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욕망을 박제한 아르데코의 여왕… 아시아 최초 상륙한 뮤지컬 '렘피카'

격동의 시대를 예술로 승화한 여성 화가의 드라마틱한 삶 6월 21일까지 서울 코엑스아티움 우리은행홀에서 아시아 초연

2026-03-31     최상미
뮤지컬 렘피카 프레스콜 포토타임

 1920~30년대 미술계를 주름잡았던 '아르데코(Art Deco)의 여왕', 타마라 드 렘피카의 파란만장한 삶이 서울 한복판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우리은행홀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초연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렘피카(Lempicka)>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20세기 초 예술과 문화의 흐름을 바꿔놓은 파격적인 신여성 '렘피카'의 실화를 무대화한 이 작품은, 시대를 관통하는 묵직한 여성 서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던진다.

<하데스타운>, <그레이트 코멧> 등 굵직한 화제작을 탄생시킨 연출가 레이첼 채브킨의 신작인 <렘피카>는 이미 2024년 제77회 토니상에서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무대디자인상 등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브로드웨이에서 그 작품성을 입증받은 바 있다.

칼슨 크라이저의 탄탄한 극본에 팝, 록, R&B를 결합한 맷 굴드의 흡입력 있는 음악이 더해져 2026년 상반기 국내 공연계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뮤지컬 렘피카 프레스콜 김선영 장면 시연

붓으로 욕망을 주체화한 여인, 정제된 관능미를 입다

러시아 혁명과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 붓을 들었던 렘피카.

그녀는 단순히 시대의 화가를 넘어, 자신의 삶 자체를 하나의 스타일로 완성한 입체적인 인물이다.

렘피카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차가운 아름다움'은 무대 위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된다.

그녀의 그림 속 여성들은 수동적인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시선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도발적이고 독립적인 주체다.

뮤지컬 <렘피카>는 이러한 노골적이지 않은 강한 관능성과 우아하면서도 위험한 분위기, 즉 '정제된 에로티시즘'을 매혹적인 음악과 세련된 미장센으로 압축해 냈다.

오늘날의 인플루언서 문화를 연상케 할 만큼 자기 자신을 브랜딩 했던 그녀의 58년 삶이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박동한다.

압도적 보컬과 미장센이 빚어낸 명장면의 향연

압도적 보컬과 미장센이 빚어낸 명장면의 향연

이날 프레스콜 현장에서는 극의 핵심을 관통하는 주요 넘버들이 시연되며 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예술적 정체성과 뮤즈를 향한 복잡한 내면을 담은 타이틀곡 'Woman Is(우먼 이즈)', 라파엘라의 관능적이고 역동적인 에너지가 폭발하는 'Don't Bet Your Heart(돈 뱃 유어 하트)', 미래주의자 마리네티의 강렬한 신념을 뿜어내는 'Perfection(퍼펙션)'등 심장을 울리는 비트가 장내를 가득 채웠다.

배우들의 역대급 라인업 역시 화제다.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렘피카' 역에는 정선아, 김선영, 박혜나가 나서 3인 3색의 압도적인 아우라를 뿜어낸다.

치명적인 매력의 뮤즈 '라파엘라' 역에는 차지연, 린아, 손승연이, 이탈리아 미래주의자 '마리네티' 역에는 김호영과 조형균이 캐스팅되어 극의 밀도를 높인다.

레이첼 채브킨 연출은 "역사적 사건의 순서보다는 렘피카를 중심으로 몰락해 가는 남편 '타데우스'와의 결혼생활, 그리고 매혹적인 '라파엘라'와의 관계가 확장되는 평행적 구도와 감정선에 집중해 달라"고 관람 포인트를 전했다.

특히 렘피카 그림 특유의 '비대칭적인 어깨'를 무대 위 배우들의 각도와 자세로 의도적으로 구현해 내, 인간의 불완전함과 감춰진 욕망을 시각화한 점은 단순한 뮤지컬을 넘어선 '아트 뮤지컬'의 정수를 보여준다.

박혜나 배우

"전쟁 같은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이야기"

역사적 실존 인물을 한정된 시공간에 담아내는 것은 배우들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렘피카 역의 박혜나는 관객과의 소통에 대한 고민을 '음악'으로 돌파했다고 밝혔다. 그

녀는 "음악이 너를 도울 것이며, 음악을 통해 극이 흘러가고 너 역시 그 속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연출의 조언이 실제 무대 위에서 완벽히 맞아떨어졌음을 강조했다.

"렘피카는 격변하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붓을 통해 스스로를 응원했습니다.

이 작품은 전쟁 같은 현실에서 매일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배우 박혜나)

시대를 앞서간 화가의 치열한 예술과 사랑, 그리고 자유를 향한 갈망을 감각적인 무대 언어로 풀어낸 뮤지컬 <렘피카>는 오는 6월 21일까지 서울 코엑스아티움 우리은행홀에서 관객들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