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연극 '네버 더 시너'

모든 것이 침묵하고 세기의 재판이 시작된다

2018-02-22     김정민편집위원
‘네버 더 시너’는 존 로건의 첫 번째 집필 연극으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 받은 최고의 작품이다. 화려했지만 혼란스러웠던 1920년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충격 실화를 무대에 담아 두 주인공의 불안정한 심리, 그리고 변호사와 검사의 팽팽한 신경전을 소재로 법정드라마로 윤상화, 이도엽, 박은석, 조상웅 등 대학로 명품 배우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1924년 시카고의 여름. 시카고 대학에서 처음 만난 레오폴드와 롭은 각자가 가진 특별함에 점차 매력을 느끼고 친구 이상의 특별한 관계로 발전한다. 이들은 니체의 초인론(스스로를 뛰어난 사람)에 빠져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지만 경찰의 수사를 벗어나지 못하고 금방 잡히게 된다. 이 사건은 곧 시카고를 뒤흔들고 많은 매스컴과 대중들은 이들에게 사형을 요구한다. 교수형으로부터 이들을 구하려고 하는 변호사 대로우와 법의 정의로 이들을 냉혹하게 처벌할 것을 호소하는 검사 크로우의 치열하게 대립하는 법정 다툼이 시작된다. 미국 역사상 가장 끔찍하고 극악무도한 살인사건을 무대 위에 담은 연극 ‘네버 더 시너’는 레오폴드와 롭, 두 인물의 관계뿐만 아니라, 이 사건을 변호하기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변호사 그리고 그들의 범죄를 엄중하게 처벌하기를 요구하는 검사와의 팽팽한 신경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연극 ‘네버 더 시너’는 특별한 무대 전환이나 무대 장치가 없지만, 최소한의 암전과 배우들의 대사만을 통해 극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영화처럼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특히 니체의 초인론에 빠져 유괴와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두 주인공의 불안정한 심리와 긴장감 넘치고 숨막히는 법정 공방은 극 중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만으로도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연극 ‘네버 더 시너’에는 클라렌스 대로우 변호사의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명대사가 나온다. 클라렌스 대로우는 한 사람으로서 죽음을 죽음으로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잘못을 뉘우칠 수 있도록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해달라는 인간적인 접근으로 이 사건 판결을 최종 종신형으로 이끈다. 이 작품에서는 레오폴드와 롭 사건의 최종 결말을 그대로 옮겨놨다. 물론 이 최종 결말에 반대하는 입장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권변호사로 끝까지 교수형을 막기 위해 노력한 변호사의 명대사를 인용한 공연 제목처럼 ‘Never the sinner(네버 더 시너)’라는 말이 작품 속 어떤 의미로 작용할 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첫 연극 ‘네버 더 시너’는 각각의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최고의 캐스팅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학구적이며 언어학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며 오만하고 차가운 동시에 로맨틱한 면을 지닌 네이슨 레오폴드 역에는 조상웅, 이형훈, 강승호가 캐스팅 되었으며, 똑똑하고 지적이며, 아름답고 모호한 성적 매력과 사람을 사로잡는 고양이 같은 관능을 가진 리차드 롭 역에는 박은석, 이율, 정욱진이 출연한다. 그리고 레오폴드와 롭의 교수형을 막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노련한 변호사 대로우 역에는 윤상화, 이도엽이 두 주인공의 잔혹한 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내리길 호소하는 카리스마 있는 검사 크로우 역에는 이현철, 성도현이 무대에 함께한다. 그 외에도 기자 외 멀티 역을 맡아 각 캐릭터마다 다양한 색을 보여 줄 배우 윤성원, 이상경, 현석준의 연기 또한 기대해도 좋다. 연극 ‘네버더시너’는 4월 15일까지 대명문화공장 2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