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아이 캔 스피크

웃음과 눈물, 재미와 감동의 조화

2017-10-10     서울자치신문

 
 

     
 
     
 
2015년 쎄시봉 이후 2년 반 만에 김현석 감독이 신작 ‘아이 캔 스피크’로 돌아왔다.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며 폭력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온 동네를 휘저으며 무려 8,000 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어 도깨비 할매라고 불리는 ‘옥분’. 20여 년간 누구도 막을 수 없었던 그녀 앞에 원칙주의 9급 공무원 ‘민재’가 나타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민원 접수만큼이나 열심히 공부하던 영어가 좀처럼 늘지 않아 의기소침한 ‘옥분’은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민재’를 본 후 선생님이 되어 달라며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부탁하기에 이른다.

둘만의 특별한 거래를 통해 결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영어 수업이 시작되고, 함께하는 시간이 계속 될수록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게 되면서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 간다. ‘옥분’이 영어 공부에 매달리는 이유가 내내 궁금하던 ‘민재’는 어느 날, 그녀가 영어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옥분역의 배우 '나문희'는 위안부였던 내적 아픔을 숨기며 겉으로는 씩씩한 인생을 살아가는 캐릭터로 코믹함도 단순하지 않게 연기하며 진심 어린 감동을 전한다. 어머님 산소에서 울며 독백하는 장면은 눈물을 참던 관객까지도 오열하게 만든다.

이에 반해 9급 공무원역의 배우 ‘이제훈’은 미워할 수 없는 원칙주의자이면서 따뜻한 정을 한동안 느끼지 못했던 진짜 손자의 모습을 통해 단정하면서 반항기 넘치는 연기로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젖어든다.

이 영화는 다른 영화들과 다른 방법으로 진심을 전해 관객을 감동시킨다. 피해자가 겪은 고통을 피해자의 입장에서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표현하려 했다. 예를 들어 위안부 문제를 다루면서 무분별한 폭력의 전시보다는 옥분의 자살 시도 장면과 복부상처를 통해 훨씬 더 몰입감 있게 전달한다. 또한 사연에 인물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인물에 사연을 부여하는 연출을 시도했다. 옥분이 영어를 배우고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향해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씩씩하게 사는 옥분, 아베의 망언에 화를 내며 걷는 마지막 장면은 미래를 향해 씩씩하게 걷겠다는 당당함의 표현이다.

이 영화를 보려고 마음먹은 관객이라면 진주슈퍼장면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와 은희의 ‘꽃반지 끼고’를 통해 투닥거리던 민재와 옥분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시작한다. 이 노래가 익숙한 세대라면 영화의 주된 배경인 재래시장의 모습도 옛 기억을 떠올리며 흐뭇하게 볼 수 있다.

자칫하면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스토리를 김현석 영화 특유의 감성으로 잔잔하게 연출한 ‘아이 캔 스피크’는 역사에 대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다. 초반은 부담 없이 즐기는 유쾌한 장면으로 시작되나 후반으로 갈수록 가슴 먹먹한 장면으로 전개되며 일제강점기 역사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메시지까지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장르: 드라마 / 감독: 김현석 / 출연: 나문희·이제훈·박철민·염혜란/ 개봉: 2017.9.21

 

 

<김정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