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를 위한 아름다운 선거
(조대기 본지 편집국장) ‘기성정치는 못믿겠으니 서울시장에 나서더라도 기존 정당은 선택하지 않겠다’고 말해 국민적 인기를 독차지한 안철수 현상이 한국 정치권에 쓰나미를 일으켰다.
정당정치를 혁신하지 않으면 정치는 물론이고 나라까지 어려워질것이라는 경고가 온국민의 동의를 얻고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안철수 지지층은 그간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던 부동층 혹은 무당파로 분류된다. 특히 2030세대와 40대 화이트칼라, 여성이 핵심 지지 기반이다. 양당 정치구도 바깥에 있던 광범위한 부동층이 안철수라는 새 인물에 쏠린 것이다. 안철수 현상은 탈정치 현상이 재연했다고 보기보다는 현 정치 구도를 포함한 체제 변환 요구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안철수 현상은 결국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한달여도 남지않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후보조차 쉽게 뽑지 못하는 혼선을 야기했다. 여기에 더해 시민사회출신의 진보 보수양측의 인사가 나타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박원순 변호사는 21일 정당의 테두리를 벗어나 범여권과 범야권의 시민후보로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기존 정당안으로 들어가면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와 신뢰가 축소돼 지지율이 떨어지겠다는 계산 때문이다. 선거에 뛰어드는 후보가 기존 정당을 무시하는 이런 상황까지 오게된 데에는 기존 정치인들이 행해온 오만한 국민무시 만행이 워낙 깊고 불신이 만연해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정치인들은 뼈를 깎는 반성과 정치개혁 의지, 혁신노력이 선행돼야함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가슴깊이 새기고 또 새겨야 한다.
정당 불신은 단순한 정치 불신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체제가 위기에 빠져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정당은 민주주의의 근간인데, 정당을 무시하는 것은 정치불신과 민주주의 체제를 불신하는데 맞닿아있다. '복지담론'이 시대적 의제로 떠올랐지만, '복지 더 주기'에서 머물러서는 안된다. 정치, 경제, 노동 등 사회 전반의 구조를 바꾸는 획기적인 체제 변환이 절실하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 5월 '큰 원(願)을 세워 2013년 체제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이후 안철수 현상까지 겹쳐지면서 '새로운 체제' 구성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박원순 변호사의 출마는 안철수 현상을 넘어서 시민사회 염원과 시민운동진영의 정치세력화의 큰 줄거리 위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여연대와 아름다운 재단, 희망제작소로 이어진 시민운동의 진화과정의 최전선에서 뛰어온 인물이기 때문에 박변호사의 정치참여에 대한 기대와 희망, 그 폭과 깊이는 넓고 깊어 보인다.
박변호사의 정치참여는 개인의 정치참여이기 이전에 시민운동의 역량을 검증하고 시민사회의 확대가능성을 점검하고 진단하는 시금석이라고 볼수있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 달성한 세계에 유례를 찾기 어려운 우수한 나라다. 더불어 사람중심의 가치관을 새로이 재정립해야할 시점에 놓여있는게 대한민국이다. 나는 민주화와 산업화를 성공시킨 승리의 유전자가 우리에게 넘쳐나고 있다고 맏고 싶다. 더불어 인간화에 대한 진지하고 성숙한 토론이 진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나누고 공유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선도할만한 재능을 세계각국은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사회의 성숙과 확산 또한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가 아닐수 없다.
선거를 통해 새로운 사회체제를 구축하거나 체제변화를 가능하게 만들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동체 구성원들의 변화 의지와 희망패러다임은 파악되거나 응집될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안철수 현상에 이어 탈정당정치 현상을 선도하는 박원순 이석연 후보들의 행보는 시민들의 ‘시장감 선택’을 혼란스럽게 하는 면이 없지 않지만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후보들이 많을수록 풍성해지고 발전한다.
이번 보궐선거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디딤돌 역할을 할게 분명하다. 때문에 여든 야든 사활을 걸고 모든 전투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을 것이다. 보다 공정하고 사람중심의 사회, 공생하고 공감하는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될수 있는 희망을 만드는 선거가 이번 보궐선거부터 이뤄지기를 바란다. 역동적인 나라 대한민국 서울에서 전임 오세훈 시장이 저지른 800여억원의 비용으로 치르는 이번 선거가 선거에 참여하는 서울시민에게 새로운 시대와 정치를 만나는 아름다운 선거로 기억될수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