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김광석
영화 ‘김광석’의 눈 못 감는 외사랑
그동안 관객들에게 외면당하던 다큐멘터리 영화가 최근에 주목 받기 시작하며 흥행과 이슈의 중심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30일 개봉한 영화 ‘김광석’은 ‘다이빙벨’을 연출한 이상호 감독의 두 번째 영화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 故김광석의 목소리를 추억하며 그의 노래와 삶을 그려 낸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다.
‘김씨는 1996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그의 죽음은 자살로 판명났지만 이 감독은 정황상 자살로 보기 어렵다고 확신한다. 이 감독은 김씨가 자살했다고 밝힌 부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한다. 이 감독은 1%의 결정적 증거 없이는 그날의 진실을 밝힐 수 없다며 ‘김광석법’ 제정을 촉구한다.‘
영화가 시작되면 관객은 1996년 1월 6일 김광석의 사망사건을 접한다. 이후 20여 년간 베일에 쌓여있는 마지막 날의 흔적에 대한 여러 가지 정황과 증거, 인터뷰를 통해 영화가 끝날 때쯤 한 가지 공통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영화를 보며 결론을 유추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광석의 일기를 보면 미국에 함께 간 아내가 며칠간 연락도 없이 사라져 고통스러워하는 심경이 씌어있다. 힘들고 괴로웠지만 모든 걸 감춘 채 미국의 팬들 앞에서 ‘외사랑’을 부르는 김광석의 영상은 관객의 눈물을 자아낸다. 이외에도 김광석의 사후 100억대 재산과 저작권을 가져간 아내 서씨, 억울함을 가슴에 품고 생을 마감한 김광석의 부모, 판권저작권을 물려받은 딸의 행방불명에 관한 충격적인 이야기들은 스릴러 영화를 보는듯한 섬뜩함과 긴장감을 준다.
영화 '김광석'에선 그의 자작곡을 들을 수가 없다. 김광석이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의 저작권은 그의 부인 서씨에게 있다.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먼지가 되어, 사랑했지만은 저작권문제로 한 곡도 나오지 못했고 그의 목소리와 그가 활동했던 당시의 모습을 담은 영상으로 김광석의 노래를 대신했다.
이 감독은 “‘김광석’을 개봉하게 된 최종 목표는 단순히 흥행이 아니라 ‘김광석법’제정에 있다. 김광석 뿐 아니라 다른 변사자들의 의문의 죽음을 공소시효 없이 조사해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없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영화가 개봉된 이후 한 영화 김광석 사건의 재조사를 촉구하는 김광석법의 입법 청원 서명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소송이 우려되는 만큼 관람은 서두르는 게 좋을 듯하다.
대중들의 정치 사회적 참여가 증가하고 있는 요즈음, 현실을 영화에 투영해내 관객의 공감을 얻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규명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이슈를 풀어주는 순기능으로 인해 당분간 흥행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민 <편집위원>
장르: 다큐멘터리 / 감독: 이상호 / 출연: 김광석·이상호·박학기 / 개봉: 2017.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