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 한 달여가 다 되어 가고 있지만 아직도 한나라당내 '집안싸움'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목표가 대선을 치르는 게 아니라 쇄신작업에 함몰된 것 아니냐는 기류도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위원장은 선(先)국민적 요구 부응 후(後)인적 쇄신이라는 로드맵을 정하고 당내 혁신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고 확산되는 형국이다.
박 위원장은 최근 "당내 물갈이 논란으로 쇄신 동력이 잠식되고 쇄신 논의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측근들에게 했다. 쇄신논의가 국민의 바다가 아닌 여의도 바닥에서 허우적 거린다는 의미다.
비대위 출범 당시 "한나라당의 공천을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만들겠다. 인재들이 모여들게 하겠다. 거기엔 우리의 희생도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한나라당을 믿어준다. 뼛속까지 바꾸자"고 말했던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것이다.
일단 친이 진영이 반발이 점차 노골화 되고 있다. 비대위 측이 먼저 공정하고 완전한 공천제도를 만들고 물갈이는 후순위로 하자는 방침에 대해, 친이 진영은 인위적 쇄신 대신 인물중심의 혁신 카드로 비대위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비대위 출범후 친박 의원들이 해체를 선언한 이후 박 위원장의 총선불출마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공정한 공천을 하려면 친이는 물론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친박, 친이 진영이 재창당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을 한 만큼 계파 해체가 '지금이 타이밍'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비대위는 이를 바탕으로 친이 진영에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실제 김종인,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은 "이재오, 안상수, 홍준표 의원은 한나라당 대실패의 상징성과 대표성을 가진 분들로 그런 분들을 그대로 공천하고 국민한테 쇄신했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준표 전 대표는 김 위원의 과거 비리 전력과 이 위원의 천안함 관련 발언을 거론하며 두 사람의 사퇴를 요구했다. 친 이재오계로 알려진 장제원 의원도 "두 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집단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성명서를 준비 중이며 비대위와의 결별도 각오한다"고 맞받았다.
결국 비대위도 총선승리를 위해 견인차 역할을 해낸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정치에서 당선 경쟁력을 완전히 배제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긴 구가 5개 밖에 없다"며 "비대위 공천의 큰 원칙은 일단 되고 봐야 하는 쪽으로 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이나 충청권, 중부권은 당선 가능성을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고 분당을 포함한 강남권, 대구경북, 경상도 산간농어촌은 한나라당 후보가 유리하므로 국민의 신뢰를 받고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을 공천할 가능성이 높다.
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등이 출마하는 부산지역 격전지는 경쟁력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한나라당이 국민들이 요구하는 근본적인 철학과 가치에 답하지 않고 27세의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 영입, 정강정책에 보수 삭제 여부 논의 등 형식적으로 화장을 고치는 데에 치중한다면 박근혜 대세론의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도 나오고 있다.
