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자신의 나이를 빗댄 중년남자의 이야기 ‘50’
TV와 영화로 친숙한 배우 차인표가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 감독데뷔작 ‘50’을 선보였다. '50'은 직장과 가정, 삶의 중심에서 어느새 밀려나 버린 중년 가장의 조금은 찌질하고도 쓸쓸한 일상을 그린 단편 영화로 차인표가 감독과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중년 남자가 아이와 아내를 미국에 보내고 홀로 한국에 남으면서 시작된다. 유학비와 월세, 부모님 용돈까지 챙기기 힘든 마음에 동네 헬스 트레이너를 자처하며 용돈이라도 벌어보려 하지만 사장은 젊은 트레이너를 고용한다. 주인공은 그 상황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지만 결국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이고 50대 이후의 삶도 충분히 가치있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자각을 하며 새로운 인생을 준비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기러기 아빠’라는 소재를 통해 50대 가장의 애환을 그려냈다.
아내와 아이는 미국으로 떠나고 중년의 가장은 학비와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적지않은 돈을 미국에 보내야 한다. 거기에 부모님의 용돈까지 챙겨야 하는 50대 가장의 부담감과 압박감은 240KG 역기를 들어올리는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얼굴과 몸의 근육들이 경련하며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장면의 연출은 50대에 들어선 체력의 쇠퇴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처한 가혹한 재정상태와 정신적인 문제를 표현한다. 우리나라 50대 남자의 고군분투 이야기이다.
-개인과 가족과 사회 문제는 하나다
영화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몇몇 장면이 있다. 주인공은 수퍼에서 구입한 밑반찬 서너개에 밥 한공기를 아무렇게나 놓고 매번 쓸쓸하게 음식을 삼킨다. 미국에 있는 딸은 이런 저런 핑계로 아빠와 카톡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 직업이 펀드매니저라 회사에 나가도 늘 혼자다. 유일하게 세상과 교류하는 곳은 주인공이 운동하는 헬스클럽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그는 본인의 몸과 체력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자신과 그런 그를 인정하지 않는 헬스클럽 사장과의 갈등을 비롯해 왜곡된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 영화는 개인과 가족과 사회의 문제를 유기적인 인과 관계로 보고 있다.
-다시 시작하자
비록 힘들고 비참한 현실이지만 희망적인 결말로 끝을 맺었다. 일몰의 해변을 걷는 주인공의 표정은 자신의 나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또 한차례 성장한 듯 담담하지만 굳건해 보인다. 이를 통해 감독은 인생의 황혼기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50세를 인정하고 그 이후의 삶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주인공을 맡은 차인표가 일반적인 50세 가장보다 뛰어난 외모와 신체를 가지고 있어서 몰입이 좀 덜 되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소재 그리고 각본, 연출, 연기의 조화가 관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게 한 영화였다.
김정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