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심야시간대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해 심야할증시간대를 한 시간씩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터넷을 통해 일반 시민의 여론을 수렴했는데 반대의견도 많아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는 현재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인 택시 심야할증시간대를 밤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로 1시간 앞당기는 방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간 진행했다.
택시심야할증은 심야시간대 택시 요금의 20%가 할증되는 제도로 1982년 1월 택시 운수종사자의 심야시간 근로에 대한 보상과 공급 활성화 차원에서 처음 도입됐다. 도입 후 30여 년 간 할증률이나 시간대 변동은 한 차례도 없었다.
시는 2011년 법인택시의 운행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택시 수요가 가장 많은 시간대가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로 나타났다며 이 시간대가 현재 심야할증시간대인 ‘자정~새벽 4시’와 2시간가량 격차가 있어 택시심야할증제도 본연의 취지인 원활한 택시 공급의 실질적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 할증시간대 조정을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는 할증시간대를 1시간 앞당기면 할증에서 오는 수입증대에 대한 기대심리로 승차수요가 많은 23시~01시 사이 택시 공급이 증가하여 택시 승차난이 다소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방안을 사실상 택시 요금 인상으로 받아들이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서울 여의도와 금천구 시흥동 사이를 출퇴근하는 정영신(32)씨는 "야근이 잦은데다 회식도 간간히 있어 주로 야간에는 택시를 많이 이용하는데 밤 11시부터 할증이 붙으면 부담이 클 것 같다"며 “택시 요금이 오른 지 얼마 안됐는데 제게는 사실상 또 요금이 오르는 셈"이라고 말했다.
일부 택시 종사자 역시 반대의사를 밝혔다.
법인택시 기사 김모씨(60)는 "심야할증 시간이 연장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시간대를 한 시간 앞당긴다고 승차거부가 해결되겠느냐"며 "택시기사가 승차거부를 하는 이유는 할증과 관계없이 장거리 손님을 태우기 위해서인데 공무원들이 뭘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인택시 기사 송모씨(42)는 "할증이 붙어도 손님이 서울시내에서 단거리로 이동하면 어차피 빈차로 돌아와야 한다"면서 "또 11시부터 12시에는 대중교통이 다 다니는데 할증요금 때문에 손님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 심야 할증시간대 조정은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본격적으로 들은 후 변경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면서도 "아직 전문가 의견을 본격적으로 수렴하진 못했지만, 심야시간대 승차난을 해소하는 데 다소 효과가 있을 거라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8일 끝난 서울시 홈페이지 시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참여인원의 35.3%인 1,094명이 심야할증시간 조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의사를 표시한 시민 1,094명 중 46.8%인 512명은 현행 시간대를 유지할 것을 주장했다.
서울시가 설문조사를 시작한 12일 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는 참여인원의 76.8%인 367명이 심야시간 할증시간 조정에 대해 반대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