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과 정다영은 자신들이 <킹아더>의 ‘신 스틸러’로 사랑 받을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아더’와 ‘모르간’ 곁에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그러나 단순히 극을 이끌어 가는 아더와 모르간, 두 중심 인물 곁에 있는 것만으로는 관객들의 시선을 훔칠 수 없다. 이종찬이 만들어 내는 가웨인과 정다영이 쌓아 올린 레이아가 보여주는 캐릭터의 매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관객들도 그들과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극에 녹아 들고, 배역에 녹아 든 두 사람이 말하는 3명의 아더, 3명의 모르간, 그리고 <킹아더>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 이종찬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 이종찬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Q. 이종찬 배우에게 질문입니다. 가웨인으로서 느끼는 3명의 아더는 각각 어떤 느낌인가요?

이종찬 | (고)훈정이 형은 2019년에도 아더로서 모셨던 분이에요. 물론 재연으로 오면서 캐릭터 디테일이나 서사 진행 속도, 장면 변화도 있어서 진행이 완전히 똑같진 않지만 그때 모셨던 느낌과 굉장히 비슷한 부분이 있죠.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단어 사용이 좀 조심스럽긴 한데요, 심플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 장면에 있어서 보여줘야 할 것들을 굉장히 명확하게 보여주는 연기를 하시기 때문에 제가 거기 끌려가는 느낌이에요. 훈정이 형이 ‘가자!’ 그러면 따라가게 될 것 같고요. 그래서인지 훈정이 형이랑 할 때는 어떤 합일된 느낌을 느껴서, 가웨인과 아더가 둘로 나뉘어진 배역이지만 하나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또, 훈정이 형이랑 할 때는 엔딩이 굉장히 스릴이 있죠. 마지막에 아더가 “그만”이라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송)원근 형은 굉장히 묵직하고 조용하게, 자기 생각을 가다듬는 느낌으로 말씀하시고 (이)충주 형은 슬픈 느낌으로 말씀하시거든요. 그런데 훈정이 형은 거기서 저하고 거의 싸우다시피 해요. 쩌렁쩌렁하게 “그만!”이라고 하시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재미가 있죠.

원근이 형은 <킹아더>에서 처음 뵀는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처음 카멜롯에서 멜레아강이랑 싸울 때예요. 형이 그러시더라고요. “내가 칼 배운지 얼마 안됐는데 어떻게 잘 하겠냐. 나는 정말 허접하게 하겠다. 합은 열심히 지키되 허접하게 할 거다.” 어리버리하지만 뒤로 갈수록 ‘엄근진(엄격, 진지, 근엄)’해지는 왕이랄까요. 아더의 변화에 대한 시간적인 흐름을 잘 보여주기 때문에, 뒤로 갈수록 목소리나 디테일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어서 가웨인으로서 따라가는 재미가 있어요. 재미있게 티키타카하면서 친밀감을 보여주다가, 왕이 되는 과정에서 같이 무게를 가지고 녹아나는 느낌?

충주 형은 초연 때 멜레아강을 했잖아요. 어떻게 이미지 탈피해서 아더가 될지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형이에요. 아마 셋 중에서 가장 ‘엄근진’한 아더가 아닐까 싶어요. 그러다 보니 가웨인도 충주 형보다 더 근엄하고, 무게감 있는 기사로 있기 위해서 노력하는 부분이 있어요.

‘원캐’라서 재미있는 건 바로 이런 부분이에요. 주연들은 주연들끼리 계속 섞이잖아요. 그래서 스케줄에 따라 다른 배우들과 페어가 될 때마다 ‘이런 부분이 재미있다’, ‘저런 부분이 재미있다’고 생각하실 거고요. 그런데 저는 ‘원캐’이기 때문에, 매일매일 다른 왕을 모시는 느낌이에요. 제가 아무리 ‘가웨인은 이렇다’고 정해놓고 연기를 한다고 해도, 각기 다른 아더와 함께 연기를 하다 보니 늘 똑 같은 가웨인이 나올 수 없어요. 3명의 아더가 있으니 3명의 가웨인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정말 재미있어요.

Q. 그럼 정다영 배우는 레이아로서 3명의 모르간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나요?

정다영 | (홍)륜희 언니는 아픔과 트라우마가 강한, 여린 모르간인 것 같아요. 어리기 때문에 자신이 상처 받은 것에 대해 복수하겠다고 다짐하는 부분이 크게 다가오는 것 같고, 연기적으로 저와 나이대가 비슷한 느낌을 받아요. 무대에서 서로 눈빛을 굉장히 많이 주고 받는데 언니에게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받게 되는 그런 느낌이 있어요.

(정)영주 언니는 레이아를 많이 보여주려고 하시는 느낌이 들어서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 귀네비어에게 레이아를 시녀로 바치는 장면이 있는데, 세 명의 모르간 중에서 가장 저를 직접적으로 봐주면서 보여주려고 하시는 걸 느껴요. 영주 언니는 복수심을 가지고 있지만 노련함과 무게감이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르간으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최)현주 언니는 우아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래서 레이아의 움직임도 조금 더 부드럽고, 선이 얇은 느낌으로 표현하게 되는 것 같고요.

(정다영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이종찬이 개인 해석을 더해 추가 설명에 나섰다. 이종찬이 느낀 3명의 모르간과 정다영 레이아의 관계에 대한 ‘캐릭터 해석’을 편집하기 아쉬워 여기에 간결하게 덧붙인다.)

이종찬 | 레이아는 목소리가 없는 아이이기 때문에 온전히 에너지와 아우라로써 느껴지는 캐릭터다. 개인적으로 영주 누나는 거대한 숲과 같아서 누구도 쉽게 파괴할 수 없는 모르간이라고 느낀다. 그런 영주 누나가 말 못하는 아이를 나와 같다고 느껴서 데려와 키운 게 레이아라는 느낌이다. 자신을 대하듯이 키웠기 때문에 더 보여주려고 하는 느낌이 있다. 현주 누나는 다영이와 가장 느낌이 비슷한데, 고귀하고 우아한데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느낌이 있다. 현주 누나가 표현하는 이런 느낌이 다영이에게서 잘 보여지는 만큼, 현주 누나가 마법으로 만든 아이, 복제품 같은 느낌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남극에 있는 것 같은 서늘함이 느껴진달까? 그리고 륜희 누나는 아름다운데 만질 수 없는 장미 같은 모르간인데, 륜희 누나한테는 레이아가 직접 찾아왔을 것 같다. 적극적으로 계약 관계를 맺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피드백을 주고 받는 관계처럼 느껴진다.

정다영 | (박수 치며)다음 시즌에는 종찬 오빠가 레이아를 해도 될 것 같다.

▲ 정다영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Q. 그럼 다시 이종찬 배우에게 질문입니다. 가웨인도 훌륭한 기사인데, 엑스칼리버를 뽑아보고 싶지 않았을까요?

이종찬 |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합니다. 저의 가웨인은 충성심 그 자체고, 철저하게 그림자 같은 존재로 설정했으니까요. 제가 구축한 가웨인은 기존 가웨인의 성격을 배제하고, 연출님과 소통한 대로 묵직하고 정적이며, 또 FM적인 느낌이기 때문에 ‘엑스칼리버는 내가 뽑을 게 아니야. 나와 우리 집안의 계보는 아더가 죽는 순간까지도 오직 왕을 보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만져볼 생각은 정말 한 번도 안 했을 걸요. 저도 엑스칼리버 사진도 안 찍고, 하다 못해 바위에 발 한 번 올려볼 생각도 안 했다고요(웃음).

Q. 이번에는 정다영 배우에게 물어볼게요. 레이아가 만약 말을 할 수 있다면, ‘이 장면에서 이 대사를 해보고 싶다’는 부분이 있나요?

정다영 | 음… “왕비님이 납치당하셨습니다” 대사를 레이아가 하면 어떨까요? 아니면 모르간이 귀네비어에게 레이아를 바칠 때, “제가 잘 모실게요” 같은 대사도 좋을 것 같고요. 가장 좋은 건 귀네비어의 시녀로 있을 때, 귀네비어가 랜슬롯한테 빠질 수 있게 옆에서 랜슬롯을 칭찬한다든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Q. 두 분 모두에게 <킹아더>는 각별한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종찬 | ‘내가 참여한 작품이 롱런 했으면 좋겠다.’ 아마 이건 모든 배우가 마찬가지일 거예요. 단순히 내가 참여했기 때문에 좋다는 게 아니라, 이 작품 자체가 좋은 작품으로 오래도록 남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바람이요. 그래야 앞으로 또 다른 기회가 생기는 법이니까요. 사실 배우들끼리 다음에는 이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 그런 얘기들 많이 하거든요. <킹아더>에서도 앙상블끼리 그런 얘기들을 하는데, 저는 오훈식 (알앤디웍스)대표님이랑 (오루피나)연출님한테 그런 얘기를 했어요. “원래 가웨인이 마흔 중반의 나이니까 이 역할을 마흔 중반까지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고요. 제 목소리가 마흔 중반이라기엔 너무 앳되고 그러다 보니 아쉬움이 좀 있거든요. 목소리가 더 중후해지고, 캐릭터에 적합하다고 생각될 때까지 가웨인을 아무한테도 넘겨주고 싶지 않아요. 유일무이한 저만의 가웨인을 만들어보고 싶죠. 하지만 언젠가 멜레아강을 한 번 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웃음). 멜레아강을 했다가 다시 가웨인을 해도 되는 거니까…(웃음). 어쨌든 <킹아더>가 잘 되고, 관객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남아야 제가 멜레아강을 하든, 마흔이 돼서 가웨인을 하든 할 수 있겠죠. 언제 올라와도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저나 다영이가 추후에 <킹아더>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가웨인과 레이아라는 역할에서만큼은 저희가 기준점이 됐으면 좋겠어요.

정다영 | 세상에, 저는 그런 생각 안 해요(웃음). 만약에 다른 역할을 한다면 귀네비어 시켜달라고 할 거예요. 그래도 제일 좋은 건 더 다양한 레이아를 보여주는 거지만요.

이종찬 | 그만큼 모두들 보시기에 만족스러운 가웨인, 레이아였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는 뜻입니다.

정다영 | 제가 나이가 더 들면, 아무래도 저의 레이아도 많이 달라지겠죠? 초연과 재연의 레이아가 조금 다른 것처럼요. 언젠가 몸을 이렇게 유연하게 못 쓰게 될 때가 오더라도 그때는 그때만의 또 다른 레이아가 될 수 있을 거예요. 3연도, 4연도 계속 하고 싶다는 얘기예요(웃음).

Q. 마지막으로 ‘서울자치신문’ 독자분들에게 <킹아더>를 영업해주세요.

정다영 | 화려한 퍼포먼스와 볼거리가 많은 극으로 주목 받고 있지만 결국 <킹아더>가 말하는 건 선택과 삶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내 삶에 대해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는, 그런 작품으로 여러분께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처음 보셨을 때는 조명도 화려하고 춤도 많고, 볼거리가 많아서 즐거워하시다가 나중에 ‘아더가 했던 이 대사가 마음에 와 닿네.’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요? 그런 질문을 많이 던져주는 작품이 되었음 좋겠어요.

이종찬 | <킹아더>는 굉장히 많은 장르적 재미를 갖고 있는 뮤지컬이에요. 다영이가 말한 것처럼 숭고한 인간의 선택을 이야기하는 만큼 대사에는 묵직함이 있고, 넘버와 퍼포먼스, 볼거리가 훌륭하고 그 안에 사랑, 로맨스도 있고요. 아더 왕 전설 속에 다양한 장르를 녹여낸 작품이라 보시고 나서 분명히 즐거움과 감동, 스트레스 해소까지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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