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열린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무효화 요구 집회를 찾은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박 서장은 26일 오후 9시30분쯤 서울 세종로1가 동화면세점빌딩 앞에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등 집회에 참가한 정치인들과 면담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집회 참가자들에게 얼굴과 머리 등을 폭행당하고 경찰 정모를 빼앗겼다.

이번 사건에 대해 여권은 집중 포화를 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청와대에서 “제복을 입은 경찰관에 대한 폭력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국가 정책이 자신들의 견해와 맞지 않는다고 집단으로 거리를 점거하고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앞으로 정부는 공권력에 도전하는 불법, 폭력집회에 대해서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들도 집회 참가자들의 경찰서장 폭행사건에 대해 강력한 법 집행을 주문하고 나섰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박 서장이 무리하게 시위대 안으로 돌진한 이유를 놓고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을 만나려 했다는 박 서장의 말을 받아들이더라도, 의원들 쪽으로 가려면 집회 인파속으로 들어갈 게 아니라 바깥쪽으로 돌아갔으면 되는데 박 서장은 굳이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날 현장에 있던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28일 당시 상황에 대해 “사복경찰이 종로경찰서장이 보기를 청한다”고 말해서 “대화상대를 지정해서 알려줄테니 돌아가라”고 했다며 “몇 분 후 내가 연단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데 종로서장이 밀고 들어오더라. 대화 상대를 지정해준다고 했는데 연설 중간에 밀고 들어온 것은 의도적인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당시 폭행 장면이 찍힌 동영상을 분석해 박 서장을 폭행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김 모(54)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집회에 참여해 불법행위를 한 혐의로 모두 19명을 연행, 중·고생으로 확인된 3명을 훈방하고 나머지 16명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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