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뮤지컬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에서 새롭게 ‘루카’ 역을 맡게 된 현석준 배우를 만났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하며,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공연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Q.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요즘 들어 부쩍 공연을 즐기고 있는 6년 차 배우 현석준입니다.
Q. ‘루카’로 뮤지컬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 난 미션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루카’라고 해. 그리고 내 미션을 방해하는 상당히 매력적인 친구 ‘발렌티노’가 있어. 또 내가 잘못 찾아간 귀여운 ‘자코모’란 친구와 다들 잘 아는 ‘다빈치’ 선생님도 함께하거든? 우리 얘기가 궁금하다면 마지막까지 드림아트센터를 많이 찾아주길 바라.
Q. 뮤지컬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에 새로 합류하게 된 과정과 공연을 위해서 준비했던 부분이 있었나요?
실은 지난 시즌에도 제안해 주셨었는데 스케줄 때문에 참여가 어려웠거든요. 그러다 연극 <오만과 편견>을 하던 중에 불러주셨고, 이번엔 꼭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습을 시작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작품이더라고요. 최근에 했던 작품들은 당황했던 적이 없었는데,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 같은 경우에는 이게 뭐지? 내가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대본을 정말 많이 봤어요. 이렇게 상대방의 가사를 열심히 본 건 처음이에요.
‘발렌티노’가 ‘자코모’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자코모’도 선택받은 예술가였는지, 구조적으로 어떻게 ‘루카’와 ‘발렌티노’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지 같은 궁금증도 많았고요. 다행히 기존에 했던 배우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고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연습을 중단하고 연출님과 배우들이 토론하면서 이야기에 살을 붙여나간 것 같아요.
Q. 1인 2역(루카, 다빈치)을 연기하셨는데, 캐릭터마다 강조한 부분을 알려주신다면?
‘루카’라는 캐릭터를 잡을 때 조심했던 부분이 있는데, 이 친구가 단순히 멍청하게 보이지 않았으면 했어요. 모든 일을 열심히 하지만 가끔 실수하는 정도로 보이되, 실수가 이 캐릭터를 설명할 수 있게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적절하게 보여드릴 선을 찾는데 시간을 많이 쓴 것 같아요.
‘다빈치’ 같은 경우에는 결핍이 큰 인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건 다 잘하는데, 그림만큼은 좋아하는 마음만큼 할 수 없기에 오는 까칠함과 예민함. 저는 이걸 필요한 결핍이라고 봤거든요. 그러면서도 ‘자코모’에겐 따뜻한 인물이기를 원했어요.

Q. ‘루카’에게 ‘발렌티노’란 어떤 존재인가요?
답이 나오기까지 고민이 많았었는데 공연 전날까지 배우들과 굉장히 많이 통화했어요. (강)찬 형과 (반)정모랑 ‘루카’와 ‘발렌티노’는 마지막에서야 만나는데 어떤 관계성이 맞겠냐는 내용이었죠. 정모도 드라이리허설 끝나고 “형 너무 어려워요” 하더라고요. 새로 들어온 사람들끼리 치열했다니까요(웃음).
‘루카’는 많은 것을 ‘발렌티노’에게 배웠을 거예요, 거기서 나오는 동경이나 그리움이 사랑으로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억지스러울 수는 있지만 ‘발렌티노’가 들어왔을 때 웃으려고 해. 그렇게 해서라도 ‘루카’가 ‘발렌티노’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전달하고 싶어”라고 두 사람한테 전했어요. 그리고 ‘발렌티노’ 역의 배우들에게도 마지막 부분에 “아니야”란 대사를 하기 전에 웃을 테니까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어요. 배우들끼리 관계성을 구축하려고 많이 고민했고 결과적으로 ‘루카’에게 ‘발렌티노’는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Q. ‘다빈치’에게 ‘자코모’란 어떤 존재인가요?
아들처럼 생각하는 마음이 6 정도 조수로 생각하는 마음이 4 정도 된다고 생각해요. 정말 사랑하는 아들 같은 존재로 같은 결핍을 가지고 예술을 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리고 ‘다빈치’의 예민함을 받아줄 수 있는 유일한 조수이기도 하죠.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사이에요.
Q. ‘루카’는 신과는 어떤 관계인가요?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말하기 조심스러운데, 저는 이 극에서 나오는 신이 뮤지컬 <최후진술>에 나오는 ‘프레디’라고 생각해요. 무언가를 결정할 수 있는 특별한 존재이지만, 권위적이거나 절대적이지 않은? 질투심도 있고 인간적인 부분들이 천사들과 별다르지 않은 친근한 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루카’도 신의 총애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발렌티노’ 다음쯤으로(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