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의 파격인사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 가운데 박 시장이 본격적으로 정치조직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돼 논란이 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29일 발표한 실∙국장급 인사에서 본청 간부 40명 중 1~3급 6명을 제외하고 모두 교체했다.
특히 1급 간부 6명 중 5명에 퇴진을 요구해 내부에서도조차 '파격적'이라며 크게 동요했다.
그동안 1급 간부에 대한 물갈이는 2, 3명 선에서 그칠 것이라고 점쳐져 왔기 때문이다.
오세훈 전 시장이 중용했던 1급 간부 5명을 전격 퇴진시킨 것은 전형적인 '내 사람 심기' 인사의 표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박 시장의 인사에 대한 평가가 엇갈려 나왔다.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일괄 교체는 당연하다는 반응과 입맛에 맞는 인사로 바꿔 본격적으로 정치조직화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또한 내부에서 이번 인사가 특정지역 중심의 인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핵심 중책인 기획조정실장에 정효상 행정국장, 3급에서 1급으로 승급한 복지건강실장에 김경호 구로구 부구청장, 4급에서 1급 주택정책실장으로 발탁된 이건기 주택기획관, 기후환경본부장에 임명된 임옥기 디자인기획관, 도시교통본부장을 맡은 윤준병 관악구 부구청장, 경영기획관 김인철 성동구 부구청장, 서울혁신기획관 조인동 전 정책기획관 등이 호남출신 인사들이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민주통합당 정무라인에 지나치게 휘둘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 관계자는 "과거 민주당 출신 고건 전 시장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전 시장으로 바뀌었을 때를 포함해 이렇게 심하게 조직을 흔든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시 공무원노동조합도 22일 성명을 내고 "박 시장이 이번 인사로 시 전체 조직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1급 공무원 5명이 왜 나가야 하는지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과 의견을 제시하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금과 같은 인사가 계속된다면 4급 이상 공무원들은 정치권과 신임 시장에 대한 연줄을 능력보다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결국 무소속인 박 시장이 정치조직화를 통해 올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보폭을 결정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박 시장의 한 측근은 "오는 15일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신임 지도부가 구성되면 박 시장이 새 지도부와 함께 입당 여부와 시기 등을 논의할 것"이라며 "박 시장이 민주통합당 출범에 심정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만큼 입당 시기를 조율하는 것이 주요 안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시장의 정치조직화를 경계해 온 서울시의회와의 마찰도 예상된다.
서울시의회 민주통합당은 박 시장의 인사에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비고시, 여성 비율이 저조한 부분에 대해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고 한나라당 측은 "인사행태를 강력히 비판한다"며 논평을 냈다.
서울시의회 한나라당 진두생 부의장은 1급 간부 중 유일하게 잔류한 인사를 시의회 사무처장에 앉힌 것에 대해 "박시장이 입맛에 맞는 인사를 시의회 사무처장에 앉히므로써, 시의회의 집행부 견제와 감시기능을 무력화시키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박시장이 지금처럼 서울시의회를 무시하면서 시정의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고 독선적인 행태를 보인다면 박시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각을 세웠다.
그동안 야권통합 과정에서 관망하는 입장을 취해온 박 시장이 본격적인 '박원순 조직' 출범 초기부터 민주통합당 색깔을 드러내는 것은 수순밟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통합당에 시민세력의 공간이 확보된 이상 더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박 시장의 향후 정치행보가 자신의 '뒷일 도모'에 초점이 마춰질 것으로 보여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