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연극 '오펀스'

2017-11-09     서울자치신문

   
 
   
 
요즘 들어 ‘욜로’(YOLO)라는 신조어가 생기면서 많은 사람이 혼술, 혼밥, 혼영(혼자 보는 공연 또는 영화)을 즐기며 '나 혼자' 사는 것에 열광하고 있다. 이 경우 스스로 혼자임을 선택한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원치 않는 상태에서 혼자가 된 이들은 힘들고 지친 상태에서 삶을 영위하게 된다. 이럴 때 누군가 손을 내밀어 위로해준다면 그 사람은 따스한 격려에 힘입어 성장하고 성숙해질 수 있다.

관객에게 격려와 위로를 간접체험하게 주는 연극이 ‘오펀스’다. 미국 극작가 라일 케슬러의 대표작 연극 '오펀스'는 1983년 LA에서 초연 후 세계적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으며, 1987년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화되었고 김태형 연출에 의해 국내에서 초연되었다.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온 고아 형제 '트릿'과 '필립'이 중년 시카고 갱 '해롤드'를 만나 우연히 동거를 시작하면서, 서로의 아픔과 외로움을 채워주는 과정을 통해 점차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형 트릿은 동생 필립을 부양하기 위해 매일 좀도둑질을 한다. 동생 필립은 어린 시절 알레르기 반응으로 죽을 뻔한 후, 집밖에 나가지 않는다.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트릿에 비해, 필립은 순수함을 간직한 존재다. 트릿은 동생의 순수함을 지키고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문맹을 강요하며 과보호 하지만, 호기심 강한 필립은 매일 창밖을 바라보고, TV를 시청하고, 몰래 신문과 책을 보며 스스로 학습한다. 어느 날 트릿은 술에 취한 중년 해롤드를 집으로 납치한다. 한 몫 챙기려던 트릿에게 해롤드는 일을 제안하고, 함께 살게 되면서 형제들의 삶은 180도 달라진다.

작품은 1막과 2막으로 구성돼, 형제가 해롤드를 만나기까지와 만난 이후로 나뉜다. 1막에서는 트릿과 필립의 관계, 세상 아래 둘밖에 없는 이들이 얼마나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지 보여준다. 2막에서는 해롤드를 통해 변화한 형제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형 트릿은 자제력을 배우기 시작하고, 동생 필립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특히 해롤드는 필립이 문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용기를 준다.

극중 해롤드는 두 형제를 '아들'이라고 부르고, 트릿은 '보스', 필립은 '아저씨'라고 부른다. 알게 모르게 엄마를 그리워 해왔던 형제에게 해롤드는 아빠 같은 존재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된 트릿은 자신에게 엄격한 해롤드가 필립에게 다정할 때 질투하기도 하고,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성질을 참다가 쓰러지기도 한다. 해롤드는 자신의 풍부한 사회 경험과 지식을 두 형제에게 나눠주고, '어깨 주무르기'란 그만의 방식으로 애정과 격려를 전한다. 조금씩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아픔을 위로하며 세 사람은 그렇게 가족이 되어간다. 자칫 지루하고 식상하게 전개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중년의 해롤드 역의 배우 손병호와 박지일이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중하게 극의 중심을 잡아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커튼콜에서 셋이 함께 어울려 행복하게 춤을 추는데 관객은 그 장면을 통해 극중에서의 슬픔을 털어 버리고 그들의 해피엔딩을 상상하며 위로받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깊은 울림과 메시지를 전하는 연극 '오펀스'는 배우 박지일, 손병호를 비롯해 이동하, 윤나무, 장우진, 문성일, 김바다 등 실력파 배우들의 열연하며 오는 26일까지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

<김정민 편집위원>

 

공연일정: 11월 26일까지 / 공연시간: 평일 8시 / 토 3시, 7시 / 일 2시, 6시 (월 공연 없음)/ 출연: 박지일, 손병호, 장우진, 이동하, 윤나무 등/ 공연장소: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 관람가격: R석 5만 5천 원, S석 4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