준”이라고 경고할 정도로 상황은 엄중(嚴重)하고 심각(心覺)하다. 원유·에너지 등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큰 영향과 직접 타격을 받으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미 정부는 국내 생산 나프타(Naphtha)의 수출 금지를 포함한 전방위적인 방어막 구축에 나섰다. 시중에서는 종량제 쓰레기봉투 사재기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국민적 불안감도 커져 있다. 중동 전쟁 발(發) 불확실성(Uncertainty)에 비상계엄 후 간신히 불씨를 살려 온 우리 경제가 다시 심각한 위기에 빠질 백척간두(百尺竿頭) 벼랑 끝에 선 누란지위(累卵之危)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중동 사태의 충격으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렸다. 한국 경제는 중동산 석유와 가스 의존도가 높은 데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지니고 있어 중동 전쟁 발(發) 에너지 위기에 특히 취약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OECD는 지난 3월 26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유지했다. 정작 중동 사태를 촉발한 당사국인 미국은 AI 효과 등을 반영해 오히려 상향 조정했고, 일본은 민간 소비 회복세를 긍정 평가해 기존 전망치 0.9%를 유지했고 중국도 4.4%로 기존 전망치를 지켰다. 하지만 한국은 대외 경제 의존도가 높다는 이유로 2.1%에서 1.7%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주요 20개국(G20) 중 영국(-0.5%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하락 폭이다. 앞서 이달 중순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Citi)와 바클리(Barclay)가 한국 성장률을 각각 긴급 하향 조정한 데 이은 OECD 발표는 우리가 ‘중동발 위기 취약국’으로 지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내란 사태, 관세 전쟁 등으로 가까스로 1%를 기록했지만, 다시 1%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는 반도체 호황, 소비 회복 등에 힘입어 잠재성장률 수준인 2%를 달성할 것으로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등이 내다본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난데없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하면서 경제 충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고 원유 수급에서도 중동산 비중이 크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더욱 취약하다. 문제는 이번 OECD의 1.7%로 하향 전망이 올해 중반 원유와 가스 가격이 안정을 찾는다는 것을 전제로 내놓은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OECD는 전쟁이 진정되지 않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5달러 수준이 된다면 세계 경제 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물가와 금리는 상승 추세를 보이면서 국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와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통과와 집행을 서둘러 경기 하락을 최대한 방어하고, 개인들은 금리 상승에 대비해 과도한 ‘영끌’이나 ‘빚투’를 자제해야 한다.

당장 국제 유가 급등이 소비자 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4월부터 충격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에 이어 예멘의 친이란 무장정파 ‘후티’ 반군이 홍해의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하거나 미군이 지상군을 투입하는 등 확전이 되면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뛰고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이 커질 수 있다. 위기 장기화를 상수로 놓고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국제 유가가 지금처럼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상황이 지속되면 올해 성장률이 0.5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 추산하기도 했다. 당분간 물가 상승 등 고비용 체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카타르가 LNG 시설 복구에 3년이 걸린다고 한다. 얼마 전 셰브론(Chevron)·셸(Shell) 등 글로벌 석유업계는 전쟁 후에도 항공유·디젤 등 아시아 전역의 수급난이 장기화할 것이라 경고했다. 여기에 해상 보험료와 전쟁 위험 할증료 등 에너지를 들여오는 기본 비용 자체가 구조적으로 비싸지고 있다.

OECD가 올해 한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7%로 지난해 12월 1.8% 대비 0.9%포인트나 올린 것도 이런 압박을 반영한 결과다. 한국의 상승 폭은 일본(0.2%포인트), 캐나다(0.3%포인트), 프랑스(0.5%포인트), 스페인·이탈리아(0.7%포인트) 등보다 높고 호주(1.4%포인트), 미국(1.2%포인트)보다 낮은 수준이다. 물가 상승은 그 자체로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지만, 최근에는 고물가 탓에 국내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시중금리까지 빠르게 오르는 추세다. 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3월 27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4.410~7.010%로 집계됐는데, 5대 은행 고정금리가 7%를 넘은 것은 2022년 10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서민들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 고유가·고환율·고물가의 ‘3고(高)’ 복합위기(Complex crisis)가 갈수록 증폭하는 양상 속에 한국경제를 무겁게 덮치고 있는 가운데 경기 둔화 속 물가가 뛰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Stagnation + Inflation)’의 그림자까지 짙어지고 있다.

OECD는 “정부 정책이 적시에 이뤄져야 하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 가계와 기업에 집중해야 하며, 에너지 절약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위기 대응 방안을 권고했다. 정부는 유류비와 물류비 경감, 소상공인과 농어민 및 피해 수출기업 지원에 중점을 둔 2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전쟁 추경’은 규모가 큰 데다 민생 회복 지원금 등 현금성 지원이 포함된 것도 사실이다. 인플레를 자극할 무리한 경기 부양보다 충격 최소화와 위기 장기화 대비에 초점을 맞춰야 부작용이 적다. 에너지 전환 및 대중교통 지원,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 공급망 충격 완화 등에 주력하고 현금성 지원은 저소득층에 집중해야 효과가 크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은 추진 중인 25조 원 규모의 추경을 이런 OECD가 권고하는 방향에서 집행하길 바란다. ‘중동발 위기 취약국’이란 상황 속에서 국민의 삶을 지켜내기 위한 총력전이 절실한 시점임을 각별 유념하고 정부는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

무엇보다도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 정부와 한국은행은 경기 침체에 대응하면서 물가도 잡아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됨을 명심해야만 한다. OECD는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8%에서 2.7%로 0.9%포인트 올렸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물가상승률이 3%대를 넘어설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를 위축시키고 경기 회복력을 떨어뜨린다. 정부가 절제와 인내로 ‘돈 풀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한편 가계·기업 등과 사회적 대화를 통해 경제 구조를 장기 에너지 위기 대응 체제로 전환하는 대책을 미리 준비해야 할 시기다. 이럴 때일수록 ‘에너지 쇼크’의 실물경제 전이를 막고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 위기 대응은 타이밍이 관건이다. 지원 시기가 늦어질수록 이들의 피해는 커지고 이를 회복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충분한 유동성 관리와 시장 안정 조치를 통해 금융시장에 불필요한 공포가 확산하지 않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번 위기를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아 중동에 편중된 원유 공급망을 서둘러 다변화하고, 고에너지 소비형 산업 구조를 고효율 구조로 개편하는 작업을 조속히 실행으로 옮겨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