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국회의원(국민의힘 강남을)
박진 국회의원(국민의힘 강남을)

소는 예로부터 농사짓는 데 필수 가축으로 한평생 논두렁에서 땀 흘리며 일하다가 죽어서는 인간에게 귀한 영양분을 제공한다. 소머리국밥에서 꼬리곰탕까지 아낌없이 다 준다. 그뿐 아니다. 사람이 천연두(天然痘)에 걸리지 않도록 우두(牛痘) 바이러스를 제공한다. 영국 글로스터셔 시골 의사 에드워드 제너는 암소 우유 짜는 여인들이 가벼운 우두 증상은 보여도 무서운 천연두에는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우두를 이용한 천연두 백신이다. 이것을 우리 조선에 처음 소개한 사람이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다. 홍역과 천연두를 다룬 '마과회통(麻科會通)'에 소개했다.

코로나19라는 듣도 보도 못한 팬데믹 역병이 재작년 말부터 퍼져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우리도 3차 코로나 대유행으로 누적 확진자 6만3000명, 사망자 940명을 넘었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 백신 확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도 단기적으로는 물량 확보가 최우선이다. 검증되고 안전한 백신을 우리 주변에 가장 접종이 시급한 인원들부터 맞도록 해야 한다. 의료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 신체 허약한 노약자와 요양시설 입원자, 만성 기저질환자, 복지 및 요양시설 근무자, 소방 업무 종사자, 그리고 경찰, 군인들이다.중장기적으로는 '메이드 인 코리아' 코로나 백신을 자체 생산해야 한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국내 바이오·제약시설을 확충하고 첨단 백신 기술을 도입해서 위탁생산 또는 위탁개발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미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비롯해서 코로나 백신 생산을 위해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미국 모더나, 노바백스 등 선도적 백신 개발회사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임상용 시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한미 간에는 2012년 3월에 효력이 발생한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다. 제5장은 양국이 "복제 및 특허의약품 개발을 촉진하고 이에 대한 원활한 접근을 위한 약속"을 공유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국방물자생산법(DPA)까지 동원해 화이자, 모더나, 노바백스, 얀센 등 바이오회사들의 백신 생산과 공급을 통제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동맹국이자 자유무역 파트너다. 한국이 시급히 필요로 하는 백신 물량을 미국에서 긴급 지원하고 한국은 기술 도입과 국내 생산을 통해 나중에 되갚아주는 '백신 스왑(vaccine swap)' 추진의 근거가 마련돼 있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5600만명분의 백신이 분기별로 공급될 것으로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정확히 얼마만큼의 백신 물량이 어느 시점에 공급될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시급한 접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초도 물량을 신속히 제공하려면 백신 스왑이 절실하다.

위기는 기회다. 코로나 사태가 한두 해에 끝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앞으로 제2의, 제3의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팬데믹으로 닥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차제에 한국은 우리의 미래 백신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코로나 백신 업그레이드를 위한 국제공동연구를 한국에 유치하고, 메신저 RNA, DNA, 바이러스 백신 등 첨단 바이오 혁신기술협력 강화를 통한 백신 개발과 대량생산 라인 구축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백신 확보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국익 차원에서 초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라틴어로 암소는 바카(vacca)이다. 여기서 나오는 백신(vaccine)이 천연두를 종식시켰다. 소띠의 해 신축년은 한국의 백신 굴기(起) 원년이 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자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